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 : 배 상태는 어떤가요?
오즈 : …. 문제없다.
리케 : 오만상을 다 했는걸요.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즈 : 아니….
리케 : 사실 네로에게 받은 간식이 있거든요. 배탈이 났으면 간식은 먹을 수 없겠죠?
오즈 : …. 너 혼자 먹어도 된다.
리케 : 와아!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먹겠습니다! …? 이건 뭘까요…. 무늬가 들어간 네모난 스펀지 같은데….
오즈 : 파운드케이크다.
리케 : 알고 계신가요?
오즈 : 구운 적이 있지. 태웠다만….
리케 : 구워서 만드는 거군요. 뜬금없지만 하나 물어도 될까요?
오즈 : 뭐지.
리케 :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강해질 수 있나요? 훈련하다 보면 강해질 수 있을까요?
오즈 : ….
리케 : 하나 더 물어봐도 될까요?
오즈 : 아직 답하지 않았다만….
리케 : 오즈는 대화하는 속도가 조금 느립니다. 아서 님을 키운 부모라고 들었는데 아서 님에게는 뭐라고 한마디 듣지 못했나요?
오즈 : …아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리케 : 아서 님은 너그럽군요.
오즈 : 그렇지.
리케 :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두 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은 그렇게 강력한 힘을 지녔는데 왜 자진해서 남을 돕지 않는 건가요?
리케 : 제가 당신이었다면 좀 더 사람을 구제했을 겁니다. 사람들의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거예요. 당신은 강한데 조금 게으릅니다.
오즈 : ….
리케 : 파운드케이크 맛있네요! 쭈글쭈글한 검은콩이 포도 같은 맛이 나서 달콤하고 맛있어요.
오즈 : 그건 포도다.
리케 : 아닙니다. 포도를 본 적이 없나요? 포도는 동그랗고 수분이 많습니다.
오즈 : 건포도라고 해서….
리케 : 아까 한 질문의 답은요?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요.
오즈 : …. 너는 대화 내용이 빈번하게 바뀌는군.
리케 : 오즈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넋을 놓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거겠죠.
오즈 : 듣고 있다.
리케 : 그러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가요?
오즈 :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리케 : 그러면 다음부터는 그렇게 말해 주세요. 아까 한 질문의 답은요?
오즈 :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리케 : …. 저를 놀리는 건가요?
오즈 : …그런 건 아니다만 감안해라. 천 년 이상을 혼자 지냈다. 아서와 지낸 것도 몇 년뿐이야.
오즈 : 속사포 같은 속도로는 대화하지 않아.
리케 : 속사포 같았나요?
오즈 : 너는 생각한 것을 바로 입에 담지. 너의 말을 모두가 이해하고 네 물음에 답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
오즈 :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너에게는 구제처럼 보여도 상대에게는 비극이 되는 일도 있다.
리케 : …무슨 뜻인가요?
오즈 : 아까 한 질문의 답이다.
리케 : 아까 한 질문이요? 갑자기? 오즈는 대화가 서툰 거 아닌가요?
오즈 : 그렇다고 하지 않았나. 입가에 부스러기가 붙어 있다. 이쪽을 봐라.
리케 : 음…. 감사합니다.
오즈 : …. …아서의 어린 시절 같군.
리케 : 오즈가요?
오즈 : 네가 말이다.
??? : …오즈….
??? : 오즈….
리케 : 어…? 왠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기척이…. 오즈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 않나요…?
오즈 : ….
리케 : …어라…? 음색이….
리케 : 유적에 오기 전에 들은 것 같은 음색이 들려….
메사의 환영 속에 우뚝 서 있는 우리의 곁을 한 젊은이가 달려 지나갔다.
아키라 : (어…. 저 사람이 들고 있는 나무판자 같은 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 …하아, 하아…!
금발을 한 청년은 나무판자를 도려내고 현을 맨 것 같은 소박한 악기를 안고 있었다.
겁에 질린 얼굴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의 등 뒤에서는 무서운 채찍 소리가 들렸다.
남자 : 괘씸한 음유시인 자식! 백성의 불안을 조장하는 노래나 불러 대고! 목을 날려 주마…!
음유시인이라 불린 청년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들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음유시인 : 기다려 주세요! 그 노래는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저는 메사 백성에게 경고를 전하는 거예요!
남자 : 이 거짓말쟁이 자식…!
카인 : 그만둬!
카인이 채찍을 든 남자 앞을 막아선다. 하지만 채찍은 카인의 몸을 통과해 음유시인의 어깨를 때렸다.
음유시인 : 으윽…! 진짜야…. 나는 정령의 왕을 만났다고. 정령의 왕이 메사를 멸망시키러 올 거야….
음유시인 : 마법사는 정령의 사도야! 박해를 받은 마법사들을 보고 정령의 왕께선 노여워하고 계셔…!
아키라 : (박해를 받은 마법사…?)
남자 : 입 다물어라! 마법사 놈들의 편을 들다니 보아하니 너도 마법사인 모양이군!?
음유시인 : 아…, 아닙니다! 저는 마법사가 아니에요! 하지만 정령의 왕이….
남자 : 메사에서 썩 꺼져…! 다음에 만났을 때는 목숨이 없을 줄 알아라!
음유시인 : …윽.
음유시인이 떨어뜨린 판금을 주워 들고 달려 나갔다.
그 뒷모습은 혼잡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오아시스의 잎이 바스락거리며 소리를 낸다. 다음에 들려온 것은 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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