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 네. 저분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서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초상화가 장식되어 있었다.
변덕스러운 고양이처럼 장난기 어린 자세, 어려 보이기까지 하는 애교 넘치는 풍모, 가짜 같은 콧수염과 버블티.
나는 혼란스러웠다.
아키라 : 이 사람이 학원장인가요?
아서 : 네. 세기의 천재 학자로 알려진 무르 박사입니다.
아서 :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자 발명가. 그리고 저희 폴몬트 학원의 창립자이기도 한, 이사장 겸 학원장이시죠.
아키라 :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구나….
직함을 들은 순간, 화려한 액자 속 인물이 대담한 태도의 지적인 신사로 보이기 시작한다.
초상화 아래에는 격언 같은 말이 걸려 있었다.
'그대가 바라는 자각은 숨겨진 두 번째 홀수의 문밖에 있다.'
아키라 : (무슨 뜻이지…)
아키라 : 천재 학자가 만든 학교였다니 어쩐지 상식을 벗어나 있을 만하네요….
아서 : 아하하. 교감이신 샤일록 선생님도 학원장님의 취향에 맞는 어지러운 학원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서 : 학원장님은 이례적인 걸로도 유명하십니다. 며칠 전에는 예고 없는 시험이 있었죠.
아서 :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양한 것들을 얼마나 많이 잡는지를 평가하는 과제였는데, 칠판지우개에 맞으면 페널티가 있는 시험이었어요.
아서 : 그중에는 학점도 섞여 있어서 이번 깜짝 시험으로 졸업할 수 있게 된 1학년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키라 : (난장판이네…)
아서 : 저도 본받아야겠습니다.
아키라 : 이례적인 면을요?
아서 : 네. 저는 원래 진학교에 다녔습니다. 진학교의 학생회장을 맡고 있었어요.
아서 : 불량교나 예능교의 학생들은 진학교에는 없는 타입이라 대하다 보면 굉장히 자극을 받습니다.
아서 : 좀 더 그들을 알고 싶은데 말이죠….
아키라 : 잘 안 되나요…?
아서 : 저에게는 다행히 좋은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서 : 하지만 원래 있던 학교의 성질이 달라서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도 많거든요. 문제 보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아키라 : 아하…. 학생회장이니까요.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겠군요.
아서 : 네.
아서 : 낯선 환경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학원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모든 학생에게서 느껴집니다.
아서 : 서로를 믿고 힘을 합치면 진학교와 불량교와 예능교는 좀 더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거예요.
아서 : 문제는 있지만 모두가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저도 노력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아키라 : (이제 막 합병한 학교의 학생회장이라니, 중간 관리직 같은 처지라 힘들어 보여…)
아키라 : 저기, 뭔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아키라 :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협력 가능한 일이 있다면 아서를 돕고 싶어요.
아서 : 정말이신가요?
아서 : 저도 이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꼭 전학생님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입니다.
아키라 : 으음, 한마디로 각자 출신은 달라도 지금은 합병한 학교의 학생끼리 어떻게든 다투지 말고 생활하자는 거죠?
아키라 : 저라도 괜찮다면 기꺼이 도울게요.
아서 : 감사합니다, 전학생님!
아서 : 마침 조금 뒤에 각 학교의 학생회장들과 이 문제에 대해 회의할 예정입니다.
아서 : 괜찮으시다면 전학생님도 함께 참가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아서 : 여기가 학생회실입니다.
아키라 : 이 방도 예쁘네요! 아, 무르 학원장의 초상화와 격언이 여기에도….
아키라 : 다른 두 사람은…, 아직인가 봐요.
아키라 : 전 예능교와 전 불량교의 학생회장이라고 했죠. 이 학원에는 학생회장이 3명 있는 게 되는 건가요?
아서 : 네. 합병한 지 얼마 안 되었기도 하고, 누구 한 명이 그 임무를 떠맡기에는 아직은 어깨가 무겁다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아키라 : 그렇군요….
아키라 : (불량교의 학생회장은 조금 무서울 것 같아…. 예능교도 인사이더 느낌일 것 같고. 어떤 사람들일까…?)
루틸 : 아서 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미스라 씨를 찾지 못해서요.
미스라 : 조금은 늦어도 괜찮지 않습니까. 회의 시간을 변경한 건 당신들이니까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자 아서와는 또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이 이야기하면서 들어왔다.
아키라 : (어라…, 이 두 사람의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서 : 우리도 이제 막 왔어. 급하게 연락해서 미안해.
루틸 : 괜찮아요. 와아, 이 방의 창문으로 벚꽃이 예쁘게 보이네요!
루틸 : 잠깐 SNS용으로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아서 : 정말이네. 전혀 몰랐어. 나도 나중에 찍어야겠는걸.
루틸 : 예쁘게 찍힐 법한 경치를 그만 찾아서요. 이 책상 마침 좋아 보이네. 벚꽃도 찍혔으면 하니까 이런 느낌으로… 됐다.
루틸 : 다 찍었어요! 어떤가요?
아키라 : 와…! 정말 예뻐요. 광고 포스터 같아요. 사진을 잘 찍는군요.
루틸 : 에헤헤, 익숙하거든요. 감사합니다.
루틸 :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은 전학생님인가요?
아키라 : 어…, 아, 네.
아서 : 오늘 전학 온 참이지만 회의에 참가해 주시게 됐어.
아키라 : 갑자기 죄송해요. 잘 부탁드려요.
루틸 : 만나서 반가워요, 전학생님. 저는 전 예능교의 학생회장으로 3학년인 루틸이에요. 만화가와 탤런트 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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