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벤트 1/비긋는 개구리의 에튀드~남쪽&북쪽~

이벤트 스토리|제3화

by Berne 2023. 2. 9.

안뜰에 다다르자 오웬이 두 팔에 양을 안고 있었다.

식탁에 올려지게 될까 봐 나는 반사적으로 경계했다. 하지만 어딘가 상태가 이상했다.

오웬 : 복슬복슬, 복슬복슬. 아이, 따뜻해.

어색한 손짓으로 즐거운 듯이 양털을 빗고 있다. 그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천진난만했다.

아키라 : (이건…. 설마…)

레녹스 : 오웬. 그 양은 내 소중한 양이다. 돌려줄 수 없을까.

레녹스가 말을 건네자 오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양을 끌어안고 천천히 일어선다.

그대로 나무 그늘에 숨었다.

레녹스 : 오웬…?

평소에는 대담하고 겁이 없는 오웬이 나약한 모습으로 이쪽을 엿보고 있다. 레녹스는 의아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키라 : (아마 재앙의 기묘한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된 거야…)

아키라 : (레노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오웬은 남에게 상처에 대해 알리기 싫은 것 같았는데…)

레녹스 : 양을 돌려주지 않겠나?

오웬 : …싫어….

레녹스 : 심술부리지 말아 줘. 너는 고기보다 단걸 더 좋아하지 않나.

오웬 : 단거….

레녹스 : 그래.

오웬 : 으음…. 단거 가지고 있어?

레녹스 : 아니…. 없다만….

오웬 : ….

레녹스 : ….

이상한 눈싸움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레녹스가 먼저 이변을 알아차린다.

레녹스 : …오웬 상태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키라 : 아…. 그게…. 이상한 걸 먹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기묘한 마법의 열매라든가….

레녹스 : 아, 어쩐지….

레녹스는 안경을 밀어 올리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웅크려 앉는다.

레녹스 : 오웬. 그 애를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어. 그 애의 친구도 함께 갈 거야.

오웬은 색이 다른 눈동자로 나무 그늘에서 빤히 레녹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녹스 : 혼자 두고 가는 건 불쌍하지 않나. 그 애를 돌려줘.

오웬 : 나는…?

레녹스 : 음?

오웬 : 나는 버리고 가도 돼?

문득 톡 하고 작은 빗방울이 땅에 떨어졌다.

습한 공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부드러운 비가 쏴아 내리기 시작한다. 은빛 하늘은 고요하고 어둑하다.

레녹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오웬에게 제안했다.

레녹스 : 네가 가고 싶다면 데려가지. 어차피 미스라나 다른 사람들도 갈 거다. 어떻게 하고 싶지?

오웬 : ….

아키라 : 괜찮나요, 레녹스…?

레녹스 : 안 될지도 모르지만…. 쌍둥이 선생님도 피가로 선생님도 있지 않습니까. 두고 가는 게 마음이 아픈 건 이해합니다.

나는 레녹스를 바라보았다. 오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가 입을 연다. 툭 하고 떨어진 말은 빗소리 같았다.

레녹스 :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죠.

부드러운 비에 젖어도 춥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았다. 그저 지면의 색이 서서히 변해 간다.

오웬은 연달아 눈을 깜빡였다. 이윽고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한 걸음으로 양을 안고 나무 그늘에서 나온다.

오웬은 조용히 레녹스에게 양을 내밀었다.

레녹스가 양을 받아 들고 웃는다.

레녹스 : 고맙다.

오웬 : ….

오웬은 홱 몸을 돌렸다. 도망치듯 뛰어가는 등을 향해 레녹스가 살짝 소리 높여 외친다.

레녹스 : 같이 안 가는 건가.

오웬 : 안 가.

그 목소리는 겁에 질린 것처럼 들리기도, 장난감을 내던지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비웃는 듯한 냉소의 울림 같기도 했다.

어깨너머로 언뜻 본 눈빛은 차갑고 날카롭다. 그게 아이의 변덕인지 원래대로 돌아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오웬의 곁에서 돌아온 양은 레녹스의 팔에 안겨 기쁜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레녹스 : 루틸 같군.

아키라 : 양이요…?

레녹스 : 오웬이 말입니다. 어린 시절에 제 안경을 무서워해서…. 저런 식으로 경계를 했죠.

레녹스가 양을 끌어안는 손놀림은 마치 어린아이를 껴안는 것 같았다.

나는 레녹스와 남쪽 형제들 사이에 있는 수많은 소중한 추억을 느꼈다.

얼마 전, 그가 미스라에게 한 말을 머리 한구석에 떠올리면서.

'나로는 루틸과 미틸을 지키지 못한다는 건가?'

오웬이 사라진 안뜰을 바라보며 레녹스는 작게 중얼거린다.

레녹스 : …비에 젖지 않으면 좋겠는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