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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친애

친애|[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리케

by Berne 2022. 6. 6.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1화

 

리케 : …그럼 가겠습니다.

오즈 : 그래.

아키라 : (아…. 중앙의 마법사들이네. 리케가 훈련하고 있는 걸까.)

아서 : 힘내, 리케! 괜찮아. 우리가 지켜보고 있어.

카인 : 너라면 할 수 있어! 서두르지 말고 겁내지 말고, 마음껏 하면 돼.

리케 : 네!

리케 : 《sunretea edif》

리케는 랜턴을 치켜들고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작은 회오리바람이 생겨나더니 그들의 중심에서 빙글빙글 소용돌이를 친다.

아서 : 해냈어! 성공….

무시무시한 굉음이 아서의 목소리를 덮어 버렸다. 회오리바람은 단숨에 확 부풀어 우뚝 솟은 탑 같은 크기의 용오름이 되었다.

아키라 : (굉장해…!)

오즈가 웅웅 울리는 회오리를 올려다보고 강풍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중얼거린다.

오즈 : …나뭇잎이 전부 떨어지겠군.

리케 : 해냈다….

리케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천진난만하게 거대한 회오리를 올려다보았다.

나뭇가지가 삐걱거리며 소리를 내고 조금 떨어진 마법소의 창문이 덜컹덜컹 흔들리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맹렬한 회오리를 만들어 내면서 새 옷을 입은 것처럼 순수한 눈동자로 성공을 기뻐하는 리케.

그 부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리케 : 해냈어!

리케는 중앙의 마법사다. 정의와 공정, 용기를 사랑하는 마법사들은 모두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었다.

순진한 소년인 리케도 그렇다. 그는 중앙 국가의 변방에 있는 수수께끼 같은 교단에서 신의 사도로서 자랐다는 듯하다.

리케는 천사 같은 깨끗함과 순수한 아이의 사랑스러움. 그리고 어딘가 위태로움을 간직한 마법사였다.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2화

 

리케 : 현자님.

아키라 : 안녕하세요, 리케. 어제 훈련에서 보여 준 회오리는 굉장하던데요.

리케 : 네! 잘되어서 다행입니다! 저기…. 조금 상담할 일이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키라 : 물론이죠! 리케의 상담이라면….

마법소의 인간관계?

아키라 : 마법소의 인간관계 때문인가요?

리케 : 아뇨. 인간관계에는 아직까지 힘든 점이 없습니다.

리케 : 친구도 생겼으니까요!

마법소의 식생활 관련?

아키라 : 마법소의 식생활 관련인가요?

리케 : 왜 식생활 관련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아키라 : 리케는 식성이 까다로운 것 같아서요….

리케 : 그렇지 않아요! 검소하게 나날의 은혜에 감사하며 투정 부리지 않고 먹고 있습니다!

연애 상담?

아키라 : 연애 상담인가요?

리케 : 연애 상담이 뭔가요?

아키라 : 사랑 고민이라든가….

리케 : 아…. 난잡한 생각 말이군요. 저는 그런 걸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아키라 : 그러면 다시 시간을 내서 천천히 이야기를 듣도록 할까요. 저도 리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참이에요.

리케 : 제 이야기를요?

아키라 : 현자는 언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지 알 수 없잖아요?

아키라 : 갑자기 돌아가게 되어도 모두가 곤란하지 않도록 하고 싶거든요.

아키라 : 그래서 현자의 서에 모두가 잘하는 거나 잘 못하는 것을 써서 남겨 놓으려고 해요.

리케 : 현자님과 헤어져야만 하는 건가요?

아키라 : 언젠가의 이야기지만요. 그때까지는 사이좋게 지내요.

리케 : 네! 어…. 그러면 제 방으로 가실까요?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키라 : 알겠어요. 실례할게요.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3화

 

아키라 : 여기가 리케의 방….

말끔하고 청결한 방이네요.

아키라 : 말끔하고 청결한 방이네요.

리케 : 아침저녁으로 청소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장소에서 깨끗한 정신이 생겨나는 법이니까요.

아키라 : 매일 청소하고 있다니 기특하군요. 저도 본받아야겠어요….

멋진 랜턴이네요.

아키라 : 멋진 랜턴이네요.

리케 : 네. 랜턴의 빛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리케 :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 교단에 있을 때가 생각나네….

하얀 카펫….

아키라 : 하얀 카펫…. 더럽힐까 봐 무섭지 않나요…?

리케 : 더러운 것들을 꼼꼼히 털어낸 뒤에 방에 들어오고 있고, 정신을 바짝 차리면 부주의하게 물건을 떨어트리는 일이 없습니다.

리케 : 더러워지면 마법으로 지우는 것도 가능하고요. 게다가 카펫의 얼룩 제거에는 소금이 좋다고 오즈가 알려 주었습니다!

아키라 : 그래서 상담할 일은 뭔가요?

리케 : 으음, 먼저 현자님부터 말씀하세요. 현자님의 질문에 답하면 되는 거죠?

아키라 : 네. 그럼 바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리케 : 리케 오르티스. 16살입니다. 중앙 국가의 변방에 있는 종말교단 본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리케 : …. 그리고 더 뭘 말하면 될까요? 별로 말씀드릴 게 없어서….

아키라 : 리케가 잘하는 거나 잘 못하는 걸 가르쳐 줄 수 있나요?

리케 : 잘하고 못함을 면죄부로 삼는 것은 태만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렇네요. 일찍 일어나기와 봉사는 잘합니다.

리케 : 잘 못하는 것은 읽고 쓰기입니다. 지금 공부 중이에요.

아키라 : 알고 있어요. 빨리 배운다고 루틸도 감탄했어요.

리케 : 정말인가요!? 요즘은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재미있던걸요.

리케 : 제가 모르는 것이 많이 적혀 있었습니다. 거짓말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키라 : 왜 그렇게 생각해요?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4화

 

리케 : 사제님이 말씀하신 것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아키라 : 리케는 사제님이 말한 게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리케 : 맞습니다. 사제님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존귀한 분이시니까요.

리케 : 마법사는 인간을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리석은 인간들도 많기 때문에 선택받은 인간의 가르침에 따라야 해요.

아키라 : 선택받은 인간….

리케 : 현자님도 그중 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신비한 힘으로 이세계에서 오신 분이죠. 현자님은 모두에게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아키라 :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리케 : 현자님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 저희 선택받은 마법사의 행복입니다. 부디 저희를 이상향으로 인도해 주세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아키라 :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리케 : 겸손하실 것 없습니다. 현자님에게 봉사하는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리케는 동경을 담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커다란 회오리를 올려다보던 때처럼 망설임 없는, 빛에 가득 찬 마음으로.

맑고 위험한 호의에 나는 당황한다.

아키라 : …중앙의 마법사들과는 친해졌나요?

리케 : 네.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카인은 조금 거칠지만요.

아키라 : 아하하. 중앙의 마법사들은 모두 사고방식이 확고하잖아요?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케 : 그렇네요….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5화

 

리케 : 아서 왕자는 멋진 분입니다. 부를 독점하는 왕가라는 존재는 가장 사악하다고 들었지만 아서 님은 다정하세요.

리케 : 카인은 기사라는 폭력을 생업으로 삼는 사악한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점을 제외하면 역시 멋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케 : 오즈는…. 사악한 마법사입니다. 용서받아선 안 될 존재지만 얼마 전에 밤껍질을 까 주었어요.

리케 : 아서 님은 오즈가 사악하다고 불리는 것이 오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즈는 스스로 생각하라고 했죠….

리케 : 카인도 기사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지, 결코 사악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네로도 마법사는 인간에게 헌신할 필요는 없다 했고요….

리케 : 현자님. 어느 쪽이 사실인 걸까요? 사제님은 거짓말을 치고 계셨던 걸까요?

리케 : 저는 사제님과 교단 분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아 온 게 아닌 걸까요?

아키라 : 리케….

리케는 사랑스러운 눈동자에 불안한 듯한 당혹감을 띠고 필사적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간단히 답하지 못했다. 리케는 내 답을 생각하지 않고 외곬으로 무조건 받아들여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얕은 발언은 할 수 없었다.

아키라 : …어떤 게 옳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정도의 의견밖에….

리케 : 어째서인가요? 당신은 현자님이라 불리고 있는데.

아키라 :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당혹스러운 마음은 이해해요.

아키라 : 제가 원래 있던 곳도 그랬어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다, 성공한다, 실패한다 등의 많은 의견이 있었죠.

아키라 : 물건 하나 사는 데에도 휘둘릴 뻔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케 : …자신의 의견….

아키라 : 맞아요. 리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케 : 모르겠습니다….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하는 게 힘들어서 상담하려고 한 건데….

막연한 것처럼 리케가 한숨을 내쉰다. 리케는 마음이 불안한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6화

 

리케 : 사실…. 교단 일로 상담하고 싶었습니다.

리케 : 마법소에 온 뒤로 한 번도 교단에 돌아가지 않았죠. 사제님을 비롯해 모두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리케 : 현자님의 마법사로서 여기서 모두와 함께 제 소임을 다한다 해도 사정을 설명하러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리케 : 하지만…. 교단에 돌아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만약 돌아오게 된다 해도….

리케 : 그때는 두 번 다시 교단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키라 : 리케….

리케 : 저는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둘 다 저에게 잃고 싶지 않은 거라서. 그래서 현자님에게 결정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리케에게 들은 교단 이야기를 떠올렸다. 리케를 어릴 때부터 가둬 놓고 음식도 제한하며 키우던 사람들….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고 신용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리케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다짜고짜 그들은 좋지 않다고 말하면 리케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아키라 : …네로나 미틸에게는 상담해 봤나요? 리케는 두 사람과 사이가 좋잖아요?

리케 : 명확하게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돌려서 물어보았습니다.

아키라 : 뭐라고 물어봤나요?

리케는 시선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티 없이 맑은 커다란 눈동자를 아침 햇볕을 받은 호수처럼 빛내면서.

리케 : 저를 좋아하냐고요.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말에, 이상하게 나는 낯간지러웠다.

리케 : 네로는 뭐 그렇다면서 난감한 얼굴로 웃었습니다. 미틸은 뺨을 붉히며 잠시 침묵한 뒤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죠.

리케 : 그 말이 둘 다 기뻐서…. 저는 사제님과 지냈던 나날과 비교하며 망설이게 됩니다.

리케 : 누군가를 두고 비교하다니, 사실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이건 쾌락을 추구한 타락일까요?

아키라 : 아뇨, 괜찮아요. 누구든 사이좋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 하니까요.

리케 : 현자님도요?

아키라 : 네, 물론이죠.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7화

 

리케 : 현자님은 마법소에 있는 21명의 마법사 중에서는 누구와 함께 있고 싶으신가요?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아키라 : 어….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요!

리케 : 누구 한 명을 골라야만 하는 경우에는요?

아키라 : 으음…. 그게….

나는 리케를 흘깃 바라보았다. 기대에 찬 눈빛을 띤 채 두근거리고 설레는 모습으로 등을 곧게 펴고 있다.

리케일까요…?

아키라 : 리…. 리케일까요…?

리케 : 와아! 기뻐요! 저는 현자님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군요!

아키라 : (엄청 기뻐하고 있어…. 귀여워…)

무르일까요…?

아키라 :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무르는 고양이 같은 면이 있기도 하고….

무난한 답을 내놨다고 생각했지만 리케는 입술을 비쭉 내밀고 있었다.

리케 : 어~, 그런가요? 무르는 장난을 좋아하는 데다 함부로 현자님의 물건을 가져가는 버릇이 있다고 보는데요.

아키라 : 그, 그런가요?

리케 : 맞아요! 그래도 알겠습니다. 그게 현자님의 마음이라면.

리케 : 하아~.

아키라 :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어…)

아키라 : 저기,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물어 두고 싶은데, 리케에게는 어떤 게 사악한 건가요?

리케 : 그렇네요…. 불결, 불성실, 태만, 탐욕, 싸움, 방만함, 몰염치 같은 게 사악한 걸까요?

아키라 : 만약 하나라도 저에게 그런 부분이 있다면….

리케는 노골적으로 경멸을 드러내며 더러운 거라도 보는 것처럼 싸늘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리케 : 네…? 실망할 겁니다.

아키라 : (정직한 애구나…)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8화

 

아키라 : 리케가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리케의 마도구를 봐도 될까요?

리케 : 네. 그럼요.

리케는 미소 지으며 손을 치켜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랜턴이 살며시 나타난다.

사람들을 이끄는 듯한 성스러운 빛이다.

리케 : 교단에 있을 때, 제가 모든 신자의 랜턴에 불을 붙여 주었습니다.

리케 : 그건 정말 신성한 의식이었죠. 감사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리케의 말에 나는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는 교단의 엄숙한 제단 옆에서 랜턴을 든 신도들이 리케 앞에 공손하게 줄을 선다.

신비한 힘을 주는 아름다운 소년의 조용한 미소에 교단 사람들은 신성한 기적을 꿈꾸었을 것이다.

곧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리케는 작게 웃었다.

리케 : 마법소에서는 저에게 매일 해야 할 임무가 없습니다. 정해진 게 없는 시간을 살아가는 것, 감사받지 못하는 것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리케 : 있는 그대로의 저와 제 자유를 여기에 있는 마법사들은 인정해 줍니다. 그건 정말 행복해요.

아키라 : 리케가 그렇게 말해 줘서 기뻐요. 오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리케 : 저도요!

아키라 : 리케가 상담한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제대로 생각해 볼게요. 리케에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리케 : 감사합니다, 현자님…. 저기….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키라 : 네. 어떤 건가요?

리케 : 현자님과 밤 산책을 하고 싶습니다. 함께 안뜰을 걷지 않으시겠어요?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9화

 

리케의 방을 나와, 우리는 밤의 안뜰을 산책했다.

시원한 밤바람을 들이마시고 리케는 기분 좋은 듯이 양팔을 펼친다.

리케 : 아, 기분 좋아….

리케 : 여기서는 원할 때 밖에 나올 수 있습니다. 교단에 있을 때는 정해진 시간에만 밖에 나갈 수 있었거든요.

아키라 : 그랬군요….

리케 : 밤 산책은 좋아합니다. 미틸과 공부를 하는 것도 좋아요. 네로의 식사도 좋고, 현자님도 너무 좋아해요.

리케는 노래하듯 중얼거리며 징검돌을 폴짝 뛰어 내 앞을 걸어갔다.

빙글 뒤돌아 웃어 보인다.

리케 : 저기, 현자님.

아키라 : 왜 그래요?

리케 : 현자님은 저를 속이고 계시지 않죠?

나는 가슴이 덜컥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리케의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빛난 것 같아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떠올린 채 리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리케 : 현자님을 믿어도 되는 거죠? 현자의 마법사는 나쁜 게 아니죠?

리케 : 여기에 있는 마법사들은 다양해서, 저는 좋아지기도 싫어지기도 합니다. 동경하거나 속상해지기도 하죠.

리케 : 제가 나쁜 건지 누가 나쁜 건지 무엇이 옳은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어서 무서워요.

리케 : 이런 저는 지금까지 없었는데….

의지할 곳 없는 리케의 목소리가 어둠에 흔들린다.

그는 얼굴을 감싸고 가냘픈 몸을 구부려 앉았다.

리케 : 저기, 현자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리케 : 좋아지면 좋아하는 것을 독점하고 싶어집니다.

리케 : 싫어지면 싫어하는 것을 전부 용서할 수 없게 돼요.

리케 : 머릿속이 자유로워지면 자유로워질수록 기댈 곳이 없어져서 외톨이가 되어 갑니다.

 

「방황하는 마음을 녹이고」 10화

 

리케 : 자유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자유는 고독해요. 닻을 내리지 못하는 배처럼 흔들흔들 거센 파도에 떠돌고 말죠.

리케 : 전에는 하나만 믿으면 됐습니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르다고 하는 것을 싫어하면 됐어요.

리케 : 그런데 자유 속에서는 모두가 하는 말이 제각각 달라서, 저는 무슨 생각을 하면 좋을지 모르게 됩니다….

리케 : 제 안에서 유일한 신이 사라져 없어져 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워요…. 버림받을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나는 달려가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리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체온이 전해지도록 바짝 힘을 준다.

아키라 : 괜찮아요…. 리케는 외톨이가 아니에요. 모두 리케를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리케 : …현자님….

아키라 : 저는 이 세계에 와서 처음에는 무서웠고 불안했지만…. 지금은 즐거운 일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아키라 : 리케도 앞으로 이것저것 알아 갈 거예요. 많이 알게 되고 많이 느끼고 상처받는 일도 있겠지만….

아키라 :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리케의 소중한 것을 찾아 주세요.

리케 : …저의 소중한 것….

아키라 : 상담해 준 교단으로 돌아가는 일도 지금 바로 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키라 : 계속 고민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 리케에게는 많은 미래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걸요.

아키라 :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소중히 생각해 봐요. 무엇을 좋아하게 되든 무엇을 싫어하든, 리케는 리케니까요.

리케 : …감사합니다, 현자님….

리케는 안심한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 속눈썹이 살짝 젖어 있다.

꼭 다가붙은 우리를 커다란 달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리케 : 여기에 있을게요…. 자신의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낯설고 어렵지만….

리케 : 여기서 지내면서 열심히 찾아 나가겠습니다. 제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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