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나타난 것은 소박한 인상의 여자아이였다. 원래 세계라면 초등학생이나…. 많이 봐도 중학생 정도일까.
콕 로빈 : <거대한 재앙>과 관련된 상담이라고 해요. 그러면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화이트 : 웬걸, 아주 귀여운 손님이구나.
스노우 : 아가씨, 오늘은 우리에게 무슨 일로 온 게냐?
엠마 : 처, 처음 뵙겠습니다. 행복의 마을이라는 곳에서 온 엠마라고 해요. 난처한 일이 생기면 여기로 와도 된다는 말을 듣고….
브래들리 : …음? 너 혹시 중앙 끄트머리 마을에 사는 녀석이냐?
엠마 : 아! 브래들리 씨, 있었구나! 다행이다. 나 당신을 만나러 왔어!
아키라 : 어? 브래들리, 아는 분인가요?
브래들리 : 그래. 얼마 전에 재채기로 날아간 마을에서 만났지.
스노우 : 우리 브래들리를 만나러 왔다고? 뭐야, 뭐야. 혹시 새콤달콤한 이야기?
화이트 : 이런 어린 여자아이를 낚다니 우리 브래들리도 참, 죄 많은 남자구나.
스노우・화이트 : 꺄아~!
브래들리 : 멍청아, 그런 거 아니야. 너, 이 몸을 믿고 여기까지 온 건가?
엠마 : 응. 난처한 일이 생기면 여기로 오라고 당신이 그랬잖아.
엠마 : 이야기하고 싶은 건 많이 있지만, 우선 마을에서 당신이 실컷 마시고 먹은 만큼의 대금을 치러 줘야겠어!
브래들리 : 뭐?
스노우 :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빚 독촉….
화이트 : 브래들리야….
아키라 : …브래들리, 무전취식이라도 한 건가요?
브래들리 : 왜 내가 나쁜 것처럼 되는 거야. 손님은 대접하는 게 일반적이잖아.
엠마 : 당신은 초대한 손님이 아닌걸. 그런데 마을 비축 식량을 거의 다 먹어 버려서 혼이 났어!
엠마 : 새로 마법사도 구해야 하는데 축제 준비하느라 돈도 없고….
아키라 : 축제가 있나요?
엠마 : 보통 축제와는 조금 다를 거예요. 행복의 마을에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으로, 달맞이 의식이라는 신성한 의식이거든요.
아키라 : 달맞이 의식….
엠마 : 네. <거대한 재앙>에 춤과 음악을 바치는 축제예요. 이 의식 덕분에 저희 마을은 재앙의 피해를 입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키라 : …피해가 없다고요? 한 번도 없다니, 이번 재앙에서도 말인가요?
엠마 : 네. 그래서 저희에게 달맞이 의식은 정말 중요한 축제예요!
브래들리 : 고작 축제로 재앙의 영향을 막을 수 있다고? 그런 게 가능하겠냐….
스노우 : 당장은 믿지 못하겠다마는, 이런 어린아이가 파견을 나온 것을 보면 정말로 평화로운 마을일지도 모르겠구먼.
미스라 : 하아, 너무 시골이라 <거대한 재앙>의 피해가 없었다는 건가요?
화이트 : <거대한 재앙>에는 시골도 도시도 상관없다. 특히 이번 재앙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였지.
화이트 :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역시 부자연스럽구나.
스노우 :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르겠구나. 그 달맞이 의식이라는 게.
미스라 : ….
아키라 : 저기, 이야기가 샜는데 엠마 씨의 상담은 브래들리의 식대가 끝인가요?
엠마 : 아뇨, 그것도 물론이지만 하나 더 난처한 일이 있어서요….
엠마 : 사실 마을에서 달맞이 의식을 중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엠마 : 항상 협력해 주신 마법사 어르신께서 올해의 <거대한 재앙>은 이상했던 터라 참가하기 싫다고 거절을 하셨어요.
엠마 : 수도는 큰일이 났다고 들었는데 저희 마을에서는 올해도 정말 아무런 피해도 없었단 말이죠.
엠마 : 그러니까 앞으로도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도 저는 축제를 계속 열고 싶어요. 오늘은 그 일을 현자님에게 상담하러 온 거예요.
스노우 : 그렇구먼. 달맞이 의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마법사의 협력이 필수라는 게지?
엠마 : 맞아요! 그러니 새로운 마법사를 찾아야 하는데요….
화이트 : 하면 마침 잘되었어. 여기에 있는 우리는 모두 마법사란다.
스노우 : 올해 축제에는 우리가 협력해 주마. 어떠하냐, 현자?
아키라 : 스노우와 화이트가요? 괜찮겠어요?
화이트 : 그래. 만약 정말로 달맞이 의식에 <거대한 재앙>의 영향을 물리치는 비밀이 있는 거라면….
스노우 : 우리가 받은 기묘한 상처를 낫게 할 힌트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도와줄 가치는 있지.
브래들리 : …그렇군. 재채기에 시달리는 생활에도 지긋지긋해진 참이야.
브래들리 : 좋아, 이 몸도 협력해 주지.
오웬 : 나도 좋아. 도와줄게.
미스라 : 저는 잘 수만 있다면 뭐든지 좋습니다.
아키라 : 다들…!
북쪽의 마법사 전원이 협력하겠다고 나선 사실에 감동이 치밀어 오른다.
한데 모으는 것만 해도 고생해야 하는 그들이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해 주다니,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아키라 : 감사해요…! 엠마 씨, 저희가 협력할 테니 올해도 꼭 달맞이 의식을 개최하도록 해요.
엠마 : 와아, 고마워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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