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 랑그레누스 섬은 서쪽 국가에 있는 섬이야. 소문으로는 마법 과학 장치를 이용한 무기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해.
리케 : 무기라는 건 싸우는 도구를 말하는 거죠? 무엇과 싸우는 걸까요? 저희처럼 <거대한 재앙>과 싸우기 위해서인가요?
샤일록 :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케 : 네?
샤일록 : 서쪽 국가는 마나석 소비량이 방대합니다. 다른 나라의 영지에 손을 대서 마나석을 채굴하고 싶은 거겠죠.
샤일록 : 특히 서쪽 국가는 지금 부를 두 팔에 안아서 무적이 된 기분일 테니까요.
담담하게 말하는 샤일록의 목소리는 남의 일인 것처럼 건조하면서, 동시에 자기 일인 것처럼 한숨 섞여 있기도 했다.
샤일록 : 그래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무르. 인간의 욕망은 걷잡을 수가 없다고요.
무르 : 아하하! 한번 전부 분해해야지!
클로에 : 정말, 무르도 참. 과일경을 고치는 데 푹 빠져서 전혀 안 듣고 있어.
샤일록 : 지금은 내버려 두지요. 무르의 변덕스러운 기분도 조만간 이쪽을 향할 겁니다.
카인 : …랑그레누스 섬의 무기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
아서 : 만약 서쪽 국가의 무기가 중앙 국가의 영공을 침범했다면 큰일이 날 거야. 되도록 온건하게 끝내고 싶은데….
아서 : 랑그레누스 섬의 조사에 나선다 해도 나와 카인이 직접 가면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무거운 분위기가 감돈다. 국가 간의 문제가 얼마나 위태롭고 어려운 것인지를 아서의 딱딱한 표정이 말해 주고 있었다.
콕 로빈 : 현자님, 여기에 계셨군요.
아키라 : 어쩐 일이세요?
콕 로빈 : 손님입니다. 서쪽 국가의 랑그레누스 섬에서 오셨다는 듯한데, 현자님과 서쪽의 마법사 분들을 꼭 만나 뵙고 싶다네요.
아키라 : 랑그레누스 섬에서요…!?
라스티카 : 아주 좋을 때 왔는걸.
샤일록 : 너무 좋을 때 와서 무서울 정도입니다.
아서 : 그러면 우리는 일단 자리를 비울게.
무르 : 왜? 마침 잘됐는데 그대로 있지 그래?
카인 : 하지만 지목된 건 서쪽의 마법사잖아?
무르 : 서쪽의 마법사인 척하고 있으면 되지!
클로에 : 그래! 명찰이라도 달고 있지 않는 한, 알 리가 없을 거야.
아서 : 하지만….
샤일록 : 당신은 아티.
아서 : 응?
샤일록 : 그리고 카이, 릭, 오즈월드.
카인・리케 : !?
샤일록 :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은 지금부터 서쪽의 마법사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오즈 : 거절하지.
라스티카 : 그러지 마시고요. 자 여기, 이걸 손에 들어 주세요.
어안이 벙벙해 있는 중앙의 마법사들에게 라스티카가 점잖으면서도 반박을 허용치 않는 강한 힘으로 무언가를 차례로 건네주었다.
카인 : …핸드벨?
라스티카 : 서쪽의 마법사는 음악을 좋아하니까.
샤일록 : 부디 적당한 순간에 울려 주세요.
마법소로 안내된 손님은 거친 분위기를 풍기는 40대 정도의 남성이었다. 그는 무척 긴장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벤저민 : 면회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벤저민. 랑그레누스 섬에서 기관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벤저민 : 무례를 범했다면 죄송합니다. 기계만 상대하는지라 말버릇이 좋지 않아서요.
아키라 : 아뇨, 괜찮아요. 벤저민 씨가 말하기 편한 방식으로 말씀해 주세요.
벤저민 :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군.
아키라 :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제가 현자고 이쪽이 서쪽의 마법사 분들이에요.
무르 : 야호~!
클로에・라스티카 : 야호~.
샤일록 : 안녕하세요.
아서 : 야… 야호~! 아티라고 합니다!
카인 : 나는 카이야. 야호~!
리케 : 릭입니다. 야, 야호?
오즈 : ….
카인 : 이 녀석은 오즈월드야. 안심해, 서쪽의 마법사니까!
벤저민 : …생각했던 것보다 서쪽의 마법사가 많군.
샤일록 : 오늘은 특별 서비스랍니다.
아키라 : 그, 그런데 벤저민 씨. 오늘 찾아오신 용건이?
생글거리는 서쪽의 마법사들과 어색한 서쪽의 마법사들(임시 변장)을 본체만체하고, 벤저민 씨는 표정을 다잡았다.
벤저민 : 내가 여기에 온 건 군의 상층부에는 밝히지 않았어. 들키면 나를 죽일지도 몰라.
벤저민 : 그러니까 부탁인데, 앞으로 할 이야기는 절대 누설하지 말아 줘.
절박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벤저민 : 나는 랑그레누스 섬에서 배의 정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기부터 국가의 관리하에 비행선을 만들게 되었어.
벤저민 : 그냥 하늘을 나는 배가 아니야. 마법 과학 장치를 이용해서 견고하게 만들어진 아주 거대한 비행군함이지.
아서 : 비행군함?
카인 : 비행선만 해도 놀라운데 군함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거야?
벤저민 : 평범하게 생각하면 농담으로 끝날 이야기지. 당신들, 무르라는 위대한 발명가 마법사를 알아?
무르 : 알아! 굉장히 잘 알아!
벤저민 : 그 무르라는 녀석이 비행군함의 설계도를 남겼거든. 나는 그걸 토대로 불가능하다고 했던 비행군함을 만들어 냈어.
벤저민 :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끄떡없이 하늘을 나는 세계 최강의 배야. 그보다 멋진 탈것을 나는 알지 못해.
자랑스러운 듯이 이야기하던 벤저민 씨는 거기서 시선을 내리깔았다.
벤저민 : 그게 홀연히 사라져 버렸어.
무르 : 마술인가?
샤일록 : 그렇다면 거창한 쇼인데요. 박수가 그치지 않네요.
벤저민 : 마술일 리가! 거대한 배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고?
카인 :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군. 관계자를 상대로 탐문은 한 거야?
벤저민 : 당연하지, 물어보고 다녔어. 하지만 얻은 건 없다. 훔친다 해도 건조소는 경비가 삼엄해서 외부인은 쉽게 들어올 수 없을 거야.
벤저민 : 그렇게 커다란 걸 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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