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은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인 멋진 터널 같은 오솔길이었다. 그림책에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아키라 : 예쁘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반짝거려!
피가로 : 주민도 없는 것 같고, 이거라면 문제없이 성스러운 축제도 치를 수 있겠네. 서쪽의 마법사가 올 때까지 낮잠이라도 잘까.
미틸 : 저도 근처를 탐험하고 있을게요! 리케에게 줄 선물도 찾아야지. 무무, 같이 가자!
무무 : 무무!
무무는 미틸의 뒤를 따라 걷게 될 정도로 따르고 있었다. 엉덩이를 도리도리 흔들며 걷는 뒷모습이 귀엽다.
미틸과 무무가 달릴 때마다 풀 냄새가 났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무무를 돌아보고 미틸이 웃는다. 그 미소에 가슴이 술렁거렸다.
아키라 : (저렇게 친해져서 정말 무무와 헤어질 수 있을까?)
그때 무무가 갑자기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미틸 : 무무!?
미틸을 내버려 두고 초목 사이를 내달린다. 미틸은 놀란 기색을 띠며 걱정스레 무무를 뒤쫓아 갔다.
미틸 : 기다려! 위험해! 놓치겠어, 무무!
나도 미틸의 뒤를 쫓아갔다. 무무는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갔다.
싱그러운 풀이 우거진 장소까지 가자 무무는 불현듯 사라졌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곳 아래에는 나뭇가지와 나무뿌리가 뒤엉켜 있었다. 그 틈 사이로 떨어진 것이다.
미틸 : 무무! 무무!
미틸은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나무뿌리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무무가 불쑥 뿌리 아래에서 얼굴을 내밀더니, 얼른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듯이 자취를 감췄다.
루틸 : 왜 그래?
미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루틸이 달려왔다. 미틸은 난감한 얼굴로 나무뿌리 아래를 가리킨다.
미틸 : 무무가 이 밑으로 떨어졌어요. 마법으로 여기에 구멍을 내도 될까요?
루틸 : 그러네. …아, 잠깐만.
루틸은 미틸을 제지하더니 바스락거리며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카인에게 빌린 단검이다.
루틸 : 짜잔! 제가 나설 차례예요! 믿음직한 기사가 무무를 구해줄게.
기세등등하게 날린 말과 달리, 루틸은 무릎을 꿇고 착실히 나무뿌리를 사각대며 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뿌리는 단단해서 생각처럼 잘리지 않는 듯했다.
루틸은 고개를 들고 숨을 후 내뱉은 뒤 머리에 붙은 풀을 털어내며 단검을 넣었다.
루틸 : 안 되겠다. 마법이 더 빠르겠어.
아키라 : (태세 전환이 빠르네…)
루틸 : 《allitnic setomaoge》!
루틸이 주문을 외우자 뒤얽혀 있던 나무뿌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풀려 나갔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긴다.
루틸 : 미틸은 발이 안 닿을지도 모르겠네. 제가 먼저 내려가서 둘을 받아 줄게요.
말하자마자 루틸은 가볍게 뛰어들었다. 미틸은 걱정스러운 듯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구멍을 빤히 바라본 채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루틸 : 됐어! 뛰어!
루틸의 신호를 기다려 우리도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풀을 뒤집어 쓴 채 루틸의 도움을 받아 땅에 발을 딛고 선다.
위에서 들여다봤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광대한 공간이 그곳에는 펼쳐져 있었다.
풀숲과 나무뿌리로 만든 비밀 기지 같다. 하지만 무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틸 : 무무….
루틸이 불안한 듯이 중얼거리는 미틸의 어깨를 부드럽게 톡 도닥였다.
루틸의 예쁜 머리카락은 풀 범벅이 되어 부스스했다. 그런데도 봄 햇살처럼 빛나고 있다.
루틸은 변함없는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루틸 : 괜찮아. 미틸은 무무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둘은 친구인걸.
루틸 : 아까도 미틸을 찾으러 와 줬잖아? 불쑥 얼굴을 내밀어 미틸을 불렀지. 만나고 싶은 건 서로 같으니까 괜찮아.
루틸의 다정한 목소리가 마법 주문처럼 미틸의 마음을 굳건히 해 준 모양이었다.
미틸은 입술을 꾹 다물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틸 : …네.
루틸 : 알겠지? 그러면 찾으러 가자. 출발!
루틸은 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벼운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나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루틸은 신기한 사람이다. 결코 강한 마법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밝고 다정하고 이따금 어딘가 빠진 매력적인 그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가볍게 들뜬다.
루틸 : 아…!
루틸은 갑자기 바닥에 웅크려 앉았다. 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무언가를 집어 들더니 탐정처럼 말끄러미 관찰한다.
미틸 : 왜 그래요?
루틸 : 이거 무무의 털 아니야?
미틸 : …! 그런 것 같네요….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엄청 많아요….
루틸은 손바닥 위에 살짝 무무의 털을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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