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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긍지와 축제의 프렐류드~북쪽&중앙~

이벤트 스토리|제7화

by Berne 2022. 3. 12.

눈 깜짝할 사이에 지상이 멀어졌다. 빗자루에 올라타지도 않은 나는 황급히 브래들리의 팔에 매달린다.

아키라 : 떠, 떨어지겠어…!

브래들리 : 네 녀석, 괜한 말 하지 말라고. 내 마도구가 뭐였는지 말해 봐.

아키라 : 마도구!? 초, 총인가요?

브래들리 : 그래. 멀리 있어도 뒤에서 머리를 날릴 수 있지. 으깨진 토마토처럼 되고 싶은 거냐?

아키라 : 지금 벌써 될 것 같은데요…!

브래들리 : 말을 잘 들으면 살려주지. 이 몸의 빗자루에 탈 수 있는 거야. 영광으로 생각해. 알겠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키라 : ….

브래들리 : 대답은?

아키라 : …네.

나는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 브래들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나를 가볍게 잡아 올려 빗자루에 태운다.

그는 내 얼굴을 힐끗 보고 경쾌하게 웃어넘겼다.

브래들리 : 그런 얼굴 하지 말라고! 얌전히 굴면 위해를 가하지는 않아.

 

브래들리 : 마법소를 내가 관리하게 되면 네 녀석에게도 좋은 경험을 시켜 주지. 뭘 갖고 싶어? 돈이냐? 땅이냐?

아키라 : 브래들리가 관리하는 건가요? 미스라가 아니라?

브래들리 : 당연하지. 저런 무능한 짐승 자식에게 관리 같은 걸 맡길 수 있겠냐.

브래들리 : 음침한 미친놈 오웬에게도 못 맡겨. 여기선 브래들리 님이 나설 차례지. 마법소 녀석들 전부 어엿한 도적으로 만들어 주겠어.

아키라 : 도, 도적이 되는 건가요!?

브래들리 : 그래. 정의의 편보다 멋있잖아?

아키라 : …그런 게 제대로 될 리가 없어요. 오즈의 마력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잖아요. 들키면 큰일이 날 거예요.

브래들리 :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뭐, 일단 해 봐야 하지 않겠어.

아키라 : 일단 해 보다뇨…?

브래들리는 바람을 가르고 하늘을 날아가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브래들리 : 오즈나 쌍둥이의 부하가 돼서 한 번도 거스르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면 이 몸의 명예에 흠이 갈 거 아냐.

브래들리 : 오즈에게 반죽음을 당한다 해도, 배를 까고 늘어져 뒹굴거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손을 깨물어 주는 게 좋지.

아키라 : 그런가요…?

브래들리 : 그런 거야.

나는 당황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라면 호되게 당하느니 얌전히 따르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질 바에야 싸우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브래들리는 지더라도 맞서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북쪽의 마법사의 긍지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키라 : (그런데 어째선지…)

아키라 : (끌리는 데가 있어.)

브래들리는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 씩 웃었다.

브래들리 : 날아간다. 꽉 잡으라고.

아키라 : …!

브래들리는 말한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아서 : 현자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브래들리가 데려와 줬구나. 고마워.

브래들리 : 흥. 뭐, 그렇지.

카인 : 엄청난 눈보라였어. 번개도 가까이에서 빛났고. 뇌설이라고 한대. 너도 공간의 문으로 봤어?

시선을 헤매면서 카인이 손을 뻗는다. 카인은 닿기 전까지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 손을 잡고 나는 수긍했다.

아키라 : 네. 굉장했죠.

카인은 내게 시선을 맞추자마자 놀란 표정을 짓는다.

카인 : 손이 완전 얼음장 같잖아. 눈보라가 그치기를 기다리지 않고 뛰어든 거야?

스노우 : 미스라가 현자를 데리고 뛰어들었느니라. 자칫하면 위험할 뻔하였지. 북쪽 땅은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니.

리케 : 괜찮은가요? 현자님. 저도 오즈가 없었다면 날아가 버릴 뻔한 눈보라였습니다.

아키라 : 그게….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웃으며 끄덕이면서도 나는 내심 안절부절못했다. 눈보라보다 미스라 일행의 계획이 더 골칫거리였다.

아키라 : (어떻게든 전해야 해…. 하지만 세 사람이 보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브래들리 : 그래서? 축제는 어디서 하면 되는 거야? 희망의 평원이라면 어디든 되는 게 아닌 거잖아?

스노우 : 희망의 평원은 넓으니 말이다. 우리가 예언으로 본 장소는 조금 더 북쪽으로 간 곳이니라.

아키라 : (더 북쪽으로 간 곳….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미스라 일행의 계획을 전해야 해…)

이동 준비를 시작하는 모두의 곁에서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전한다면 역시 오즈가 좋겠지.

하지만 감시받고 있는 이상 말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시선으로 오즈에게 강하게 호소했다.

아키라 : (알아채 줘요, 오즈…. 이대로 가면 해가 진 후에 봉인되고 말 거예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외치며 꽤 오랫동안 뜨거운 시선을 계속해서 보냈다. 하지만….

아키라 : (오즈…. 살기나 마법 외에는 둔하구나…. 그럴 것 같긴 했지만…)

오즈는 전혀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보고 있는 이쪽이 조바심이 날 정도로 지팡이를 든 채 가만히 서 있다.

아키라 : (오즈가 알아차리길 바라는 건 힘들겠어…. 다른 누군가가 눈치채게 해야지. …그래! 아서라면…)

나는 아서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는 친절하고 마력이 강하지만 인간들에게도 마음을 쓰는 다정한 마법사다.

아키라 : (눈치채라, 눈치채라, 눈치채라…)

뚫어져라 아서를 바라보고 있자 염원이 통했는지 아서가 돌아보았다.

아키라 : (눈치채 줬어!)

아서는 싱긋 웃으며 내가 있는 곳까지 다가와 주었다.

아서 : 현자님. 뭔가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그 물음은 그야말로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입을 열려던 순간 목덜미를 꽉 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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