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멋진 제안이었다.
하지만 다들 그런 제안이 브래들리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틸 : 브래들리 씨가 그런 말을 하다니….
브래들리 : 뭐야, 그럼 안 되냐.
브래들리는 멋쩍은 듯이 얼굴을 찡그린 뒤, 조용한 눈빛으로 미틸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브래들리 : 죽은 사람은 존경받아야 해. 이런 무책임한 세상에서 돌이 되는 것까지 건성으로 하면….
브래들리 : 살아가는 것도 건성으로 살게 되지.
피가로 : ….
브래들리 : 정신 나간 바보가 있었기에 정신 나간 바보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어.
브래들리 : 그 녀석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정신 나간 바보가 돼서 춤추자고.
씩 웃는 브래들리를 향해 루틸이 힘차게 손을 들었다.
쭉 뻗은 손끝에 빗방울이 튀어 반짝반짝 빛난다.
루틸 : 찬성이에요!
미틸 : 저도 찬성해요!
화이트 : 나도 찬성이니라!
스노우 : 클로로스처럼 물웅덩이에서 뛰어놀고 달빛이 비치는 연못에서 춤추는 게야!
피가로 : 아하하. 좋은데. 기왕 오게 된 거 좀 더 이 정원을 즐기자.
피가로 : 즐거운 이별을 하자고.
미스라는 말없이 귀를 긁적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고 단념한 듯이 한숨을 내쉰다.
미스라 :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클로로스의 정원에서 밤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미스라 : ….
미틸 : 미스라 씨….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미스라 : …네. 뭡니까?
미틸 : 저기….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어머니의 친구였죠?
미틸 : 저는 어머니를 뵌 적이 없어서…. 괜찮다면 들려줄 수 없을까요?
미스라 : …어땠냐니…. 치렛타는 강한 마녀였습니다. 웃고 있을 때가 많았네요.
미틸 : 그런가요? 잘 웃는 사람이었다는 건 행복하게 살았던 건가요?
미스라 : 글쎄요…. 인간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돌이 되는 게 행복이라면 행복했던 거겠죠.
미틸 : ….
미틸 : 제가 싫은가요?
미스라 : 어째서죠.
미틸 : …. 저를 낳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요….
미스라 : 이상한 말을 하는군요. 그 여자는 자신의 의지를 끝내 관철시킨 것뿐입니다.
미스라 : 여러 이별과 저울질한 결과, 당신을 낳는 것을 선택했죠.
미스라 : 저는 뭐, 선택받지 못한 것뿐입니다.
미틸 : ….
미스라 : 뭐라고 할까…. 당신은 그녀의 선택지인 듯합니다.
미틸 : …에헤헤. 그렇게 말해 주셔서 기뻐요.
미틸 : 어머니가 안 계셔서 쓸쓸하지만…. 이렇게 어머니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형님도 있고….
미틸 : 미스라 씨가 어머니와 함께했던 것처럼, 피가로 선생님과 레노 씨가 있어 주기에 쓸쓸하지 않아요.
미스라 : 그렇습니까.
미틸 : 네. 항상 지켜봐 주셨거든요. 저희를 지켜 주셨어요.
미스라 : ….
미틸 : 미스라 씨…. 어디 가는 건가요?
미스라 : 애를 보는 데 질렸습니다. 그러니 한발 양보하고 오겠습니다.
미스라 : 레녹스.
레녹스 : …미스라…. 미틸은? 너를 만나러 가지 않았나.
미스라 :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뒷일은 당신과 피가로에게 맡기겠습니다.
레녹스 : ….
미스라 : 죽게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루틸도, 미틸도.
레녹스 : …물론이지.
루틸 : 근사한 정원이네요. 없어지는 게 아까워요.
아키라 : 그러게요….
나는 연못가를 루틸과 브래들리와 함께 걸었다.
빗소리가 그치지 않는 정원. 하지만 오늘 밤, 마침내 기나긴 비가 끝난다.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정원을 둘러보니 흔한 미소가 기적처럼 가득했다.
레녹스 옆에서 미스라가 웃고 있다. 그의 안경을 벗기고 써 보기도 하면서 즐거워 보인다.
웅덩이 물을 튀기며 미틸이 피가로 곁으로 달려간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자랑하는 듯하다. 자랑하는 미틸보다 기쁜 모습으로 피가로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부드러운 빗소리에 감싸인 채, 쌍둥이가 손을 맞잡고 춤춘다.
손발을 딱 맞춰서. 마음을 겹치며.
브래들리 : 좋은 곳이었어.
루틸 : 정말이에요…. 무척 멋진 곳이에요.
꾹 참는 것처럼 미소를 머금으며 루틸이 조용히 눈물짓는다.
브래들리는 그 눈물을 발견하고 놀리면서 웃었다. 루틸도 울다 웃으며 때리는 시늉을 한다.
나도 가슴에 북받쳐 오르는 게 있었다. 비에 떠내려가듯 잃어 가는 것. 잃어버린 것들.
잃어버릴 걸 알면서 사랑할 수 있을까.
잃어버렸다는 걸 알고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피가로 : 현자님!
피가로가 부르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바로 위를 가리키며 피가로가 웃는다.
피가로 : 얼마 안 남았어. 밤이 올 거야.
그 목소리를 신호로 하듯, 브래들리가 나와 루틸을 양옆에 안았다.
브래들리 : 좋았어! 기운차게 가 보자고!
아키라 : 네?
루틸 : 와앗…!
브래들리는 힘차게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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