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 : 서쪽에 이어 중앙의 태고의 신전도 무사히 되살아난 것 같아서 다행이네!
카인 : 그래. 어떻게 되살렸지.
미틸 : 카인 씨는 부상도 회복해서 다행이네요.
히스클리프 : 정말이야…. 카인이 실려 왔을 때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카인은 용감하지만 너무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마.
카인 : 다정하구나, 히스. 걱정 끼쳐서 미안했어.
오웬 : 나도 걱정해 줄까? 이미 다 나았으니까 한 번 더 다치게 한 뒤에 걱정해도 돼?
카인 : 사양할게.
무르 : 슬슬 다음 지역에서 성스러운 축제를 치를 때 아니야? 다음은 동쪽일까? 북쪽일까? 남쪽일까?
미틸 : 혼란에 빠진 세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성스러운 축제를 치러 태고의 신전에 원시 정령들을 소환하는 거죠.
카인 : 맞아. 세상을 위한 중요한 임무지. 북쪽의 마법사는 한 번도 참여한 적 없으니까 슬슬 차례가 오지 않을까?
오웬 : 뭐? 귀찮아….
미틸 : 북쪽의 마법사와 함께하는 임무라니 왠지 무섭네요….
카인 : 무서울 건 없는데 너희는 게으름을 피울 것 같아. 서로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여.
오웬 : 협력 같은 건 안 하니까.
히스클리프 : 북쪽의 마법사와 같이 가는 나라는 힘들겠네….
무르 : 꼭 남의 일처럼 말하지만 그런 힘들어 보이는 쪽에 당첨되는 건 주로 너희 아니야?
히스클리프 : 어?
스노우 : 히스클리프, 오웬. 잠시 이쪽으로 와 보거라.
화이트 : 다음 성스러운 축제의 일정이 잡혔느니라! 동쪽 국가의 마법사들끼리 동쪽 국가의 성스러운 축제를 치러 다오!
스노우 : 북쪽의 마법사들은 그들을 지원하는 게다!
히스클리프 : 어….
오웬 : 뭐?
동쪽의 마법사들이 넓은 홀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북쪽의 마법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나타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파우스트 : 왜 이렇게 늦지.
스노우 : 미안하구나, 미안해.
화이트 : 미스라를 찾는 사이에 브래들리가 없어지더니, 이내 오웬도 사라졌지 무어냐.
스노우 : 다 모이는 것만도 고생이니라.
동쪽의 마법사들의 선생님인 파우스트는 질린다는 듯이 북쪽의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북쪽의 마법사들은 힘이 세지만 횡포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구석이 있다.
반면에 동쪽의 마법사들은 사람을 싫어하고 폐쇄적이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성실하게 임하고 조직적인 행동도 뛰어났다.
성격은 별로 안 맞아 보였다. 바로 상의가 시작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파우스트가 나를 보며 말했다.
파우스트 : 이번 임무는 동쪽의 마법사들끼리만 가게 해 줘.
시노 : 찬성.
네로 : 찬성해.
히스클리프 : 나도…. 웬만하면….
스노우 : 어허, 잠깐 기다리거라.
화이트 : 그리 매정하게 굴 필요는 없지 않느냐.
시노 : 나는 기다리는 게 싫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당신들을 기다려야 하는 건 사절이야.
시노도 북쪽의 마법사들을 째려보았다. 북쪽의 마법사들은 맞받아칠 생각조차 없어 보였고, 미스라는 심지어 대놓고 하품까지 했다.
미스라 : 흐아암…. 졸려…. 음? 무슨 말 했습니까?
시노 : 너 이 자식, 죽여 버린다….
히스클리프 : 시노! 상대는 북쪽의 마법사니까….
브래들리 : 그래. 착하게 구는 게 동쪽의 마법사 친구들을 위해서 좋을 거다.
브래들리는 어깨를 으쓱이고 몹시 허물없는 태도로 네로의 어깨에 팔꿈치를 올렸다.
브래들리 : 게다가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는 건 어느 정도 위험한 상대라는 거잖아?
네로 : 나를 팔걸이로 쓰지 마….
브래들리 : 오? 뭐야? 이 몸한테 반항할 셈이냐?
네로 : 떨어져, 성가셔.
네로는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브래들리를 밀쳐 냈다. 브래들리는 개의치 않고 소리 높여 웃었다.
북쪽의 마법사들의 불손한 태도에 동쪽의 마법사들은 열을 받은 눈치였다.
아키라 : (이번 임무는 앞길이 막막하네…)
스노우 : 브래들리의 말대로 이번에 갈 곳에는 불길한 소문이 돌고 있느니라. 그러니 우리 북쪽의 마법사들의 힘이 필요할 게다.
시노 : 우리로는 미덥지 못하다는 건가?
화이트 : 그렇다고 한 적은 없다. 만일을 위해서지. 서쪽의 성스러운 축제도 중앙의 성스러운 축제도, 다른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냐.
화이트 : 그대들 역시 서쪽의 마법사들에게 힘을 빌려주었을 터.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의 힘에 의지하려무나.
네로 : …그래서, 불길한 소문은 뭐야?
스노우 : 듣자 하니 마법사가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을이 있다더구나.
시노 : …마을? 마을이라면 인간을 상대하는 건가? 고작 인간을 상대하는데 질 리가 없잖아.
화이트 : 이야기가 이상하기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게다. 자, 지도를 보거라.
파우스트 : …동쪽과 북쪽 사이의 산맥 근처로군. 나는 가 본 적이 없다. 히스클리프는?
히스클리프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블랑셰와는 거리가 먼 장소이기도 하고요….
오웬 : 그러고 보니,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 ….
오웬이 말을 걸자 히스클리프는 흠칫 놀라며 긴장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웬은 단정한 얼굴에 짓궂고 차가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웬 : 또 나랑 놀지 않을래?
히스클리프 : …무슨 뜻인가요?
시노 : 아무것도 아니야, 히스. 오웬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
시노는 히스클리프의 팔을 잡아끌고 오웬을 노려보았다. 오웬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아키라 : (혹시 그걸 말하는 건가…?)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중앙 수도에서 소동이 일어난 뒤에 시노가 한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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