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는 커다랗고 밝은 달 바로 아래에 떠오른 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아서 : 《pernoctant nix zo》
마법소에서 이어지는 어두운 밤길에 부드러운 빛이 드문드문 피어오른다.
나는 막차 창문으로 보던 빛을 어딘가 정겹게 떠올렸다.
돌아가는 길을 인도하는 부드러운 빛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안도를 안겨 줄 것이다.
콕 로빈이 아서를 올려다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콕 로빈 : 정말 다정하신 분이야…. 어린 시절에 어머니인 왕비 폐하께 북쪽 산에 버려졌다는데도….
아키라 : 네…?
콕 로빈이 아차 하며 다급히 시선을 피한다.
거기서 더 묻기도 전에 아서가 지상에 내려앉았다.
아서 : 자. 이러면 이제 괜찮을 거야.
콕 로빈 : 감사합니다, 아서 전하.
아서 : 조심해서 돌아가도록 해.
콕 로빈 : 네.
콕 로빈은 떠나려다 나를 향해 어색하게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콕 로빈 :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현자님. 마법사 분들에게도 그….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 주세요.
콕 로빈 : 그럼….
아서는 병사들과 함께 떠나가는 그를 배웅하며 미소 지었다.
아서 : 그처럼 마법사들의 처지를 헤아리려는 사람도 있어요….
아서 :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바뀌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키라 : 그러네요….
아서 : 현자님, 오늘 밤은 아직 덜 피곤하신가요?
아키라 : 네, 괜찮아요.
아서 : 그러면 소개팅하지 않으시겠어요?
갑자기 인사이더 같은 말을 꺼내는 왕자님을 눈앞에 두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아키라 : 소, 소개팅…?
아서 : 네. 사람과 마법사가 교류하기 전에 마법사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서 : 정식으로 환영하는 자리는 다시 준비하겠지만, 그 전에 오늘 밤 꼭 다 함께 소개팅을 하고 싶습니다.
아키라 : 저기,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아서 : 네.
아키라 : 소개팅이란 어떤 걸 말씀하시는….
아서 : 아, 실례했습니다. 전 현자님께 들은 이야기라 현자님께서도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서 : 소개팅이란 만남을 축복하는 연회입니다. 오늘 밤에 더없이 걸맞아 보이지 않나요?
아키라 : (전 현자님, 그럴싸하게 꾸며 냈네…. 이건 정정하기 어렵겠는데…)
아키라 : 그, 그렇네요. 그렇게 생각해요.
아서 : 다행이다! 그럼 바로 소개팅을 하죠. 현자님은 소개팅을 좋아하시나요?
아키라 : 그러니까 그게, 글쎄요….
아서 : 전 현자님은 좋아하셨다고 해요. 이 세계에서 소개팅을 할 때는 반드시 저를 부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서 : 사람과 마법사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것…. 그 자체를 사람과 마법사의 소개팅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서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해서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더 빨리 정정했어야 했다.
아서 : 언젠가는 거국적으로 소개팅의 날을 지정해서 국민들의 축일로 삼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키라 : 구, 국민의 축일은 다른 이름이 낫지 않을까요?
아서 : 그런가요?
아키라 : …네.
아서 : 그럼 우선 눈앞에 놓인 소개팅을 다 같이 즐기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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