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매달리듯 티감이라 부른 흰 늑대를 끌어안았다.
마리에 : 시럽이 못 쓰게 되는 바람에 올해는 꽃술을 만들 수 없다길래 나,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마리에 : 기대했을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당신도 일 년에 한 번 바쳐지는 꽃술 향을 좋아했잖아…?
마리에 : 그래서 내가 어떻게든 해 주고 싶었어. 미안해. 하지만 이제 괜찮아. 올해도 꽃술은 무사히 완성됐어.
흰 늑대는 여자의 목덜미에 코끝을 가져다 댔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코를 그르렁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로서는 역시 늑대의 말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들리는 울음소리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애라는 것을.
아키라 : …혹시 이 여성분이 흰 늑대와 결혼한 설화 속 공주님…?
오웬 : 지금은 영혼만 남아서 반쯤 숲의 정령에 동화되어 있어.
오웬 : 백년해로한 거 아니야? 사람이 아닌 짐승하고.
무르 : 앗, 찾았다! 저기야!
샤일록 : 무르, 아무렇게나 달리지 마세요.
라스티카 : 아, 다들 모여 있는 모양이네.
클로에 : 다행이다~. 헤매는 일 없이 도착했어…!
아키라 : 어라, 다들…!? 왜 여기에?
무르 : 꽃술 배달 왔어!
아서 : 꽃술?
샤일록 : 완성된 꽃술은 신부를 받들어 숲의 화원에 바치는 것이 관습이지 않습니까?
샤일록 : 그래서 꽃술을 전해 드리러 온 겁니다. 본인이 직접 받으실 수 있도록 말이에요.
샤일록이 눈으로 신호를 보내자 클로에가 커다란 잔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곳에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으로 샤일록이 꽃술을 가득 따른다.
그 순간 잔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과 비슷한 향기로운 내음이 넘쳐흘렀다.
카인 : 냄새 좋은데. 이게 꽃술이구나….
샤일록 : 자, 받아 주세요.
샤일록과 클로에가 뒤로 물러섰다. 교대하듯 흰 늑대가 커다란 몸을 흔들면서 잔으로 다가갔다.
꽃술의 냄새를 맡는 것처럼 잔으로 코끝을 가져다 대더니 늑대는 하늘 높이 소리 내어 울었다. 하늘 저편까지 꿰뚫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클로에 : …? 이건….
무르 : 왠지 차가워!
아서 : 비야…! 비구름이 돌아왔어.
가늘고 부드러운 안개 같은 비가 쏟아지며 숲을 적셔 간다.
올려다보니 먹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분명 마을에도 같은 비가 내리고 있을 것이다.
마리에 : 신세를 많이 졌어. 여러모로 고마워.
아키라 : (…아…)
더없이 소중한 반려와 다시 꽃술을 나누게 된 기쁨인 걸까.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 준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리고 그녀와 흰 늑대는 서로 꼭 기댄 채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시노 : …사라졌군.
라스티카 : 함께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간 걸까? 정말 멋진 부부였어.
카인 : 하하, 그러게. 보기 좋은 부부야.
오웬 : 보기 좋다고? 민폐를 잘못 말한 거 아니야?
샤일록 : 네, 조금 소란스러운 부부였지요.
클로에 : 하긴 맞아! 그래도 다행이야. 기억이 돌아와서. 정령의 부인이면 돌아가는 길은 아무도 모를 테니까.
비가 내리는 숲에 마법사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령인 늑대와 그와 결혼한 신부. 그들이 서 있던 곳에는 흔적처럼 비바라기꽃이 떨어져 있었다.
아서 : 모두가 도와준 덕분에 꽃 축제는 성공이야. 고마워. 오늘은 마음껏 축제를 즐겨 줬으면 좋겠어.
무르 : 아서도 즐겨! 자, 꽃 장식을 달아 줄게. 우리와 똑같아!
아서 : 아하하, 그렇네. 똑같아. 어때? 잘 어울릴까?
클로에 : 굉장히 잘 어울려. 오늘 의상하고도 딱 맞아!
아서 : 클로에, 이번 옷도 정말 멋있어. 답례 인사가 늦었지만 항상 고마워.
클로에 : 에헤헤…. 고맙긴 뭘!
무르 : 하아, 기분 좋아! 있지 클로에, 나랑 춤추자!
클로에 : 어? 으아앗…!
아서 : 하하. 무르는 사교적이구나. 시노, 우리도 춤추자! 이것도 분명 소개팅이야.
시노 : 소개팅…?
라스티카 : 후후, 다들 들떠 있네. 꽃술도 정말 훌륭해. 한 잔 더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여자 : 어머, 따라 드릴까요?
라스티카 : 아, 고마워. 세심한 분이네. 이런 배려를 할 줄 알다니 혹시 나의….
클로에 : 아아아, 잠깐 기다려…! 라스티카 새장 넣어 둬! 무르는 슬슬 놓아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