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라・오웬・브래들리 : 퍼레이드…?
아키라 : 네. 다 함께 옷을 맞춰 입고 연주하면서 거리를 행진하는 건 어떨까 해서요.
샤일록 : 그때는 전원이 모이지 못했으니까요. 퍼레이드 흉내를 내서 다시 분위기를 잡아 보자는 놀이입니다.
오웬 : 같잖긴.
오웬은 차갑게 내뱉었다.
무르 : 어라? 안 할 거야?
미스라 :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구경거리가 될 뿐 아닙니까.
브래들리 : 우리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광대가 돼서 인간 놈들에게 무시당하는 건 사절이다.
브래들리 : 퍼레이드 놀이? 웃기지 마, 이쪽은 그런 의미 없는 일에 어울릴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남과 친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북쪽의 마법사들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순간 팽팽한 분위기가 된다.
아키라 : (역시 북쪽의 마법사들에게 참가를 부탁하는 건 어려우려나…)
그때 긴장감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람처럼 불어왔다.
라스티카 : 과연, 놀이가 아닌 게 더 마음에 드는구나. 그렇다면 정식 퍼레이드를 개최하자.
스노우・화이트 : 정식 퍼레이드?
라스티카 : 네. 서쪽 국가에는 음악의 거리라고 불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라스티카 : 음악이라 하면 풍요의 거리가 유명하지만, 음악의 거리 역시 음악가가 많이 모이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죠.
샤일록 : 아, 악기 제작이 유명한 거리 말이죠. 다양한 악기 공방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음악에 뜻을 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든다던데요.
샤일록 : 전쟁 중에 병사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음악가를 모아서 연주를 시킨 것이 거리 이름의 유래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키라 : 와아, 그런 거리가 있군요.
라스티카 : 음악의 거리는 그 이름대로 항상 음악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라스티카 : 창문으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리거나 광장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선보이거나 지나가는 사람과 대화 대신에 합주를 하거나….
브래들리 : 거 돌려 말하네. 그 거리가 퍼레이드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
라스티카 : 음악의 거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음악제가 열리고, 거리 곳곳을 음악대가 행진하는 퍼레이드가 개최되고 있어.
라스티카 : 근사하게도 그 퍼레이드는 어떤 사람이든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지.
라스티카 : 악기 연주는 물론 노래를 불러도 좋고 춤을 춰도 좋아. 음악을 즐기기만 하면 누구든지 퍼레이드의 일원이 될 수 있어.
화이트 : 과연. 즉 그 퍼레이드에 우리도 참가하면 된다는 게지?
스노우 : 재미있어 보이는구나. 그리고 듣자 하니 참으로 흥겹고 서쪽 국가다운 거리로다.
클로에 : 응, 정말 재미있는 거리야.
아키라 : 클로에, 가 본 적이 있나요?
클로에 : 여행을 다닐 때 라스티카와 함께 들른 적이 있어. 둘 다 인간인 척을 하고서.
클로에 : 가 본 건 그 한 번이 다지만, 즐거워서 마음에 쏙 들었어! 거리 사람들은 다들 밝고 맛있는 음식점도 많이 있었고.
클로에 : 특히 노점에서 팔고 있던 음식이 일품이야! 다른 데서는 먹을 수 없는 맛이란 말이지.
라스티카 : 그래, 그건 정말 맛있었어. 따끈따끈한 그거 말이지?
클로에 : 응, 맞아! 따끈따끈하고 즙이 많은 그거.
미스라 : …따끈따끈하고.
브래들리 : 즙이 많다고….
미스라와 브래들리가 귀를 쫑긋 세웠다.
라스티카 : 예로부터 음악과 관련이 깊은 땅이라서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귀중한 악기도 다루다 보니 그런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거리입니다.
화이트 : 호오. 어떠한 악기인고?
라스티카 : 영원히 연주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아키라 : 영원히 연주…? 그게 무슨….
무르 : 앗. 들은 적이 있어! 저주의 바이올린을 말하는 거지?
무르 : 한번 켜면 연주자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연주를 멈출 수 없게 된다는 그거!
라스티카 : 고명한 바이올린 장인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만든 마지막 작품이라는 듯해. 열정적인 장인이 많이 살고 있는 것도 거리의 매력 중 하나지.
오웬 : …흐응.
아키라 : (떡밥을 물었어…)
클로에와 라스티카가 설명하는 음악의 거리는 나도 모르게 그만 방문해 보고 싶어질 만큼 신비한 매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북쪽의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는지, 아까까지 매섭던 그들의 눈빛에는 희미한 호기심이 아른거리고 있다.
콕 로빈 : 아. 여기 계셨군요, 현자님!
우리 쪽을 향해 콕 로빈 씨가 잔달음을 치며 다가왔다.
콕 로빈 : 서쪽 국가에서 조사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생각되는 이변이 일어나는 거리가 있다고 해요.
무르 : 서쪽 국가?
라스티카 : 어떤 거리인가요?
콕 로빈 : 그게, 음악의 거리입니다.
전원 : !
이끌린 듯한 우연에 우리는 눈을 깜빡였다.
스노우 :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어쩐다더니. 뭐, 이것도 무언가의 인연일 터.
화이트 : 마침 인원도 모였겠다. 우리끼리 잽싸게 이변을 해결하고 다 함께 퍼레이드를 즐기자꾸나!
클로에 : 그러면 어울리는 의상도 준비해야겠네. 퍼레이드에 딱 맞는 디자인이 떠올랐으니까 기대해 줘!
라스티카 : …이건….
클로에 : 어떻게 된 거야…?
며칠 후, 의뢰를 받은 음악의 거리로 온 우리는 거리 상황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라스티카 일행이 말했던 활기 넘치던 거리 모습과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즐거운 음악도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거리 전체가 죽은 듯이 어둡고 고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묘한 것은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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