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 : 저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죽음을 부르는 정령들은 존재합니다만 화려한 장식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무르 : 실제로 누가 죽었어?
콕 로빈 : 아뇨…. 파르트르 님의 사모님께서 소문을 걱정하시느라 침실에 거의 틀어박혀 계신 정도가 전부입니다….
라스티카 : 그러면 가면이 아니라 소문에 사로잡혔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죽음의 춤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서울 테니까요.
샤일록 : 하지만 조금 뜻밖이네요. 해결해야 할 세계의 이변은 많이 발생하고 있을 터. 목숨이 달린 사건이 우선시될 줄 알았습니다.
샤일록 : 서쪽 국가와의 수교 문제…. 국가 간의 정치를 우선시하셨군요. 아서 님은 알고 계신가요?
콕 로빈 : …사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이해해 주세요. 중앙 국가에 마법소가 있는 걸로 눈 밖에 났거든요.
콕 로빈 : 거기다 지금은 서쪽 국가가 국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중앙 국가에서 먼저 외교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습니다….
왠지 어려운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샤일록의 말투가 딱딱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그는 숨을 내쉬고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샤일록 : 아서 님이 아시면 상처받으실 겁니다. 구원을 청한 인간들도 현자의 마법사의 진의를 의심할 테고요.
무르 :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마법사가 아니라 중앙 국가를 위한 마법사라고?
피가로 : 그렇기 때문에 젊은 마법사들을 위한 연습을 겸해서 임하자고 한 거야.
샤일록 : …피가로 님은 알고 계셨던 겁니까?
피가로 : 내가 제안한 거니까. 나는 아서가 귀엽고 너와 다르게 타협도 편애도 있는 남자거든.
피가로 : 서쪽과 중앙의 귀족들이 모이는 무도회에서 이변을 해결하면 현자의 마법사의 평판도 올라갈 거야. 이후로 일하기가 수월해지겠지.
어깨를 으쓱이는 피가로를 보고 샤일록은 희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미틸이 걱정스레 피가로의 팔을 당긴다.
미틸 : 피가로 선생님, 어떻게 된 건가요…?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피가로 : 괜찮아. 샤일록도 어른이니까 알아줄 거야.
그 한마디에 샤일록의 눈빛은 명백히 경멸로 바뀌었다. 싸늘한 눈으로 피가로를 노려본다.
샤일록 : 서쪽의 마법사는 정의감이 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의식에 반하는 일은 좋아하지 않죠.
샤일록 : 오늘 밤은 당신을 따르겠지만 두 번은 없습니다.
피가로는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어깨에 힘을 뺀 채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피가로 : 너를 따르게 하려던 적은 없어. 네 고상한 미의식을 존중해. 무지하고 순진하고 결백한 사춘기 아이 같아서 말이야.
샤일록 : 유목을 양분으로 삼는 노목보다 추하지는 않지요. 당신은 인간들의 정치에 타협해서 어린 마법사들의 첫 무대를 팔아넘긴 겁니다.
샤일록은 냉엄하게 말을 내뱉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피가로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향해 웃어 보인다.
피가로 : 미안해.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미인이 화난 얼굴은 무섭네. 심장이 떨렸어.
샤일록 : 얼른 타시죠. 두고 가겠습니다.
날이 선 샤일록의 목소리에 다들 허둥지둥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클로에는 샤일록을 빤히 바라보았다.
구부정한 자세로 작게 중얼거린다. 제비꽃색 눈동자에는 작은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클로에 : …잘해 보자.
파르트르 씨의 성에서는 이미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껏 차려입은 중앙과 서쪽의 귀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가면을 쓴 사람밖에 없는 공간은 기묘하고 신기한 느낌이 났다. 죽음의 춤이 무서운 건지 춤추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키라 : (여기에 이상한 가면을 쓴 인물이 섞여 있어도 아무도 모른 채일 수도 있겠어…)
샤일록과 피가로는 벽가로 빠져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피가로가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엿보인다.
미틸 : …죄송해요, 서쪽의 마법사 여러분. 피가로 선생님이 샤일록 씨를 화나게 한 것 같아서….
클로에 : 미틸….
미틸 : 피가로 선생님은 가끔 농담이 무신경하고 선을 넘고 비상식적이고 뻔뻔스러운 데가 있지만….
무르 : 심하게 말하네!
미틸 : 나쁜 분은 아니에요.
미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호소했다. 그 진지한 태도에 아까 클로에가 한 입속말이 떠오른다. 잘해 보자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던 말….
라스티카 : 좋은 사람이라면 다행이야. 샤일록도 좋은 사람이니까 안심해. 무르도 그렇게 생각하지?
무르 : 샤일록은 자기를 구슬리는 걸 싫어해! 피가로는 말로 꾀어내는 힘이 강하니까 신경이 날카로워져~!
레녹스 : 말로 꾀어내는 힘은 확실히 항상 강하시죠.
아키라 : …클로에, 아까 샤일록을 보고 잘해 보자고 말했죠. 그건 어떤 의미였나요?
클로에 : 부끄럽네. 들렸구나…. 그건 그게…. 왠지 샤일록이 슬퍼 보여서….
클로에 : 내가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 활약하면 좋아해 주지 않을까 싶었어. 추측이지만 우리를 위해 화를 낸 거잖아?
클로에 : 그러니까 우리에게 좋은 밤이 되면 샤일록도 기뻐하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거야.
레녹스 : 클로에…. 너는 착하고 상냥하구나.
라스티카 : 쑥스럽네요.
레녹스 : 당신을 칭찬한 건 아닙니다만….
루틸 : 맞아요! 저희가 힘을 합쳐 열심히 잘하면 피가로 선생님과 샤일록 씨도 화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고요!
미틸 : 선생님끼리 잘될 수 있도록 저희의 훈련의 성과를 보여드려요!
무르 : 다 같이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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