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라 : 도움이 필요한 겁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오웬 : 나도 도와줄게. 등이 가려운 거야?
브래들리 : 나도 긁어 주지. 여기인가?
미스라 일행에게 등을 득득 긁히고 나는 경직했다. 아서는 보기 좋다는 듯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서 : 세 사람은 상당히 현자님과 사이가 좋아졌구나.
미스라 : 네.
아서 : 부럽네. 현자님, 다음에는 저에게도 부탁해 주세요. 그러면 출발하도록 하죠.
아키라 : 앗….
나는 씩씩하게 몸을 돌리고 멀어지는 아서를 향해 허무하게 손을 뻗었다.
아키라 : (큰일 났네…. 중앙의 마법사들은 북쪽에 비해 너무 순진해…. 어떻게든 해야 돼…)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나는 모두와 함께 목적지로 나아갔다.
스노우 : 이 주변이로구나….
아키라 : 굉장해…. 거대한 얼음 다리 같아….
눈앞의 광경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쓰러진 고층 빌딩만 한 크기의 얼음 다리가 얼음 협곡에 걸쳐 있다.
카인 : 뭔가 숨이 막히는 것 같은걸…. 짓눌릴 듯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곳이네.
리케 : 그렇네요…. 신비롭고 장엄한 아름다운 곳인데 떠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스노우 : 북쪽 국가의 원시 정령들의 기운 때문이겠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인하며 긍지 높은 데다 성질이 사나운 자들이니.
화이트 : 땅 자체가 마력의 힘에 민감한 게야. 보거라.
화이트는 손바닥을 펼쳤다. 희미한 빛을 띠는 자그마한 구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살며시 발 근처 얼음의 대지로 떨어뜨린다.
빛나는 구슬이 꽃잎처럼 사뿐히 떨어지더니, 낙하지점은 일곱 빛깔로 눈부시게 빛나고 파도처럼 얼음의 대지에 빛이 퍼져 나갔다.
리케 : 앗…. 이건 얼음의 대지가 마법에 공명한 건가요?
스노우 : 그러하다. 고로 너무 괜한 자극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게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할 수 없으니.
화이트 : 그래. 엄숙하게 축제를 시작하자꾸나. 그대들 준비는 되었느냐?
오웬 : …으으….
스노우와 화이트가 모두를 돌아본다. 그러자 오웬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웅크려 앉았다.
카인 : …왜 그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카인이 걱정스레 오웬의 안색을 살핀다. 처음에는 축제를 지연시키기 위한 연기라고 생각했지만 오웬은 정말로 상태가 나빠 보였다.
핏기가 가신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새하얀 목덜미에 희미하게 드러난 정맥까지 병적으로 거뭇해져 있었다.
아키라 : (어떻게 된 거지…?)
스노우 : 말레피키움 같은 것을 먹으니 그렇지. 고 녀석들은 질이 나쁜 저주의 새니 말이다. 자, 우리가 치료해 주마.
오웬 : …윽, 필요 없어…. 잠깐 가만히 있으면, 이런 저주는 내 마력으로 녹여 버릴 수 있어.
화이트 : 하나….
오웬 : 내버려 둬.
오웬은 얼음의 대지 위에 드러눕고 약해진 동물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스노우 : 하는 수 없지. 잠시 기다리자꾸나.
오즈 : 신속하게 축제를 치르는 조건이었다.
화이트 : 참을성 없는 남자로구먼. 아직 오전이지 아니하냐. 오웬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고.
오즈 : 내가 회복시켜 주마.
화이트 : 조용히 하거라.
오즈는 불만스러운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화이트는 오즈를 노려보며 오웬의 곁에 앉아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화이트 : 북쪽의 마법사들에게도 긍지가 있다. 그대의 발바닥으로 짓밟는 것은 간단하겠지만 조금은 헤아리려무나.
화이트 : 저주의 새를 먹는 것도 자가 치료를 바라는 것도 어리석을지언정 북쪽의 마법사의 오기니라. 우리는 오기를 잃으면서까지 살아갈 수는 없다.
미스라 : 유령이 말하니 설득력이 있네요.
화이트 : 쓸데없는 참견이구나.
화이트의 말에 꺾인 것은 오즈가 아닌 스노우였다. 오즈의 등에 팔을 두르고 타이르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스노우 : …그러지 말고 한 번 참아 다오. 서두를 만한 시각도 아니지 않으냐.
오즈는 언짢은 모습으로 자리를 떴다. 아서와 리케가 그의 뒤를 따라간다.
쌍둥이와 카인이 꼭 붙어서 쇠약해진 오웬을 돌봐주었다.
카인 : …괜찮아? 잘못 먹어서 배탈이 난 거라면 얼른 토해 버리면 좋을 텐데.
오웬 : …시끄럽네….
괴로운 듯한 목소리에 카인은 다정하게 웃었다.
카인 : 나 참, 이상한 방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녀석이라니까. 뭐, 나도 고집이 센 편이니까 남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카인의 목소리에 묘하게 숙연해진 나는 그들의 곁에서 멀어졌다. 약해진 모습을 봐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키라 : (북쪽의 마법사의 긍지…. 고집을 부리는 방식…. 그걸 이해한다면 잘해 나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도중에 탁 하고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든다. 멀리서 미스라와 브래들리가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었다.
브래들리 : 좋아! 잘 통했군.
미스라 : 잘됐네요.
브래들리 : 그나저나 저 새의 저주는 언제 봐도 독하네. 게임에서 계속 이기길 잘했어. 나나 당신이라도 반나절은 움직이지 못하게 될 테니까.
미스라 : 오즈에게 꾀병은 통하지 않으니까요. 죽지 않을 정도로 몸을 망가뜨려서 축제를 지연시켜야 합니다. 벌칙에 걸린 오웬은 달갑지 않겠지만요.
아키라 : (이…, 이 사람들,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이상한 새를 먹은 거였어! 진지하게 상대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나는 분개해서 발길을 돌렸다.
아키라 : (약해진 오웬과 쌍둥이와 카인…. 지금이라면 그들의 계획을 말할 수 있을 거야. 이제 반드시 말하자!)
서슴없이 얼음의 대지를 밟으며 누워 있는 오웬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간다.
그때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키라 : …!
미스라 : ….
미스라였다. 나른하고 졸린 듯한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내 얼굴로 손을 뻗었다.
커다란 손바닥이 피할 틈도 없이 시야를 가린다.
아키라 : 미….
미스라 : 《arhtim》
다음 순간, 나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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