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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제1부/제5장|달에 선택받은 문장

제1화 문장

by Berne 2020. 5. 10.

히스클리프 : …윽, 바람이…. 괜찮을까, 현자님….

스노우 : 안심하거라. 의식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느니라.

화이트 : 지금은 현자 자체가 장리의 잔이 되어 있는 게다.

스노우화이트 : 새로운 마법사에게 문장을 수여하기 위해서.

스노우와 화이트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눈앞의 풍경이 삼림이나 무지개가 뜬 하늘, 폭발하는 화산에 퍼붓는 뇌우로 빠르게 바뀌어 간다.

나는 잔을 잡고 다양한 시대, 다양한 경치를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절대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충고를 떠올리고 잔을 꼭 잡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샌가 황금빛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달 위에 선 것처럼.

아키라 : …!

내 입에서 모르는 말이 흘러나온다.

물이 가득 찬 잔처럼 내 말로 황금빛 세계가 물결친다.

그리고 누군가가 들이켠 것처럼 황금빛 세계는 사라졌다.

 

아키라 : …어라….

스노우 : 잘했다, 현자여.

화이트 : 훌륭하구나. 열 개의 빛이 '장리의 잔'에서 온 세상으로 흩어졌느니라.

아키라 : 서, 성공했다는 뜻인가요?

스노우화이트 : 암, 그렇고말고.

아키라 : 와앗….

스노우와 화이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나는 목을 움츠렸다.

불현듯 잔이 무겁게 느껴진다. 샤일록이 잔을 받아 들고 웃었다.

샤일록 : 정말 훌륭했습니다. 현자의 빛에 이끌려 새로운 마법사의 몸에 문장이 떠오르게 되겠지요.

아키라 : 문장….

샤일록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의 옷깃을 풀고 느슨하게 잡아당겼다.

 

내게 슬쩍 가슴 언저리를 보여준다.

앞섶 사이로 드러난 매끄러운 피부 위, 왼쪽 가슴 부근에 백합꽃과 비슷한 형태를 한 문양이 있었다.

샤일록 : 이게 문장입니다.

남의 가슴을 들여다본다는 행위와 샤일록의 요염한 분위기에 혹해서, 나는 묘하게 허둥거리고 말았다.

아키라 : 아…, 가, 감사합니다….

샤일록 : 음? 왜 얼굴을 붉히시는 건가요?

샤일록은 기분 좋게 살며시 웃는다.

샤일록 : 귀엽기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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