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들어 봐, 탈리아. 새로운 인형극이 완성됐어.
??? : 미움받는 사람이 마법으로 변신해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야기야. 너는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야.
??? : 저기, 그러니까…. 이런 건 그만두자.
??? : 좀 봐, 네 발끝을. 나와 함께 춤추던 귀여운 네 발끝이….
??? : 지금은 꼭 부식토 같잖아.
??? : 제발 더 이상 자신을 저주하지 말아 줘, 탈리아….
청회색 머리의 소녀 : ….
비의 거리 관료 : 이봐…. 너,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뭘 하고 있는 거지. 보아하니 열다섯 살 정도 된 것 같은데.
청회색 머리의 소녀 : ….
비의 거리 관료 : 신고가 들어왔어. 수상한 레이스 장갑을 낀 소녀가 있다고. …설마 마법사인 건가?
청회색 머리의 소녀 : …. 마법….
네로 : 안녕, 기다렸지.
비의 거리 관료 : 너는….
네로 : 이 녀석의 오빠입니다. 죄송해요, 낯을 가리다 보니. 뭔가 불편을 끼쳤나요?
비의 거리 관료 : 아니, 신고가 있었거든. 빗속에서 몇 시간이나 우산도 쓰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다고….
네로 : 일자리도 여관도 좀처럼 구하질 못해서…. 그래도 어떻게 대책이 섰으니 괜찮습니다.
비의 거리 관료 : 그런가, 그거 축하해. …그러면 이만 가지. 동생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라고.
네로 : 감사합니다.
청회색 머리의 소녀 : ….
네로 : …후우, 이거야 원. 자, 우산. 가져가.
청회색 머리의 소녀 : …우산….
네로 : 이 거리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좋은 곳이야. 하지만 그만큼 이단에는 엄격하지. 의심스럽거나 기묘한 것에도.
네로 : 비 오는 날에 우산도 쓰지 않고 내내 서 있으면 눈에 띄어. 당신, 마녀지?
청회색 머리의 소녀 : …나….
네로 : 안심해, 나도 마법사야. 당신은 인간과 사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건가? 조심하라고, 이 거리의 주민은 민감하니까.
청회색 머리의 소녀 : …. …물색 좋아해?
네로 : …그건 왜?
청회색 머리의 소녀 : …물색 우산이라서….
네로 : 하하…. 뭐, 좋아해.
청회색 머리의 소녀 : ….
네로 : 이름은?
청회색 머리의 소녀 : 아마도…. …시안….
네로 : 시안. 이건 행운의 우산이야. 당신을 비나 화로부터 지켜 주지.
네로 :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살아. 어울리지 못한다면 혼자서 살고.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네로 : 익숙해지면 별거 아니야. 여기는 수질이 좋으니까 커피도 매일 아침 맛있고.
청회색 머리의 소녀 : 응…. 고마워….
네로 : 그럼 잘 있어.
네로 : …행운의 우산이라…. 꽤나 오래된 말을 썼네. 이런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구나.
파우스트 : 네로, 이쪽이야.
네로 : 선생. 시노랑 히스도 기다렸지.
히스클리프 : 어라. 네로, 우산은?
네로 : 놓고 와 버렸어.
시노 : 뭐? 비가 내리는데?
네로 : 비 맞는 걸 좋아하거든.
시노 : 특이하군.
파우스트 : 바보 같은 소리 하긴. 감기에 걸릴 거다. 들어와.
네로 : 오. 선생, 정답게 나눠 쓰는 거야?
파우스트 : 뭐지, 그 놀리는 듯한 목소리는. 놀림받을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은 없는데.
시노 : 나는 휘파람 정도는 불어. 우산을 나눠 쓴 지인을 보면.
파우스트 : 어째서.
히스클리프 : 왜?
시노 : 진심으로 묻는 건가, 둘 다. 뭐, 히스는 누군가의 우산에 들어갈 필요도 경험도 없나.
네로 : 대귀족의 자제님이니까. 우산도 마차도 식기도 전용이 따로 있을 텐데. 공유하지 않아도 되지.
히스클리프 : 식기는 공유하곤 해. 으음, 큰 접시에 담긴 요리라든가….
파우스트 : 큰 접시 요리와 놀리는 게 무슨 상관이지. 무엇보다 나는 귀족이 아니야.
네로 : 어깨가 맞닿는 거리에서 한 우산을 서로 공유한다. 꼭 세상에 단둘뿐인 것처럼.
시노 : 빗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도 하면서. 우산을 나눠 쓰는 건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파우스트 : 그런가?
네로 : 가엾게도. 저주술사 선생의 마음은 메말랐구나.
히스클리프 : 아는 체하는 말만 늘어놓고. 시노는 누군가와 해 본 적이 있는 거야?
시노 : 있어.
히스클리프 : 이, 있다고? 누, 누구랑?
시노 : 흐흥. 안 알려 줘.
파우스트 : 그래서, 네로. 우산에 들어올 건가? 안 들어올 건가? 비를 맞으며 갈 건가?
네로 : 맞으면서 갈래. 쑥스러우니까.
파우스트 : 아, 네가 쑥스러워서 놀린 거군. 이제야 알겠어.
네로 : 그 말투….
시노 : 네로는 언제나 그래. 중앙 국가의 궁정 요리사에게 지도를 부탁받았을 때도 익살을 떨었지.
네로 : 안 떨었어. 겸허한 마음으로 거절한 거야.
네로 : 그랑벨 성에서 열리는 만찬 요리를 지도한다니, 도저히 그럴 분수는 못 된다고.
히스클리프 : 각국의 대표가 모이는 식전이라서 각국의 축하 음식을 준비하고 싶다고 아서 님이 말했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