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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꽃피는 숲에 진실한 사랑을

이벤트 스토리|제10화

by Berne 2023. 1. 26.

남자 : 당신, 잔이 비어 있군. 꽃술 한잔 어때?

오웬 : 됐어. 그보다 장난감 내장 같은 하얗고 흐물거리는 게 먹고 싶어.

남자 : 하? 뭐라고?

오웬 : 달콤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인형의 내용물 같은 거 말이야. 없어?

카인 : 오, 웬일이야. 오웬이 이런 자리에 남아 있다니. 먼저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오웬 : 아서가 축제에는 케이크도 많이 나온다고 해서 어울려 준 것뿐이야.

 

카인 : 네 접시, 산처럼 케이크가 놓여 있네. 왕도 내의 케이크 가게를 돌 건데 벌써부터 그렇게 먹어도 괜찮겠어?

오웬 : 흐응, 정말로 사 줄 생각이구나.

카인 : 당연하지. 착각이라곤 하지만 내 입으로 선언한 거니까.

카인 : 그래도 내 주머니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 부분은 좀 봐달라고.

오웬 : 네 사정 따위 알 바 아니야.

여자 : 어머, 미안해.

카인 :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여자 : 앗. 있잖아, 당신. 크림을 찾고 있다며? 가져왔어.

오웬 : 잘됐어.

카인 : 기다려, 오웬. 그 전에 할 일이 있잖아.

오웬 : 할 일?

카인 : 꽃 축제의 풍습을 잊어버린 거야?

오웬 : 풍습 같은 건 시시해. 나랑은 상관없어.

카인 : 그래도 되겠어? 크림을 못 받을 텐데.

오웬 : ….

오웬 : 투명할 정도로 순백이네. 그걸 입었다는 건 너도 신부를 꿈꾸는 거야? 있잖아, 그게 될 것 같아? 자기가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의심한 적은 없어?

여자 : 어…?

카인 : 야, 적당히 해! 미안해. 이 녀석, 솔직하지 못하거든.

 

카인 : 일부러 크림을 가져와 주는 상냥한 네가 사랑받지 못할 리가 없잖아? 거봐, 웃는 얼굴도 최고로 매력적인걸.

카인 :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상대와 행복해질 거야. 너와 맺어지는 상대는 행운아야.

아키라 : (다들 즐거워 보여…. 서쪽의 마법사도 있어서 한층 더 시끌벅적한 것 같아.)

샤일록 : 현자님, 휴식 중이신가요?

아키라 : 네. 아까 무르와 한 곡 췄더니 녹초가 돼서요.

샤일록 : 이런, 그건 그냥 듣고 넘길 수 없겠네요. 현자님께서는 나중에 저하고도 한 곡 춰 주셔야 하는데 말이에요.

샤일록은 내 앞에 물이 담긴 잔을 놓고, 자신은 꽃술을 듬뿍 따른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키라 : 마리에 씨와 티감 씨가 샤일록의 꽃술을 좋아해 줘서 다행이었죠.

샤일록 : 네. 정령과 그 부인께서 만족해 주셨다면 술집 주인으로서 가치가 높아질 겁니다.

무르 : 아하하. 빙글빙글 돌았더니 눈이 핑핑 돌 것 같아!

여자 : 저기, 이번에는 나랑 춤추자!

여자 : 기다려, 나도 추고 싶어!

무르 : 좋아!

여자들 : 정말!?

무르 : 너희가 둘이서 춤추면 딱 되겠네! 나는 그 구두 소리로 춤춰야지!

아키라 : 그렇게 춤췄는데…. 무르는 기운이 넘치네요.

샤일록 : …출가한 공주는 숲의 정령과 사랑을 나누고 그와 동화되는 운명을 선택했죠.

샤일록 : 언젠가 무르도 <거대한 재앙>과 동화되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아키라 : …그래도 분명 샤일록은 무르의 소중한 친구일 거예요.

샤일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쓸쓸한 건지 기쁜 건지 알 수 없는 미소였다.

 

비가 갠 뒤의 물방울이 눈부시게 빛나는 해 질 무렵, 시끌벅적했던 꽃 축제는 막을 내렸다.

임무를 마친 우리는 돌아갈 채비를 하고 마을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여자 : 기다려!

불러 세우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그곳에는 꽃 축제 도중에 길에서 만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똑바로 시노 쪽을 향해 달려왔다.

시노 : …너.

여자 : 저기… 아까는 아무 말도 못 해서 미안해.

여자 :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던 건 네가 동쪽 국가라서 싫다든가 마법사라 무섭다든가, 그런 이유가 아니야.

시노 : 뭐? 무슨 말이야.

여자 : 그렇지만 이제 막 만났는데 결혼할 수 있겠냐고 물어봐도 갑작스러워서 놀랄 수밖에 없잖아.

여자 : 우선 다정하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거나 그런 것부터 시작해 줘야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힌 그녀에게, 시노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 뒤 웃었다.

시노 : 이 마을 여자애도 귀엽군.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에 올라타더니 여자아이를 향해 손 키스를 날렸다.

시노 : 멋진 여자가 되면 언젠가 상대해 주지.

여자들 : 꺄아~!

샤일록 : …이러다 미남 지위를 빼앗기겠네요.

라스티카 : 그러게, 정말이지.

카인 : 우리도 넋 놓고 있을 수 없지.

아서 :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들 멋진 남자야. 내가 보장할게.

아키라 : 아하하. 저도 보장할게요.

시노 : 떠들고 있지 말고 얼른 돌아가자. 해가 질 거야.

샤일록 : 뭘, 그렇게 재촉하지 마세요. 조금 애태우는 정도가 어른의 소양이니까요.

샤일록 : 그윽한 향기의 여운을 음미하며 천천히 귀로에 오르도록 하죠. 네, 현자님?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져서 경치가 하얗게 물든다.

하늘에서 내려다봐도 비바라기꽃은 역시 덧없고 아름답다. 그 꽃말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한다.

진실은 때때로 모호하다. 입장에 따라 얼굴을 바꾸고, 말하는 이에 따라 이야기의 결말조차도 왜곡된다. 아무도 모르는 진실은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부디 한평생 해로한 늑대와 공주처럼, 앞으로 우리가 접해 갈 수많은 진실도 다정한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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