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이 가리킨 것은 유리관 안이었다. 텅 빈 관 속에 보라색 사과가 하나 나뒹굴고 있다.
아키라 : 저게…? 상당히 독이 있어 보이는 색의 사과네요.
오웬 : 색 같은 건 상관없어. 기적의 캔디 애플이라면 특출하게 달콤한 거지.
오웬은 입꼬리를 올리고 기쁜 듯이, 즐거운 듯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구두 소리를 내며 곧바로 관을 향해 다가갔다.
화이트 : 어허, 오웬! 무슨 짓을 할 셈이냐!
오웬 : 후후…. 드디어 찾았네.
관에 도달한 그는 색이 다른 눈동자를 기학적으로 가늘게 뜨면서 노래하듯 주문을 입에 올렸다.
오웬 : 《quare morito》
오웬의 마법으로 유리관은 기세 좋게 산산조각이 나고, 주변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파우스트 : 《satillquinart mullcreed》!
나를 감싸듯이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 괜찮나, 현자?
아키라 : 아, 네. 감사합니다.
놀라는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느릿하게 관 속에 놓여 있던 사과에 손을 뻗으며, 오웬은 눈을 부릅뜨고 당돌하게 웃어 보였다.
아키라 : 히익!
그러자 동시에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댄스홀에 울려 퍼졌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바람이 머리 위의 샹들리에를 격하게 뒤흔든다.
다음 순간,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이 쨍하고 소리를 내며 차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키라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시트들은 매섭게 천 자락을 나부끼고, 해골들은 딸각딸각 건조한 뼈 소리를 낸다.
깨닫고 보니 불길한 기운이 그들의 주위에 감돌고 있었다.
독이 있어 보이는 사과를 억지로 빼앗은 오웬을 비난하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다. 미스라도 동일하게 오웬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스라 : 오웬. 지금 당장 그걸 넘겨주십시오.
오웬 : 싫어. 일에 어울리면 특별히 달콤한 걸 주겠다고 네가 말했잖아?
오웬 : 기적의 캔디 애플은 내 거야. 아무도 못 줘.
보란 듯이 보라색 사과를 들어 올리는 오웬에게 시트와 해골들이 살기를 드러낸다.
오웬 : 안 줄 거야. 너희는 못 먹잖아.
오웬이 부추기는 듯한 요염한 미소를 머금은 직후, 열두 명의 시트와 열두 구의 해골이 그를 에워싸며 덤벼들었다.
아키라 : 오웬!
순식간에 오웬의 모습은 시트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요란한 빛이 방에 퍼진다.
아키라 : 와앗…!?
칼날 같은 돌풍이 하나도 남김없이 시트들을 튕겨 낸다.
그 중심에는 눈동자를 빛내며 엷은 미소를 띤 오웬이 서 있었다.
오웬 :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바닥으로 날아간 시트들은 더욱 기세를 몰아 혜성처럼 오웬에게 덤벼든다.
오웬 : 《quare morito》
그러나 오웬의 압도적인 힘에 의해 그들은 무참히 찢기고 해골들도 바닥에 흩어져 갔다.
아키라 : 오웬, 안 돼요! 그런 짓을 하면 아가씨들이 불쌍하잖아요!
아서 : 공격을 멈춰 줘, 오웬! 그 해골들 역시 우리나라의 백성이기도 해. 부디 난폭한 행동은 하지 말아 줘.
아무리 필사적으로 말을 걸어도 오웬은 화려하게 검을 피하는 기사처럼 공격을 피하고 마법으로 그들을 흩뜨려 간다.
이윽고 마지막 한 구의 해골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오웬은 불이 깜빡이는 샹들리에에 소리도 없이 사뿐히 걸터앉았다.
한쪽 손에 보라색 사과를 든 채로 긴 다리를 꼬더니 미스라를 비웃는 것처럼 힐끗 쳐다본다.
오웬 : 싫어. 오늘 밤은 내내 지루했거든. 드디어 재미있는 일이 시작될 거야.
미스라 : 뭡니까, 재미있는 일이라는 게.
오웬 : 미스라가 갖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이 캔디 애플을 내가 날름 먹어 버리는 거지.
오웬 : 봐, 이 좋은 냄새. 색도 맹독을 가진 꽃 같아서 최고야.
미스라 : 오웬.
오웬 : 그만, 가까이 오지 마. 그 이상 다가왔다간 소중한 사과는 마법으로 박살을 낼 줄 알아.
미스라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히죽히죽 웃는 오웬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불문곡직하고 조용한 박력으로 쓰윽 오웬을 향해 팔을 뻗는다.
미스라 : 캔디 애플을 저에게 주시죠.
두 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오웬은 슬며시 웃었다.
오웬 : 싫어. 내 기분을 바꾸고 싶다면 눈이 돌아갈 만한 간청을 해 봐.
오웬 : 북쪽의 미스라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처량하고 비참하고 무력한 목소리를 내며 나한테 간절히 빌어 봐.
미스라 : 죽고 싶은 모양이네요.
오웬 : 잠들기 싫구나, 미스라. 그러면 계속 현자님한테 자장가를 불러 달라고 하든가?
불쾌한 듯이 미스라가 눈살을 찌푸린다. 나는 일의 발단을 떠올리고 가슴속이 술렁거렸다.
나 때문에 미스라를 화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미스라에게 협력하려고 노력했다.
너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말을 들어도 좀 더 우선해서 협력하라는 말을 들어도, 나는 곤란해진다.
잘 해내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미스라도 다른 마법사들도 소중히 여기고 싶다. 힘이 되고 싶은데.
이대로 가다간 조금씩 쌓아 올린 것 같았던 신용도 잃고 마는 걸까?
오웬 : 타임 오버.
오웬이 입을 맞추듯이 캔디 애플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미스라가 흠칫 놀라며 숨을 죽인다.
그러나 그 순간.
사과는 유리처럼 사방으로 튀어 흔적도 없이 오웬이 손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웬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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