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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서머 바캉스의 선물

이벤트 스토리|제9화

by Berne 2023. 8. 13.

우리는 지금 보르다 섬의 해변 위를 빗자루로 날고 있었다.

구름이 길게 뻗은 하늘을 붉은 태양이 비추어 빨강과 주황의 그러데이션으로 물들고 있다. 파도치는 바다는 그 광경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라스티카의 빗자루를 꼭 잡은 채, 나는 주위를 바라다보고 그 경치에 넋을 잃었다.

클로에 : 현자님, 속도는 괜찮아?

아키라 : 둘 다 천천히 날아 주고 있어서 무척 편안해요.

라스티카 :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방 안의 침대처럼 편히 계셔 주세요.

클로에 : 그렇게까지 편하게 있다간 떨어질걸?

아키라 : 그래도 이렇게 예쁜 바다라면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라스티카 : 그러면 떨어질 때는 함께하겠습니다. 다 같이 헤엄치는 것도 물에 빠지는 것도 분명 즐거울 거예요.

느긋한 속도로 바다 위를 날아간다. 잔잔해진 바닷바람이 볼에 기분 좋게 와 닿는다.

빗자루가 멈춘 곳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위였다.

클로에 : 현자님, 슬슬 괜찮지 않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루루 씨에게 받은 선물을 꺼내 들었다. 단 한 번만 바다 생물이 모여든다고 하는 마법의 피리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있는 힘을 다해 불었다.

아키라 : …아.

고요했던 수면이 불현듯 요동치기 시작한다.

크게 파도가 일고 은색으로 빛나는 지느러미가 여럿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일제히 뛰어올랐다.

아키라 : 돌고래야…!

클로에 : 와아, 다들 정말 예쁜 눈을 하고 있어! 이렇게 많이 모여들다니….

돌고래 떼는 우리의 움직임에 맞춰 뛰어오르며 따라온다.

한동안 무리와 하나가 된 것처럼 돌고래들과 나란히 계속 날아갔다.

하늘을 태우는 저녁노을을 등지고 춤추듯이 헤엄치는 돌고래들. 그 아름다운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키라 : (내 인생에 이런 멋진 일이 일어나는구나…)

이 세계에 와서 몇 번 느꼈는지 모를 생각을 오늘 또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느낀다.

라스티카 : 멋진 선물을 받았네요.

돌아보자 라스티카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옆모습을 석양빛이 물들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눈빛은 세상 그 자체를 끌어안듯이 사랑스럽고 자애로 가득 차 있었다. 어쩌면 이리도 청아하고 아름다운 사람일까.

아키라 : 라스티카 덕분이에요.

라스티카 : 그럴 리가요, 현자님. 피리를 주신 건 루루 씨입니다.

석양이 타오르며 지평선 너머로 진다. 돌고래 떼는 이윽고 우리 곁을 떠나 먼 바다로 돌아갔다.

 

해도 완전히 저물고 섬에 밤이 내려앉은 시각. 바닷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피가로 일행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고성 테라스에 모였다.

피가로 : 다들 잔은 들었어?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 준 보르다 섬에게, 건배.

테라스는 역사 깊은 멋과 개방감이 물씬 느껴지는 모던한 공간이었다.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 보르다 섬의 항구를 어디서든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거리의 불빛과 바다에 떠 있는 어선의 빛이 깨뜨린 유리를 흩뿌린 것처럼 밤경치를 수놓고 있다.

밑으로는 야경, 위로는 별하늘이 위치한 최고의 장소는 우리에게 특별한 기분이 들게 해 주었다.

아키라 : 피가로, 레녹스. 파티 준비, 감사해요.

피가로 : 마음에 들었어?

아키라 : 네, 물론이죠! 경치는 근사하고 음식도 맛있어요.

레녹스 : 음식이나 음료는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부족하면 말씀해 주십시오.

브래들리 : 고기가 부족해.

레녹스 : 보고가 빠르군.

브래들리 : 말하라고 해서 말한 거잖아.

클로에 : 고기라면 아직 저기에 많이 있어!

브래들리 : 저런 건 한 입 거리고.

클로에 : 어…?

리케 : 보세요, 브래들리의 한 입은 이상합니다.

미스라 : 뭐든 상관없지 않습니까. 배에 들어가면 똑같을 텐데요.

브래들리 : 너, 그거 네로 앞에서는 말하지 마라…?

라스티카 : 와아, 이건 처음 보는 와인이네.

레녹스 : 귀중한 와인이라는 듯해. 오늘 밤의 파티에 마시라며 고성의 주인이 들고 와 주었어.

라스티카 : 멋진걸. 그러면 바로 열어… 이런.

레녹스 : !

와인병은 도망치듯 라스티카의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 그대로 바닥에ー.

라스티카 : ….

레녹스 : …. 괜찮아. 받았다.

라스티카 : 고마워. 하마터면 깨트려 버릴 뻔했네. 나는 아무래도 멍한 데가 있어서.

레녹스 : …와인은 내가 열지.

라스티카 : 그래 주겠어?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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