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 왠지 오늘은 비가 내릴 것 같네….
아키라 : …비 하니까….
나는 책상 서랍 속에서 개구리 모양을 한 장식물을 꺼냈다. 낡고 금이 간 보라색 개구리.
조심스레 개구리 장식물을 손으로 덧그리며 나는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아키라 : 추억이네…. 그건 남쪽 국가의 마법사들과 처음 임무를 하러 갔던 날의 일이었지.
책상 위에 살며시 올려놓은 개구리 돌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는다. 창문 밖에서는 빗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쪽 국가의 마법사들의 첫 임무가 결정되었을 때, 루틸과 미틸은 소리 높여 기뻐했다.
미틸 : 신난다! 저 노력해서 현자님과 모두의 도움이 될게요!
루틸 : 드디어 임무네요, 현자님. 조금 떨리지만 다치지 않도록 열심히 해 봐요!
그런 두 사람을 레녹스가 다정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레녹스는 과묵하고 언뜻 보기에 무뚝뚝해 보이지만, 무척 친절하고 남을 잘 보살피는 마법사다.
수많은 전쟁을 겪은 전사이기도 한 그는 이제 막 현자의 마법사가 된 형제를 언제나 넌지시 챙겨 주고 있었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과 나도 곁에 있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충분히 조심하자.
루틸・미틸 : 네!
아키라 : 힘을 내요, 루틸, 미틸! 저도 동행할 테니까요!
미틸 : 현자님도 지켜 드릴게요! 그래서 어떤 임무인가요?
레녹스 : 조사야. 남쪽 국가의 황야를 여행한 사람에게서 기묘한 보고가 있었다.
레녹스 : 황야 속에 비가 그치지 않는 이상한 무인 마을을 발견했으니 살펴봐 주었으면 좋겠다더군.
루틸 : 비가 그치지 않는 마을…. 비가 그치지 않는다니 큰일이네요. 홍수나 산사태가 일어나겠어요.
레녹스 : 그래. 서둘러 조사하고 손을 써야겠어.
미틸 : 우리 고향을 지키기 위한 일이네요! 기뻐요!
미틸 : 높으신 분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학교 친구도 제 소문을 들을까요?
루틸 : 소문으로 알게 되면 섭섭하지. 힘내서 맹활약을 하면 부끄러워 말고 편지를 써 봐.
루틸 : 고향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눈부시게 활약을 했던 것 같으니 모두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요 라고.
미틸 : 하지만…. 잘난 체하는 줄 알고 친구들이 싫어하진 않을까요?
루틸 : 노력한 사실을 칭찬받고 싶은 건 잘난 체하고는 다르니까 괜찮아. 경험을 서로 나누는 건 중요하니까.
미틸 : 알겠어요! 멋진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임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임무가 잘 풀렸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 형제들을 보며 레녹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레녹스 : 임무에 나서기 전에 조사할 때 유념해야 할 것들을 가르쳐 주지. 나중에 내 방으로 와 줘.
미틸 : 피가로 선생님은요?
레녹스 : 물론 피가로 선생님도 함께….
그때 느릿하게 등 뒤에서 미스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스라 : 안 됩니다.
미틸 : 앗…! 미스라 씨…!?
미스라 :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임무 같은 건 그만둬 주시겠습니까. 성가시거든요.
루틸・미틸 : 네!?
미스라 : 뭘 되묻는 겁니까. 루틸도 미틸도 약하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아 주시죠.
루틸과 미틸을 내려다보며 미스라는 귀찮다는 듯이 말을 툭 내던졌다.
횡포한 그 말에는 일단 이유가 있었다. 미스라는 남쪽 형제를 지키겠다고 그들의 어머니인 치렛타와 약속을 한 것이다.
약속을 깨트리면 마법사는 마력을 잃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두 사람을 지나치게 보호했다.
아키라 : (과보호라고 할까, 강압적인 안전 관리라고 할까…. 루틸과 미틸은 발끈했어…)
루틸 : 미스라 씨. 걱정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미스라 : 하아, 별로 안 하는데요.
루틸 : 저희도 현자님의 마법사예요. 저희 역시 모두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지키…, 냐악…!
미스라에게 코를 꼬집혀 루틸은 짓눌린 고양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미틸의 코도 꼬집는다.
미틸 : 냐악…!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미스라 : 무슨 말을 하려는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너무해요, 미스라 씨 라든가. 아무튼 당신들은 마법소에 남습니다.
미스라는 레녹스를 바라보더니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나직이 말했다.
미스라 : 피가로와 당신이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 아닙니까. 적당히 해치우고 와 주시죠.
레녹스는 끼었던 팔짱을 풀고 안경을 밀어 올렸다.
미스라에게 압도되지도, 그렇다고 성을 내지도 않고 침착하게 반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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