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 : 어떤 위험이 있다 해도 신이 내린 특별한 힘을 지닌 저희는 두려워 말고 나아가야 합니다.
리케 : 저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즈에게 내맡기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피가로의 말은 조금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미틸 : 리케….
피가로 : 그럴지도 모르겠네. 나는 게으른 데다 겁쟁이니까.
리케 : …이제 됐습니다. 가죠, 카인.
리케는 등을 돌리고 유적을 향해 나아갔다. 카인이 서쪽의 마법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카인 : 마음에 담아 두지 말아 줘. 후방에 믿음직스러운 동료가 있는 건 마음이 든든한 일이야. 그럼 다녀올게.
루틸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미틸 : 위…, 위험해지면 돌아와 주세요!
리케 : 안 돌아갈 거예요!
카인 : 그러지 마, 리케. 그러면 이따가 보자!
아키라 : 기다려 주세요! 저도 같이 갈게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도 달려 나갔다. 그 순간 팔을 휙 붙잡혀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다.
아키라 : 으앗…!
피가로 : 현자님, 잠깐 기다려.
아키라 : 피가로…. 저는 중앙의 마법사와 갈게요. 제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피가로 : 으음…. 알았어. 그러면 말리지 않겠지만 먼저 오즈에게 말해. 사정을 전부 설명하라고.
아키라 : 사정이요?
피가로 : 그래, 맞아.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물어봐. 시치미 떼지 말라고, 현자가 죽어도 괜찮겠냐면서.
아키라 : 죽…, 저 죽는 건가요!?
피가로 : 그럴 리가. 오즈가 곁에 있으면 괜찮아. 하지만 그 정도로 말해 주지 않으면 저 고집불통은 입을 열지 않을 테니까.
아키라 : …무슨 사정을 말하는 건가요? 이 메사 도시와 오즈는 뭔가 관련이 있는 건가요?
피가로 : 내가 말할 수는 없어. 오즈에게 물어보도록 해. 위험한 곳으로 보내서 미안해, 현자님.
아키라 : 여…, 역시 위험한 건가요…?
피가로 : 메사는 저주받은 도시니까.
온후한 피가로답지 않게 당돌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그는 메사 유적을 바라보았다. 그의 뒤에서 남쪽의 마법사들이 달려온다.
루틸 : 피가로 선생님,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신가요? 현자님도 간다면 역시 저희도 함께….
미틸 : 맞아요! 리케가 겁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저는 부지런한 데다 무섭지도 않다고요!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역시 저 혼자만이라도….
피가로 : 괜찮아. 오즈와 현자님에게 맡겨 두면 돼. 현자님, 그러면 조심히 다녀와.
아키라 : …네.
아키라 : (모, 목숨이 위태로울 만한 일을 겪게 되는 걸까? 큰일 났네…)
아키라 : (우선은 오즈에게 사정을 들으라고 했지…. 아! 모두의 모습이 보여.)
리케 : 어라? 달려오는 발소리가…. 미틸인가?
아서 : 현자님이야…. 현자님도 오신 건가요?
카인 : 기다리면 될 것을. 괜찮겠어?
아키라 : …네…. 저, 저기, 오즈.
나는 숨을 고르며 오즈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말없이 뒤를 돌아본다.
아키라 :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가능하다면 단둘이서.
오즈 : 왜지.
아키라 : 피가로가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물어보는 게 좋을 거라고….
오즈 : ….
오즈가 난감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오즈는 아서 일행의 시선을 느끼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오즈 : 너희는 먼저 가고 있어라.
아서 : 저희가 없는 곳에서 현자님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 건가요?
카인 : 어떤 이야기야?
리케 : 저희는 눈앞에서 이야기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즈 : ….
중앙의 마법사들은 악의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서슴없이 질문을 던졌다. 오즈가 그답지 않게 살짝 머뭇거렸다.
오즈 : …됐으니 먼저 가라. 금방 따라잡지.
세 사람은 눈을 마주 본 뒤 그의 말대로 먼저 나아갔다. 오즈는 안도한 기색으로 눈을 내리뜨고 나를 내려다본다.
오즈 : 그래서 피가로는 뭐라고 했지.
아키라 : 사정을 먼저 설명하라고 했어요. 현자가 죽어도 괜찮겠냐면서요.
오즈는 언짢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즈 : 너를 죽게 두지는 않을 거다.
아키라 :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 사정이라는 건 뭔가요? 모두의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일인가요?
오즈는 씁쓸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 펼쳐진 새하얀 유적지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오즈 : 내가 멸망시켰다.
아키라 : 네?
오즈 : 메사 도시는 내가 멸망시켰어.
아키라 : 네…!?
오즈는 경악하는 나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오즈가 도시를 멸망시켰다….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바로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오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터였다.
가슴속이 술렁거린다. 아까 본 엄청난 마법이 뇌리에 되살아나서 손끝이 차가워지고 호흡이 얕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무서운 마법사. 냉혹하고 잔인한 마왕.
눈앞에 있는 온화한 눈빛을 한 그를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아키라 : …왜 메사를 멸망시킨 건가요?
오즈 : 말할 생각은 없다.
아키라 : 아…, 아서가 슬퍼할 거예요. 당신을 믿고 있는데.
거센 바람이 불고 오즈는 눈을 가늘게 떴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것과 비슷한 표정으로.
오즈 : 저 녀석은 중앙 국가의 왕자다. 처음부터 나를 따르지 말았어야 했어.
아키라 : 하지만….
오즈 : 이것도 운명이다. 메사 백성의 영혼은 아직 이곳에 떠돌고 있어. 나를 발견하면 내게 원망을 퍼붓겠지.
오즈는 주위로 시선을 보냈다. 흐릿하고 아지랑이 같은 기척이 아른아른 흔들리고 있다.
환영 같은 불확실한 그림자가 격한 분노와 어두운 원한을 담아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 :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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