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미스라 : 입을 다무십시오. 혀 깨뭅니다.
아키라 : …!?
미스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꾸로 비행했다.
눈이 핑핑 도는 가운데, 시야에 빗자루를 탄 스노우와 화이트가 엄청난 속도로 미스라를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스노우 : 기다리지 못하겠느냐, 미스라!
화이트 : 현자를 내놓거라!
미스라 : 오웬! 제 마법으로 새를 토해 냈을 거 아닙니까!? 얼른 가세해 주시죠!
나는 거꾸로 매달린 채 지상을 바라보았다. 얼음의 대지 위에서는 오웬이 등을 떨면서 거무칙칙한 무언가를 토해 내고 있었다.
오웬 : …윽, 크윽…, 커헉…! …미스라…, 감히…!
더러운 피로 범벅이 된 검은 새의 날개다. 미스라가 마법을 쓴 증거로 그의 주변의 얼음의 대지는 일곱 빛깔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불길하고 아름다운 오로라 같은 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마법사들을 비춰 드러낸다.
자세를 고친 순간, 총성이 울렸다. 추적하던 쌍둥이들이 급히 멈춰 선다.
스노우 : …! 브래들리!
화이트 : 이 멍청이…! 맞으면 어떡할 셈이냐!? 마법소로 돌아가면 심한 벌을 주마!
하늘을 나는 빗자루 위에 올라서서 투박한 총을 겨누는 브래들리. 질주하는 그의 발아래를 붉고 노란빛이 물들인다.
브래들리 : 시끄러, 영감탱이들! 미스라, 튀자! 현자를 데리고 철수해!
미스라 : 왜요.
브래들리 : 오즈가 오니까 그렇지, 이 멍청아! …! 뒤에…!
브래들리의 목소리에 나는 돌아보았다. 시퍼런 빛을 받은 단정한 미스라의 옆모습이 경악한 기색을 띤다.
눈앞에 번개가 들이닥쳤다.
아키라 : 으아아악…!!
미스라 : 칫….
나는 비명을 지르고 미스라는 혀를 찼다. 다시 거꾸로 매달려 하늘에 내리치는 번개를 회피한다.
그러자 앞질러 간 것처럼 오즈가 전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지직 소리를 내며 벼락을 휘감은 지팡이를 우리를 향해 치켜든다.
미스라 : 오즈! 현자가 죽으면 어쩌려는 겁니까!?
오즈 : ….
'망했다, 잊고 있었다'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오즈는 침묵했다.
아키라 : 오, 오즈, 부탁드려요…! 죽고 싶지 않아요…!
오즈의 어깨 너머로, 땅 아래로 지는 석양이 노을을 뿜어내며 빛난다.
미스라와 오즈 사이에 한줄기 바람처럼 브래들리가 끼어든다. 곧바로 총을 겨누고 그는 아무도 없는 땅을 향해 발포했다.
브래들리 : 《adnopotensum》!
브래들리의 마법의 총탄을 맞고 얼음의 대지가 강하게 빛난다. 그 광채는 눈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눈부신 섬광을 틈타 미스라 일행은 그 자리에서 이탈했다.
스노우 : 이런! 현자를 빼앗긴 채 모습을 놓치고 말았구나!
화이트 : 이제 곧 일몰이니라…! 오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우리는 그림 속에 틀어박히게 될 게다!
오즈 : ….
어디를 어떻게 날아갔는지, 막무가내인 비행과 속도에 시달린 나는 땅에 내렸을 때는 눈이 돌고 있었다.
미스라 : 왜 그러시죠, 현자님.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요.
아키라 : 배…, 뱃멀미가 난 느낌이라….
미스라 : 쾌적한 항해 같았습니까?
아키라 : 잠깐, 기다려 주세요…. 진정되면 할 말이, 태산 같거든요. 으으….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
입가를 가리는 나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브래들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성을 질렀다.
브래들리 : 좋았어, 해가 진다! 이제 몇 초만 있으면 우리에게 적수는 없다고!
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석양의 탁하고 붉은빛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사라져 간다.
밤이 오고 말았다.
브래들리 : 아하핫! 꼴좋다, 오즈! 영감탱이들!
브래들리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이대로는 오즈가 봉인되어 버린다.
그때 멀리서 반짝이는 별이 다가왔다.
아키라 : (저건…. 오웬…?)
별인 줄 알았던 것은 빗자루에 탄 오웬이었다.
눈앞에 쿵 내려선 오웬을 향해 브래들리가 한 손을 올리고 하이파이브를 기다린다.
브래들리 : 해냈어, 오웬. 이제 마무리만 하면 돼.
오웬 : 시끄러워.
브래들리 : 야….
오웬은 브래들리를 지나쳐 무표정인 채로 미스라의 앞에 섰다. 무릎을 꿇고 망설임 없이 트렁크를 연다.
오웬 : 《cur memini》
미스라 : 하!?
순식간에 기세 좋게 커다란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머리가 셋 달린 사나운 대형견 케르베로스가 미스라에게 달려들었다.
꽃잎처럼 선혈이 낭자하고, 미스라의 긴 팔다리와 몸에 그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을 한 얼룩이 금세 번져 나갔다.
미스라 : …윽, 크헉…!
오웬은 사정없이 쓰러진 미스라의 가슴을 신발 끝으로 짓밟았다. 미스라의 얼굴 바로 위에서 커다랗게 입을 벌린다.
새카만 피로 더럽혀진 새의 사체 같은 것이 미스라의 얼굴에 뚝뚝 떨어지며 모락모락 연기를 냈다.
아키라 : 미스라…!
오웬 : 콜록…. 콜록…! …하아…. 이걸로 비긴 거야.
오웬은 불쾌한 듯이 입가를 닦고 움직이지 않게 된 미스라의 위에서 내려왔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우울하게 한숨을 내쉰다.
오웬 : 얼른 일어서. 오즈를 봉인하러 갈 거야.
미스라 : 《arhtim》
오웬 : …!
미스라가 주문을 외운 순간, 오웬의 가슴을 수정 같은 것이 꿰뚫고 지나갔다.
미스라의 마법 도구인 해골이다. 오웬은 몸통에 바람구멍이 나서 비틀거리면서도 서 있었다.
오웬 : …지금 장난쳐, 미스라…?
미스라 :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미스라는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일어섰다. 까맣게 짓무른 얼굴의 반이 삽시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죽지 않는다고 알려진 오웬의 몸도 어느샌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키라 : (뭐…, 뭐야 이거…. 나는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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