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티카 : 미안하지만 이 애는 내 제자야.
클로에 : 라스티카…!
가면을 쓰지 않은 라스티카가 클로에에게 미소 지어 보인다.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라스티카 : 《amorest viesse》
아키라 : …!
눈부신 빛을 발하며 가면이 허공에 떠오른다. 가면을 쓰고 있던 라스티카의 몸은 먼지처럼 흩어져 갔다.
귀족 : 저건…!
귀부인 : 소문의 가면…!?
클로에 : 이제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가면만 남기고 육체가 사라져 간다. 바닥에 떨어질 뻔한 가면을 클로에가 소중한 듯이 잡아냈다.
클로에 : …잡았다! 라스티카, 현자님, 잡았어!
클로에가 활짝 웃으며 보고한다. 무도회 회장에 있는 귀족들도 모여든 남쪽의 마법사들도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루틸 : 해냈구나, 클로에!
미틸 : 무사히 해결한 건가요!?
레녹스 :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군.
클로에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 가면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샤일록과 피가로에게 보여 주었다.
클로에 : 샤일록! 피가로 씨! 가면을 잡았어!
샤일록 : 다행입니다, 클로에. 무사히 첫 임무가 끝났네요.
피가로 : 축하해. 너희라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피가로 : 자, 샤일록도. 다 잘됐잖아. 슬슬 기분 풀라고. 건배.
샤일록 : 하여튼, 혀를 잘 놀리는 분이시군요. 좋습니다, 건배.
귀족 : 현자님의 마법사야! 현자님의 마법사들이 재앙을 퇴치해 주셨어!
귀부인 : 참 좋은 구경을 했네요! 서쪽 국가로 돌아가면 모두에게 말해 줘야겠어요!
갈채를 받으며 클로에 일행이 멋쩍게 웃는다. 무사히 이변을 해결하게 되어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키라 : 잘됐네요, 클로에. 이 가면은 어떻게 할까요?
클로에 : 부수거나 봉인하는 건 불쌍한걸. 이 가면도 파티에 어울리고 싶어 했거든. 친구를 원했어, 나처럼.
무르 : 또 장난을 치면 안 되니까 마법소에서 맡아 두는 게 어때? 그러고 가끔 가면무도회를 열자!
라스티카 : 그거 멋진 생각이네. 마법소에서 맡을 수 있도록 협상해 보자. 클로에에게 있어 추억의 물건이기도 하고.
아키라 : 그렇네요. 오늘의 기념으로 마법소에서 보관하도록 해요.
클로에 : 응! 고마워, 현자님! 고마워, 다들!
아키라 : …가면 사건, 오랜만이네요. 그 이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어요.
추억담을 나누며 나는 가면을 쓴 클로에를 돌아보았다. 가면 너머로 제비꽃색 눈동자가 웃고 있다.
클로에 : 그러게! 친구도 많이 생겼고 마법소에서 가면무도회도 열었고, 순식간이어서 정말 즐거웠어!
클로에 : 또 하고 싶다, 무도회. 신분도 나라도 과거도 잊고 춤추는 거야. 현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키라 : 그렇네요. 사태가 진정되면 조만간 한번 더 마법소에서 무도회를 열까요?
클로에 : 신난다~! 기뻐! 너무 기뻐!
클로에가 들뜬 목소리를 높이며 기뻐한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렸다.
클로에 : 현자님, 안에 있어?
아키라 : 어?
문에서 나타난 것은 클로에였다.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조금 전까지 옆에 있었을 터인 클로에가 없다.
그 대신 호사스러운 가면이 떨어져 있었다.
아키라 : (혹시….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클로에가 아니라…)
클로에 : 왜 그래? 현자님.
아키라 : 아…. 그게…. 클로에와 옛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클로에 : 나랑 옛이야기? 아, 이 가면! 현자님에게 장난을 쳤구나! 정말이지, 못 말린다니까….
클로에는 가면을 집어 들고 꾸짖는 것처럼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호사스러운 가면을 자신의 얼굴에 씌운다. 나쁜 일이 벌어질까 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키라 : 클로에….
클로에 : 있잖아, 현자님.
클로에는 호사스러운 가면 너머의 제비꽃색 눈동자로 나를 향해 웃어 보인다.
마치 신학기를 맞이한 학생처럼. 파티에 어울리고 싶어 했던 무도회의 가면처럼.
클로에 : 그 후로 나에 대해 알았어?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 줬어?
클로에 : 그렇다면 기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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