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식은 허브티를 담은 찻주전자와 곁들일 과자를 들고 브래들리의 방을 찾았다.
그러자 안쪽에서 문을 연 것은 브래들리가 아닌 스노우와 화이트였다.
스노우 : 오, 현자가 아니더냐.
화이트 : 마침 좋을 때 왔느니라. 지금 브래들리와 다과회를 갖고 있던 참인 게야.
브래들리 : 좋아서 다과회 같은 걸 열진 않아. 영감탱이들이 노인네 취향의 간식을 들고 오니까 그러지. 보통 이럴 때는 술 아니냐고.
브래들리는 불평하면서 내 손을 들여다보고 눈썹을 더욱 치켜올렸다.
브래들리 : 뭐야, 네 녀석도 차냐.
아키라 : 죄, 죄송해요…. 샤일록에게 부탁해서 받아 올까요?
브래들리 : 아, 됐어. 방에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 말을 듣고 둘러보니 브래들리의 방 한쪽 구석에서 술병을 발견했다.
아키라 : (아…. 얼마 전에 그…)
스노우 : 브래들리, 지난번에는 고마웠단다. 도움을 받은 김에 그대에게 부탁이 있는 게야.
브래들리 : 거절하지. 그 녀석들 뒤치다꺼리를 하라는 거잖아? 목숨이 여러 개 있어도 부족하다고.
화이트 : 제발 어떻게 안 되겠느냐.
아키라 : 저기…. 저도 부탁드릴게요. 위험한 일을 떠맡기고 싶은 건 아니지만, 곤란할 때 상담에 응해 준다면….
브래들리는 내가 들고 있던 과자를 베어 먹으며 손을 내저었다.
브래들리 : 안 돼, 안 돼. 원래 북쪽의 마법사가 한 지붕 아래서는 살 수가 없는 거야.
브래들리 : 기분이 내켜서 어울린 적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천적이지.
브래들리 : 북쪽 국가 정도로 드넓은 대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충돌하지 않고 지내왔어.
브래들리 : 북쪽에서의 규칙은 이래. 오즈의 성에는 가까이 가지 마라. 쌍둥이가 싸돌고 있는 마을 근처에서 나쁜 짓은 하지 마라.
브래들리 : 신출귀몰한 미스라를 만나면 웃으며 후퇴하고 쏜살같이 도망쳐라. 오웬이 말을 걸어도 눈을 마주치지 마라.
아키라 : 브래들리는?
브래들리 : 이름을 들으면 겁에 질려 밤잠을 설쳐라. 아하하! 멋있지.
브래들리는 기분 좋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튕긴 과자를 입으로 덥석 잡아냈다.
브래들리 : 아무튼 같이 살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야. 미스라도 오웬도 짜증이 나겠지. 오웬은 그 형씨 때문이겠고.
아키라 : 그 형씨?
브래들리는 아랫눈꺼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자신의 한쪽 눈을 가리켰다.
브래들리 : 금색 눈의 주인 말이야. 오웬은 남을 괴롭히는 걸 좋아해서 그 형씨를 괴롭히려고 한쪽 눈을 빼앗았거든.
브래들리 : 그런 상황인데 뭐 일단 사이좋게 같이 지내자는 말을 들어 보라고. 열이 받지.
아키라 : 그럴까요….
브래들리 : 미스라도 마찬가지야. 남쪽 형제, 치렛타의 아들이라면서. 연적의 아들의 얼굴 같은 걸 보고 싶겠냐고.
아키라 : 어, 연적인가요?
브래들리 : 아닌가? 그 마녀랑 자주 같이 다녔는데.
스노우 : 치렛타와의 일은 잘 모르겠다. 하나 올해는 인연이 있는 상대가 많구먼. 아서나 피가로까지 소환되었어.
화이트 : 그대는 어떠한고, 브래들리. 새로운 마법사 중에 아는 자가 있었느냐?
브래들리는 쌍둥이를 곁눈질하며 식은 허브티를 들이켰다.
브래들리 : 또 그 소리냐. 깊이 알고 지낸 녀석은 없어.
스노우 : 그러한가. 그대와 깊은 관계가 있다면 도적 동료일 터이니.
화이트 : 있었다 해도 그대는 말하지 않겠지. 동료는 팔아넘기지 않는 남자니까.
아키라 : (아…. 그러네…. 만약 여기에 도적 시절의 지인이 있다 해도 우리에게는 말할 수 없겠구나.)
아키라 : (그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게 될지도 모르니까…)
브래들리 : 그런 거 아니야.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은 부하 놈들 따위 언제든 길동무로 삼아 줄 거라고.
스노우 : 북쪽의 마법사는 자기중심적이라서 집단행동을 싫어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지. 한데 그대는 달라.
화이트 : 북쪽 국가에서 마법사들을 통솔하였어. 그대에게는 조직을 꾸리는 재능이 있다. 북쪽 출신이면서 유례가 드문 재능이지.
브래들리 : 흥. 치켜세워도 안 돼.
스노우 : 엄청 잘생겼고.
화이트 : 엄청 강하고.
브래들리 : 후후…. 관두래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