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 실 준비는 됐고. 베틀도 됐고. 이제 올해 "달맞이 의식"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겠어.
마을 사람 : 이봐, 엠마. 일이 난처하게 됐다.
마을 사람 : 매년 달맞이 의식을 치러 준 마법사 영감이 올해는 사퇴하고 싶다고 말을 전해 왔어.
엠마 : 어, 말도 안 돼…. 마을 전통 축제잖아. 다들 매년 기대하고 있는데 어째서?
마을 사람 : 올해 <거대한 재앙>은 뭔가 이상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겁을 먹었거든.
엠마 : 으음. 우리 마을은 괜찮은 것 같은데….
마을 사람 : 그렇다 해도 축제에 참석해 줄 마법사가 없으면 의식을 치를 수 없으니까.
마을 사람 : 올해는 달맞이 의식 자체도 관두는 게 좋으려나. 기껏 매년 이어져 왔는데….
엠마 : …그렇지, 좋은 생각이 났어! 나, 수도 근처에 있는 마법소라는 곳에 다녀올게.
엠마 : 현자님과 선택받은 마법사들이 <거대한 재앙>의 피해 상담에 응해 준대.
마을 사람 : 수도라고? 그런 먼 곳에 엠마 혼자서는 보낼 수 없지.
마을 사람 : 게다가 연줄도 없잖아. 시골뜨기가 찾아가 봤자 상대해 줄 리가 없어.
엠마 : 걱정하지 마, 나는 촌장의 딸이야. 제대로 혼자서 갈 수 있어.
엠마 : 그리고 연줄이라면 있어. 난처한 일이 생기면 오라고 그 사람이 말했는걸!
??? : 아하하! 와아~!
아키라 : (응? 아이의 웃음소리 같은데, 이건…)
홀에서 들려온 것은 귀에 익은 목소리치고는 묘하게 어린 분위기였다.
설마설마하며 들여다보니 생각한 대로 새하얀 마법사가 어째선지 목마 장난감에 올라타서 들떠 있다.
스노우 : 잘되었구나, 오웬.
화이트 : 즐거우냐, 오웬.
오웬 : 응, 즐거워. 기사님 같아!
아키라 : (기묘한 상처의 오웬이야…)
<거대한 재앙>과의 전투로 오웬이 입은 상처는 지금과 같은 어린 인격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언제 변하는지에 대한 징조도 없고….
오웬 : …하?
스노우 : 호오, 원래대로 돌아온 모양이구나.
언제 원래대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징조도 없다. 정말 기묘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화이트 : 호호호, 조금 전까지의 그대는 정말 사랑스러웠단다.
오웬 : 나는 계속 그대로인데? 이것도 기사님이 좋아할 법한 목마를 부숴 주려고 했던 것뿐이야.
오웬 : 《quare morito》
스노우 : 어허, 오웬! 장난감에 대고 그러지 말거라.
오웬 : 시끄럽네. 너도 똑같이 망가뜨려 줄까? 쌍둥이 둘이 나란히 유령이 되면 딱 좋을 거 아냐.
미스라 : 당신이야말로 시끄럽습니다, 오웬. 모처럼 잠이 올 것 같았는데….
화이트 : 오, 미스라. 오늘은 어디서 자고 있었던 게냐?
미스라 : 저기 계단 뒤편입니다. 자기에는 불편합니다.
화이트 : 계단은 자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니 말이다.
브래들리 : 아, 빌어먹을! 드디어 돌아왔군.
아키라 : 브래들리. 다, 다녀오셨어요?
브래들리 : 그래, 지금 왔다.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현자, 뭔가 먹을 거 안 가지고 있냐?
아키라 : 죄송해요, 지금은 아무것도…. 혹시 또 재채기로 어디론가 날아갔던 건가요?
브래들리 : 그거 말고 뭐가 있겠냐. 이번에는 서쪽 국가 변두리야. 덕분에 돌아오는 데 꼬박 하루 걸렸다고.
브래들리 : 야, 이 기묘한 상처라는 걸 낫게 하는 방법은 없는 거냐. 네 녀석이 작정하고 나서면 어떻게든 되는 거 아니야? 어, 현자님?
미스라 : 저도 슬슬 한계입니다만. 빨리 고쳐 주시죠, 현자님. 자, 어서.
아키라 : 으어어, 죄송합니다….
스노우 : 요 녀석들, 브래들리도 미스라도. 현자를 위협하지 말거라.
화이트 : 기묘한 상처의 해결책은 우리도 계속 찾고 있느니라. 뭔가 방법이 있다면 진작 시험해 봤을 게다.
브래들리 : 칫!
미스라 : 하아…. 쓸모없는 사람들이네요.
북쪽의 마법사들은 모두 지난번 <거대한 재앙>과 싸웠기 때문에 전원이 다 상처를 입었다.
기묘한 상처의 내용에 차는 있지만, 어떻게든 하고 싶은 것은 모두 같을 것이다.
미스라 : 그렇지, 오웬. 당신의 기묘한 상처도 이제 자백하는 게 어떻습니까?
브래들리 : 아, 분명 네 녀석의 상처는 아직 듣지 못했지. 냉큼 불어 버리라고.
아키라 : 오웬의 상처는, 그게….
오웬 : 현자님.
아키라 : 히익!
갑자기 오웬의 얼굴이 내 귀에 맞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온다.
오웬 : 바보 같은 내가 된다는 건 절대로 다른 녀석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아.
오웬 : 만약 퍼뜨렸다간… 너도 조각내서 퍼뜨려 버릴지도 몰라.
속삭이는 듯한 소리인데 얼음처럼 차가워서,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에 온몸이 떨린다.
아키라 : 마, 말 안 할게요, 절대로.
오웬 : …얼른 고치는 방법을 찾아내.
온 힘을 다해 끄덕이자 오웬은 냉소를 지으며 물러섰다.
브래들리 : 대놓고 비밀 이야기냐? 현자, 그 자식이 뭐라고 했는지 말해 봐.
오웬 : 비밀 이야기 같은 건 하지 않았어. 나랑 현자님은 정말 사이가 좋거든. …그렇지, 현자님?
아키라 : 아, 네! 그렇죠.
아키라 : (기묘한 상처를 알리고 싶지 않은 마법사에게 강요는 하기 싫어. 어서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콕 로빈 : 현자님~! 계신가요~? 손님이… 헉, 으앗! 북쪽의 마법사 여러분!?
아키라 : 콕 로빈 씨, 안녕하세요.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손님이 왔나요?
콕 로빈 : 아, 네! 현자님을 만나고 싶다고 찾아오신 분을 데려왔습니다. 여기, 이분이에요.
엠마 : 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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