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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비긋는 개구리의 에튀드~남쪽&북쪽~

이벤트 스토리|제8화

by Berne 2023. 2. 17.

레녹스 : …고맙다. 물을 나눠 줘서 덕분에 살았어.

콜린 : 고맙긴 뭘. 나도 혼자 여행하던 중이라 적적했거든. 천천히 쉬었다 가, 레녹스.

콜린 : 나는 콜린이라고 해. 서쪽 국가의 마법사야. 여기는 내 친구를 위한 정원이지.

레녹스 : 친구…?

콜린 : 클로로스라고 하는데, 보랏빛을 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개구리야. 이름도 내가 붙여 준 거야.

콜린 :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뜬 날에 물웅덩이 위에서 딱 만났어.

콜린 : 거울처럼 하늘을 비춘 물웅덩이 위에서 클로로스는 하늘을 나는 보라색 꽃 같았지. 가느다란 팔다리와 신비로운 살갗에 한눈에 반했어.

콜린 : 촉촉한 눈동자를 바라본 그때, 나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 어떻게든 친구가 되고 싶더라고.

콜린 : 그는 기품 있고 사랑스럽고 날쌔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이윽고 마음은 서로 통해 갔지.

콜린 : 우리는 달밤에 춤추거나 물가를 거닐거나 벌레를 잡으며 놀았어. 그가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했지.

콜린 : 그의 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서 같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

콜린 : 이런 감정…. 너에게도 잘 전해지면 좋을 텐데. 너에게도 그런 소중한 사람이 있어?

레녹스 : ….

레녹스 : 그래.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있다.

콜린 :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되도록 곁에 있는 게 좋아. 나와 클로로스처럼 되기 전에.

레녹스 : …무슨 뜻이지?

콜린 : 클로로스는 철새가 채 가 버렸거든.

콜린 : 그 후로 계속 그를 찾고 있어. 그래서 클로로스가 좋아할 법한 정원을 마법 도구로 만들어서 여행하고 있는 거야.

레녹스 : …. 계속…. 얼마나 됐지?

콜린 : 백 년 정도 됐나.

레녹스 : …. 클로로스는 마법 생물…. 마법의 힘을 가진 개구리인가?

콜린 : 그냥 개구리야. 나에게는 무엇보다 특별한 세계 제일의 개구리지만.

레녹스 : ….

 

레녹스 : 웃으며 이야기하는 콜린을 앞에 두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레녹스 : 백 년도 더 전에 철새가 채 간 개구리…. 이미 죽었을 거라고는요.

레녹스 : …저도 절대로, 결코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레녹스 : 슬픈 이별을 나눈 그분이 이미…. 살아 있지 않을 거라는 말은….

아키라 : …레녹스….

레녹스 : 하지만…. 얼굴에 드러났던 거겠죠. 콜린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콜린 : 그런 표정 짓지 마, 레녹스. 클로로스는 잘 지내고 있어. 나는 확신해.

레녹스 : …어째서….

콜린 : 왜냐하면 나는 마법사로 태어났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콜린 : 그런 내가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어. 부디 잘 지내라고. 신이시여, 제발 그를 만나게 해 달라고.

콜린 : 평생에 단 하나뿐인 소원이야! 그러니까 분명 이뤄질 거야. …그도 그럴 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콜린 : 두 번 다시 클로로스를 만나지 못한다면….

콜린 :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레녹스 : ….

콜린 :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렇지만…. 하지만….

콜린 : 어떻게 해서든 만나고 싶어…. 그런 이별은 싫단 말이야…. …흑, 클로로스, 만나고 싶어….

콜린 : …보고 싶어….

 

레녹스 : …그가 우는 모습을 본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웃으며 저를 배웅해 주었죠.

레녹스 : 다음에 만날 때는 클로로스를 소개해 주겠다면서요.

루틸 : …콜린 씨….

브래들리 : …. …이 정원에서 다른 마법사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브래들리 : 아마도 콜린이란 녀석은 돌이 되어 버린 거겠지.

브래들리 : 정원을 형성하는 마도구만이 남겨져,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걸지도 모르겠군….

레녹스 : ….

미스라 : 그러면 마도구를 해치우고 여기를 부순 뒤 돌아가죠. 이번 일은 그걸로 끝입니다.

레녹스 : …그렇군.

어색한 침묵에 쓸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남쪽 형제도 쌍둥이도 피가로도 숙연한 모습이었다.

정원에 계속해서 내리는 빗소리도 누군가가 떨군 눈물처럼 슬픈 기운이 돈다.

보라색 개구리도 그의 친구였던 서쪽의 마법사도 여기에는 없다.

그때 마도구인 장총을 어딘가로 사라지게 하면서 브래들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브래들리 : 서둘러 돌아가야 할 것도 아니고. 그 녀석들은 달밤에 춤췄다며.

브래들리 :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한바탕 놀면서 그 녀석을 애도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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