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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고고한 도적의 에튀드~북쪽&서쪽~

이벤트 스토리|제8화

by Berne 2022. 10. 20.

며칠 후, 나는 서쪽의 마법사들과 중앙 국가의 북쪽 변두리에 와 있었다.

번화한 거리는 근처에 없지만 북쪽 국가와 중앙 국가를 잇고 있는 지역이라 커다란 짐을 수송하는 상인들이 많다.

이 부근에 도적들의 아지트가 있다고 한다. 그 아지트를 찾아내서 평면도를 만드는 게 서쪽의 마법사들의 일이다.

클로에 : 아지트를 찾아내서 평면도를 만든다…. 왜 평면도를 만드는 거야?

무르 : 디자인화가 좋아? 이 도적 의상도 멋있어! 도적처럼 훔쳐 버리자!

클로에 : 앗, 벨트 장식, 가져가면 안 돼!

클로에 : 의상은 도적 아지트에 잠입한다고 해서 도적처럼 보이도록 한 거야.

클로에 : 그런데 아지트에 잠입해도 도적들은 잡지 않고 우리는 평면도를 그리기만 하는 거지?

샤일록 : 네.

샤일록 : 큰 소리로는 말할 수 없지만 이건 북쪽의 마법사들의 비밀 연습이기도 하니까요.

클로에 : 연습?

샤일록 : 현자의 마법사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연습입니다.

무르 : 북쪽의 마법사는 힘이 전부야! 잔인해도 포학해도 지는 것보단 낫지!

무르 : 하지만 북쪽의 마법사들이 이곳저곳을 피투성이로 만들면 우리도 현자님도 겁을 먹게 돼!

클로에 : 그, 그건 그래.

무르 : 그러니까 오늘 밤은 무작정 적을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연습을 한대!

샤일록 : 그렇게 브래들리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

라스티카 : 그래서 평면도가 필요하구나. 평면도가 있으면 문을 연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지.

라스티카 : 왜, 우리는 깜짝 놀라면 무심코 웃어 버리잖아?

무르 : 웃어 버려!

샤일록 : 웃어 버리죠.

클로에 : 나는 제대로 비명을 질러. 으아악 하고.

라스티카 : 그것도 재미있겠는걸.

라스티카 : 하지만 북쪽의 마법사는 분명 놀라면 공격해 버릴 거야.

라스티카 : 그들의 연습이 성공하려면 되도록 놀라지 않는 게 좋아.

클로에 : 아하! 그래서 평면도가 필요한 거구나!

클로에 : 후후….

문득 클로에가 미소를 머금었다. 어딘가 장난기 어린 표정이다.

아키라 : 왜 그래요, 클로에?

클로에 : 왠지 기뻐서. 무서워 보이고 혼자서도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북쪽의 마법사들인데….

클로에 : 그 비밀 연습을 우리가 몰래 도와주게 되다니.

샤일록 : 그렇네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기묘하고 특별한 사랑스러움을 느낍니다.

무르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하고 위대하고 씩씩한 자세에 진심 어린 존경도!

무르 : 응? 어라?

샤일록 : 왜 그러시죠, 무르. 지상에서 뭔가 발견했나요?

무르 : 응! 현자님, 잠깐 다녀와도 돼?

아키라 : 어, 지금요?

샤일록 : 무르. 이제부터 임무입니다.

무르 : 미안해, 현자님, 샤일록. 금방 돌아올게!

샤일록 : 그렇다면….

무르 : 아니면 오늘 밤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무르 : 《eanu lambre》!

클로에 : 와앗…! 돌풍에 섞여 사라져 버렸어.

샤일록 : 정말이지, 변덕스러운 사람…. 현자님, 죄송합니다.

아키라 : 아뇨, 여러분이 이 정도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편이 저도 마음이 놓여요.

아키라 : 그런데 무르는 어디로 간 걸까요?

샤일록 : 글쎄요. 어디일까요.

샤일록 : 북쪽의 마법사조차 진화하려고 하는데, 영혼이 부서져도 무르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샤일록 : 항상 정신이 팔려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종잡을 수 없는 영원한 탐구자.

라스티카 : 자유분방한 고양이 같네. 우리도 우리답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임무에 임하자.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 아래 풍경을 바라보았다.

클로에 : 인간이라 해도 도적단은 무서울 것 같아. 무르도 없어져 버렸는데 괜찮을까?

라스티카 : 클로에가 만들어 준 의상이 있으면 분명 괜찮을 거야. 도적과 한패인 척하고 속일 수 있어.

샤일록 : 도적들의 은신처를 어떻게 찾아낼지가 문제네요.

아키라 : 그러게요. 이 주변일 텐데요….

그때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벼운 차림을 한 남자들이 경쾌히 말을 내몰고 있다.

??? : 해냈어! 오늘 밤도 엄청 벌었다고! 멍청한 부자 놈들!

??? : 아하하! 두목의 그것만 있으면 어떤 일이든 식은 죽 먹기지! 보물을 늘어놓고 밤새도록 마시자고!

남자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내달려 황야로 사라져 갔다.

클로에 : …방금 저 사람들, 보물이라고 했어…. 도적과 한패인 걸까…?

라스티카 : 하지만 가벼운 차림이었어. 도적이 일을 성공했다면 좀 더 짐이 많지 않았을까?

샤일록 : 이상하네요…. 그들의 뒤를 쫓아가 볼까요.

 

한동안 남자들을 쫓아가자 황야에 덩그러니 세워진 폐허가 보이기 시작했다.

슬쩍 폐허 안을 엿보니 낡은 술집처럼 꾸며진 방에 사납게 생긴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다.

폐허와는 어울리지 않는 금은보화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클로에 : 이거…. 맞는 거 아니야? 분명 도적단 은신처야….

라스티카 : 저희는 저곳에 정찰하러 들어가서 북쪽의 마법사들에게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면 되는 거죠?

라스티카 : 그들이 도적단들을 죽이지 않고 잡아들이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

아키라 : 네…. 잘 부탁드려요.

샤일록 : 한번 성공하면 북쪽의 마법사들도 자신감이 붙을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해 낼 거예요.

샤일록이 담뱃대를 물고 연기를 훅 폐허 창문으로 흘려보냈다.

샤일록 : 《in vie belle》

뭉실뭉실 떠도는 연기를 뒤집어쓰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픽픽 쓰러져 갔다.

클로에 : …다들 도적인 걸까? 팔이 엄청 굵어…. 문신도 대단해! 아, 그래도 이 문신 멋있는걸.

 

샤일록 : 마법사는 없는 것 같군요. 어떻게 한순간에 대량의 보물을 옮기고 있는 걸까요?

라스티카 : 저쪽에도 방이 있는 것 같아. 가 보자.

안쪽 방을 열자 훔친 것으로 보이는 보물이 잔뜩 잠들어 있었다.

클로에 : 굉장하다…! 반짝거리는 목걸이에 황금 장식품. 상자 안에는 금화가 가득 들어 있어!

라스티카 : 멋지네. 진귀한 물건이 있을까?

샤일록 : 도품입니다. …음? 저 벽에 놓여 있는 천이 덮인 커다란 판은 뭘까요.

라스티카 : 꽤 커다란걸. 이 방의 벽과 같은 크기야. 천을 걷어 보자.

라스티카 : 《amorest viesse》

라스티카가 주문을 외우자 커다란 천이 허공에 붕 떠올라 바닥 한구석에 떨어졌다.

드러난 것은 거대한 회화였다. 귀부인들이 줄지어 봄의 초원 속을 거니는 그림이다.

그림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명화였다.

라스티카 : 정말 훌륭해…. 서쪽 국가의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야. 이런 곳에서 발견하게 되다니….

클로에 : 어디 근사한 저택에서 훔쳐 온 거겠지.

클로에 : 그런데 이런 커다란 그림을 어떻게 들고 온 걸까?

클로에의 말을 듣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거대한 그림에 비하면 창문도 문도 작다.

분해하지 않는 한, 이 방에 넣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흔적은 없었다.

샤일록 : 역시 마법사나 마도구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라스티카 : 이 뒤는 북쪽의 마법사들에게 맡기자. 뭐, 괜찮아.

라스티카 : 북쪽에는 보물 강탈에 정통한, 취미가 고상한 마법사가 있으니까.

 

??? : ….

남자 : 봐, 저 덩치 큰 사내. 가슴에 위협하는 것처럼 날개를 펼친 까마귀 문신이 새겨져 있어.

남자 : 눈 마주치지 마…. 이 근처에서 여행자를 습격하는 도적단의 두목이라는 소문이 있어.

남자 : 전에 들은 적이 있다고…. 도적단이 망할 때마다 한 명만 살아남았다는 '암야의 대까마귀'.

남자 : 놀랄 만큼 도망을 잘 쳐서, '붙잡히는 도적은 바보다, 누구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

남자 : 그렇게 호언장담을 한다고 해. 설마 저 녀석이 그 대도적, '암야의 대까마귀'인 거 아니야…?

남자 : 그러면 요즘 일어난 사건은…. …아니, 아무래도 좋아. 성가신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남자 : 그렇지…. …음? 어라? 누군가가 까마귀에게 다가가는데….

무르 : 찾았다! 옆에 앉아도 돼?

도적단의 두목 : …어? 뭐냐, 네 녀석은.

무르 :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네가 가지고 있는 도구한테 물은 거지. 안녕, 잘 지냈어?

도적단의 두목 : 험한 꼴 좀 보고 싶은 거냐?

무르 : 그럴 리가! 반가운 기척이 나길래 쫓아온 거야.

무르 : 옛날에 지저분한 친구가 있었는데 말이지. 저택에서 넘칠 정도로 많은 물건을 갖고 있었어. 곤경에 처한 그녀가 만든 게….

무르 : 이크!

도적단의 두목 : 멋대로 나불나불 떠들어 대고 시끄러운 놈이군! 그 혀를 잘라 내 주마!

남자 : …! 까마귀가 검을 뽑았어!

남자 : …큭, 위험해! 저 형씨, 죽겠어!

도적 : 보스, 돌아왔습니다!

도적 : 보스, 대성공입니다! 보시죠, 마차를 가득 채운 전리품을!

도적단의 두목 : 오, 그래! 돌아가서 축배를 들자고!

도적 : 오오…!

도적단의 두목 : 흥. 무능한 수다쟁이 자식. 오늘은 눈감아 주지.

무르 : 그렇구나! 고마워!

도적단의 두목 : 네 녀석들도 힐끔힐끔 쳐다보지 말라고. 돼지 먹이로 만들어 버린다!

남자 : …윽!

도적단의 두목 : 모두들, 돌아가자!

도적 : 예…!

무르 : 가 버렸네. 안녕, 잘 지내!

무르 : 그녀의 도구는 옛날처럼 배부르게 무언가를 입에 잔뜩 넣고 있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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