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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비긋는 개구리의 에튀드~남쪽&북쪽~

이벤트 스토리|제10화

by Berne 2023. 2. 19.

아키라 : …아하하…! 다 젖었어…!

 

루틸 : 아하하! 깜짝 놀랐네!

드높이 물보라가 일고 웃음소리가 터진다.

가느다란 실 같은 비도 연못 수면도 물보라도 달빛을 받아 빛났다.

미틸 : 정말, 뭐 하는 거예요!

스노우 : 물놀이니라!

화이트 : 재미있겠구나!

기묘한 상처 때문에 그림 속에 갇힌 쌍둥이들이 즐거운 듯한 목소리를 높이며 그림에서 뛰어나온다.

출항하는 배를 향해 던진 종이테이프처럼 그림으로부터 길게 늘어난 자신들의 그림자를 끌면서 여행하는 물의 정원에서 스텝을 밟았다.

수면을 박차고 서로 물보라를 끼얹으며 루틸과 브래들리도 춤춘다.

거기에 레녹스가 꺼낸 그의 양들이 뒤섞였다. 즐거운 듯이 물가를 달려간다.

피가로가 우아하게 인사를 올리고 스노우에게 춤을 권한다.

화이트는 미틸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미스라는 혼자서 달을 바라보고 있다.

아키라 : 아하하! 간지러워!

레녹스의 양이 바짝 다가붙어서 나는 소리 높여 웃었다.

레녹스 : ….

깨닫고 보니 레녹스가 곁에 있었다. 그는 무척 자연스럽게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손을 잡았다.

흠뻑 젖은 채 스텝을 밟는다.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레녹스 : 좋은 밤이군요.

아키라 : 좋은 밤이네요!

마법사 콜린과 개구리 클로로스를 생각하며 우리는 달밤에 계속 춤췄다.

아키라 : 그렇지, 레녹스.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레녹스 : 물론입니다. 뭐든 말씀하시죠, 현자님.

아키라 : 피가로와 화해해 주세요. 싸움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걱정이 돼서요.

레녹스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피가로를 찾아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피가로도 금세 물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정말로 싸움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피가로는 해맑은 눈으로 웃고 있다.

피가로 : 뭐야?

레녹스 : 현자님이 저희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 듯합니다.

피가로 : 아하하! 뭐야 그게. 싸움 같은 건 하지 않았어. 혹시 아까 그거?

피가로 : 그 정도의 '아~ 진짜'는 매일 해. 이런 일을 신경 썼다간 북쪽에서도 남쪽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도 살아갈 수 없어.

타이르듯이 말하는 피가로를 향해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키라 : 저도 원래 세계에서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중요시하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피가로.

아키라 : 이 정원에 내리는 비처럼 모르는 사이에 쌓여서 홍수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피가로는 그답지 않게 진지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딘가 쓸쓸한 듯이 정원을 보고 미소 짓는다.

피가로 : …그렇네. 무언가의 끝도 무언가의 시작도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

피가로 : 고마워, 현자님. 네 충고에 따를게.

피가로 : 레녹스. 사실을 말하자면 아까 다소 화가 치밀었어.

레녹스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피가로는 웃었다. 그의 손을 잡으며 레녹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레녹스 : 죄송합니다. 알아차리지 못해서.

피가로 : 아니, 네 잘못이 아니야. 화풀이 같은 거지. 그래도…. 그런 태도를 취하지 말걸 그랬다고 생각해.

레녹스 :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야말로 항상 미흡해서 죄송합니다. 마음을 헤아리는 게 서툴러서….

피가로 : 아하하, 알아, 알아. 괜찮아.

농담조로 넘기는 피가로의 대답에 레녹스는 온화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분명 그는 여행하는 와중에 만난 콜린의 앞에서도 이렇게 미소 지었으리라.

누군가의 기도에 혹은 누군가의 아픔에 바쳐진 꽃다발처럼 바람을 맞으며 계속해서 곁을 지켜 준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과 현자님. 루틸과 미틸과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어서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레녹스 : 콜린이 남긴 정원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그의 기척이 나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소박한 말에 가슴속이 찡하고 뭉클해졌다. 피가로는 눈썹을 늘어뜨리며 쓴웃음을 흘린다.

기묘하고 다정하고 신기한 밤이었다.

마법을 써서 물로 된 다리를 만들거나 분수를 만들면서 시간을 들여 이 정원을 위하는 마음을 쏟았다.

애틋하고 쓸쓸했지만 꿈을 꾸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했다.

 

이윽고 기적 같은 시간에도 끝이 찾아왔다.

스노우 : 이 물방울 나무만 가는 은색 실이 늘어져 있구나. 아마도 마법 도구의 스위치일 게야.

화이트 : 이것을 잡아당기면 이 정원도 사라질 게다.

쌍둥이의 설명을 듣고 레녹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손바닥을 내밀어 은색 실을 잡는다. 모두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양들도. 마법사도. <거대한 재앙>도.

레녹스 : ….

 

레녹스 : 잘 가라, 콜린.

살며시 고한 작별 인사를 부드러운 비처럼 지면에 떨구고 레녹스가 은실을 당긴다.

순식간에 물방울 나무도 물방앗간도 간판도 작은 상자도 물로 변해서 땅으로 떨어져 간다.

첨벙하고 커다란 물보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환상이 사라지듯이 정원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신기한 정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레녹스의 발치에 낡은 보라색 개구리 모양을 한 장식물이 떨어져 있었다.

콜린의 마도구의 정체인 모양이다. 보라색 개구리 장식물 옆에는 꼭 기대듯이 마나석이 나뒹굴고 있었다.

소중하다는 듯이 그것들을 주워 들고 레녹스가 내게 건넨다.

레녹스 : 현자님이 가지고 있어 주십시오.

아키라 : 하지만….

레녹스 : 이제 마력은 남아 있지 않겠지만 오늘 밤의 추억으로.

나는 망설인 끝에 레녹스에게 내 손을 포갰다. 보라색 개구리 장식물을 움켜쥔다.

아키라 : …알겠어요. 소중히 간직할게요.

안경 너머로 레녹스는 미소 지었다. 맑게 갠 밤하늘 아래서.

 

아키라 : (그립네…. 그 신기한 비의 정원…)

보라색 개구리 장식물을 가만히 손끝으로 덧그리며 빗소리를 듣는다.

그러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녹스 : 현자님.

레녹스의 목소리다. 들어오라고 재촉하자 그는 방문을 열었다.

레녹스 : 다 같이 다과회를 가지려던 참입니다. 괜찮다면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키라 : 좋아요! 오늘은 비라서 다들 마법소에 있는 모양이네요.

레녹스 : 가끔은 이런 날도 좋죠. …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보라색 개구리 장식물을 알아차린 눈치로 레녹스가 입을 연다.

레녹스 : …저도 마침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아키라 : 하하…. 비 오는 날이니까요.

레녹스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온화한 미소를 떠올린다.

레녹스 : 좋은 비네요.

살짝 애정 어린 듯한 조용한 속삭임이 빗소리에 섞여 녹아든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머금었다.

아키라 : 정말 좋은 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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