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바자르에 온 라스티카는 아까 진주를 산 가게 앞에 멈춰 섰다.
노파 : 음? 아까 그 형씨 아닌가. 또 찾는 게 있는 모양이구먼?
라스티카 : 이번에는 산호를 찾고 있습니다.
노파 : 산호라. 아까 산 진주보다 값이 더 나갈 거야.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 하네.
할머니는 주름진 손을 펴서 금액을 표시했다. 시세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다.
라스티카 : 공교롭게도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없어서 이 반지로 대신하면 어떨까요.
라스티카는 웃옷 안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더니 할머니에게 건넸다.
클로에 : 라스티카…! 그거 소중한 반지잖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반지를 유심히 들여다본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떠보듯이 이렇게 물었다.
노파 : …당신, 산호를 어디다 쓰려는 게지?
라스티카 : 바다에서 만난 아름다운 이를 구해 주고 싶습니다.
할머니는 코웃음을 치고 산호를 라스티카에게 내주었다.
노파 : 흑심은 신세를 망칠 걸세.
라스티카는 미소 지으며 산호를 그녀의 귓가에 가져다 댔다. 길 잃은 아이를 위로하는 듯한 다정한 몸짓이었다.
라스티카 : 그녀가 기뻐해 준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진주도 산호도 아름답고 처연한 그 눈동자에 잘 어울릴 테니까요.
아키라 : (…아.)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에 숨겨져 있던 할머니의 눈동자는 루루 씨의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 색과 똑같았다.
라스티카 : 멋진 산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지를 주고 산호를 손에 넣은 라스티카는 가게를 나섰다.
노파 : ….
라스티카 : 자, 받으세요. 찾으시던 산호입니다.
루루 : …고마워.
루루 씨는 진주를 받았을 때처럼 들뜬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딘가 불편한 얼굴로 받아 든 산호를 바라보고 있다.
루루 : ….
바다는 이제 곧 해가 진다.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파도 소리가 속삭이듯 부드럽게 귓가를 스친다.
아무런 말이 없던 루루 씨는 머뭇거리며 라스티카를 올려다보았다.
루루 : 사실 진주도 산호도 찾았어. 그러니까… 이건 당신한테 돌려줄게.
그녀가 내민 손바닥에는 라스티카가 선물한 진주와 산호가 놓여 있었다.
라스티카는 속눈썹을 펄럭이며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라스티카 : …정말로 괜찮으신가요?
루루 씨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루루 : 괜찮아. 나, 지금 정말 기쁘거든. 오랜만에 쓸쓸한 기분이 아니게 됐어.
루루 씨의 미소는 이제껏 우리가 본 어떤 표정과도 달랐다.
포장지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것이 아니라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소박하고 천진한 웃음이었다.
루루 : 이거, 당신에게 주는 선물.
루루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손에 무언가를 꼭 쥐여 주었다.
루루 : 여러모로 고마워. 보르다 해변과 서머 바자르를 즐기다 가 줘.
환하게 웃고 그녀는 떠나갔다. 모래사장에 남은 발자국이 멀어져 간다.
아키라 : (…뭘 준 거지?)
손을 펼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키라 : 앗, 이거…!
거기에는 본 적이 있는 조개껍데기가 일곱 빛깔로 반짝이고 있었다.
아키라 : 할머니 가게에서 본 마법의 피리….
클로에 : 어? 이 피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게….
클로에도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클로에 : 그렇다는 건…. 그 가게의 할머니와 루루 씨는….
동일 인물이었을 것이다.
불우한 딸과 가게의 노파라는 두 개의 얼굴을 이용해, 그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접근해 온 남자에게서 돈을 뜯어내 왔던 것이 분명하다.
정열적이고 어딘가 처연한 그 눈동자 색이 뇌리를 스친다.
클로에 : 라스티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라스티카 : 뭘 말이야?
아키라 : 루루 씨의 정체를….
라스티카 : 아, 그녀는 정말 기뻐했죠.
라스티카 : 소중한 진주도 산호도 찾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사람이 진심으로 웃는 모습만큼 멋진 것은 없어요.
화병에 꽃을 장식하듯이,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듯이. 아주 자연스레 그렇게 말하고 라스티카는 미소를 머금었다.
자기가 그녀에게 베푼 것이 상냥함이나 온정이라고는 깨닫지도 못한 것처럼.
문득 어깨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클로에와 나는 얼굴을 마주 보고 웃었다.
클로에 : …속일 생각이 없어진 거겠지. 그도 그럴 게, 라스티카의 친절에는 다른 마음 같은 게 없는걸.
클로에 : 라스티카는 저 사람이 쓸쓸해 보였기 때문에 기쁘게 해 주고 싶을 뿐이었던 거야.
아키라 : 그렇겠죠…. 거짓이고 진실이고 그런 게 아니라.
라스티카에게는 그녀가 웃을지 웃지 않을지, 그것만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루루 씨에게도 분명 전해졌을 것이다. 떠나가는 그녀의 눈동자는 외로워 보이는 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클로에 : 내 스승은 정말 멋진 사람이라니까!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모래사장에 파도가 밀려온다. 파도가 칠 때마다 루루 씨의 작은 발자국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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