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의 인상 (2)」
아키라 : 미스라는 브래들리와도 오래 알고 지냈죠.
미스라 : 네…. 그렇게 오래도 아니지만요. 수백 년 정도입니다.
아키라 : (충분히 길다고 생각하는데…)
아키라 : 브래들리를 어떻게 생각해요?
미스라 : 브래들리 말입니까? 글쎄요….
미스라 : 그는 말이 빠르죠. 첫 두세 단어밖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키라 :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군요…. 되묻거나 그러진 않나요?
미스라 : 네…. 귀찮아서요.
미스라 : 대체로 웃고 있으니까 좋은 이야기겠거니 하고 듣습니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화를 내고, 바쁘단 말이죠.
미스라 : 항상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잔뜩 떠드니까 잘 모른 채로 네, 네, 네, 하고 대답하고 있으면….
미스라 : 느닷없이 '좋아, 정해졌군'이라고 말합니다.
미스라 : 그리고 어느샌가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돕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요. 어라?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아키라 : (눈에 선해…)
미스라 : 뭐, 시끄러워서 피곤할 때는 만나고 싶지 않네요.
「브래들리의 인상 (3)」
아키라 : 오웬은 브래들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오웬 : ….
오웬 : 브래들리는 있지. 까다로워서.
아키라 : 까다로워요?
오웬 :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오웬 : 쉽게 상처받을 것 같고, 쉽게 불안해질 것 같잖아. 그런 인상이야.
오웬 : 하지만 막상 싸워 보면 왠지 뿌리까지 닿지 않는 느낌이 들어.
오웬 : 무슨 말을 해도 창백하게 질리지 않고 착란을 일으키지 않아. 자칫하면 반론을 당해서 거부감이 들고. 다루기 어려워서 까다로워.
아키라 : 그렇군요…. 뿌리가 튼튼하다는 느낌은 들지도 모르겠어요.
오웬 : 서로 어쩐지 싫어하는 건 알아.
오웬 : 하지만 오즈나 미스라보다는 낫다고 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알아.
오웬 : 북쪽 국가는 짐승들뿐이지만, 브래들리는 아직 말하면 통하는 느낌이 나.
「브래들리의 인상 (4)」
아키라 : 브래들리는 입이 험하지만 정이 많고 동료를 아끼는 면이 있죠. 네로는 어떻게 생각해요?
네로 : 아니…. 왜 나한테 묻는 건데?
네로 : 그 녀석과는 여기에 와서 막 만난 거라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하기로 한 건가요?
아키라 : 그렇게 하기로 한 건가요?
네로 : 잠깐, 현자 씨. 설마 브래드한테 무슨 말 들은 거야? 아니라고? 그 정보, 잘못된 거니까.
아키라 : 하지만 브래들리를 브래드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네로 : ….
네로 : 브래드… 을리… 군을 내가 그런 식으로 말했었나….
네로 : 하지만 왜, 브래드라는 건 흔한 애칭이잖아? 나도 친한 손님에게 네리라고 불리기도 했고.
마음이 잘 맞아 보였어요.
아키라 : 마음이 잘 맞아 보였어요.
네로 : 아니, 아니. 북쪽의 마법사와 동쪽의 마법사가 마음이 잘 맞을 리가 없잖아.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아키라 : 하지만 브래들리는 네로의 밥을 좋아하잖아요….
네로 : 아…, 아~…, 그 말인가. 그렇군. 그렇네.
네로 : 뭐, 그 녀석 밥은 잘 먹지.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점은 호감이야. 그게 다지만.
첫인상이라도 좋으니까 알려 주세요.
아키라 : 첫인상이라도 좋으니까 알려 주세요.
네로 : 뭐, 첫인상…? 아~, 잠깐 기다려 줘. 어디 보자, 으음….
네로 : …, 겉보기에는 무서워 보였는데…, 의외로 어떤 녀석의 이야기든 제대로 들어주는 놈이구나 싶었어.
네로 : 나도 어렸던 것도 있지만….
아키라 : 네?
네로 : 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키라 : 그럼 한마디로 말하자면 브래들리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나요?
네로 : 뭐…, 남에게 오해를 사기 쉬운 녀석이지.
네로 : 말 많은 바보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생각하고 많은 걸 보고 있어. 그렇다고 생각보다 남을 이해하진 못해.
아키라 : …어쩐지 알 것 같아요. 브래들리가 하는 말은 그렇구나 싶을 때와 그거 나로선 힘들겠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네로 : 그렇지. 오즈처럼 날 때부터 강했던 건 아니라고 들었는데. 아마 탈탈 털리면서 강해진 거겠지.
네로 : 그래서 다른 사람도 자기만큼 참으면 그만큼 강해질 수 있는 줄 알아.
네로 : 하지만 몸도 마음도 그 정도로 참고 견딜 수 있는 녀석은 좀처럼 없단 말이지. 그걸 몰라.
네로 : …내 억측이지만.
「스팟에 얽힌 이야기 (1)」
아키라 : 이 주변은 인간이 하나도 없다고 했죠. 역시 사람과 지내는 건 싫은가요?
브래들리 : 인간이 좋고 싫고로 거처를 고르진 않아. 북쪽은 일단 마법사의 영역이 있어서 그 녀석을 위해 헌신하고 비호를 받는 인간들이 살고 있지.
브래들리 : 강한 마법사가 있고, 거기서 마을이나 거리가 생겨나고, 그게 많이 있어서 계속 옥신각신하고 있어.
브래들리 : 우두머리가 지면 몰살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아키라 : 생각보다 더 살벌한 느낌이네요….
브래들리 : 네 녀석은 상당히 평화에 찌든 세계에서 왔었지. 북쪽만 아니라 그런 감각으로 밖을 돌아다니다간 금방 죽게 될 거다.
아키라 : 북쪽 국가에서 인간이 살아가려면 마법사에게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군요. 브래들리를 위해 헌신한 인간도 있었나요?
브래들리 : 이 몸은 필요한 건 내 손으로 빼앗아. 고급 마나석이나 마도구나 보물을 가진 녀석한테 쳐들어가서 쓸어버리지.
브래들리 :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눈여겨보는 마을이나 거리가 군데군데 있었어. 가끔 놀러 가면 거저 먹고 마시고 할 수 있는 그런 곳.
브래들리 : 그래서 요즘 곤란한 일이 있어요~ 같은 상담을 듣고 귀찮아 보이면 우리가 가서 해치워 주는 느낌이었어.
아키라 : 귀찮아 보이면 떠맡아 주는 건가요?
브래들리 : 이 몸이 잡일 같은 걸 하겠냐. 상부상조란 느낌이야. 물론 입장은 이 몸이 더 높지만!
아키라 : (옛날 영화에서 본 마피아 두목 같은 느낌이네…)
「스팟에 얽힌 이야기 (2)」
브래들리와 시간의 동굴을 걷고 있자 예스툴룸의 날갯소리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뒤섞여 시간을 뛰어넘은 대화가 들려왔다.
냉엄한 아이의 목소리 : 호오…? 나를 많이 닮은 귀여운 아이가 있구나. 마치 함께 태어난 것만 같아.
냉엄한 아이를 닮은 목소리 : 정말이로다…. 나를 많이 닮은 귀여운 아이가 있구나.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
냉엄한 두 아이의 목소리 : 거기 형~. 심심하면 나랑 차 마시지 않을래?
냉엄한 두 아이의 목소리 : 초면 놀이, 재미있구먼! 꺅꺅!
박쥐의 눈이 깜박깜박 빛나고 있다. 옆에 서 있던 브래들리가 거친 손놀림으로 박쥐들을 쫓아낸다.
브래들리 : 영감탱이들…. 어느 시대에나 기분 나쁜 놀이를 해 대고 있군.
아키라 : 그래도 옛날 목소리가 들린다니 대단하네요.
아키라 : 골라서 듣는 건 어려워 보이지만 시간의 동굴에 있으면 온 세상의 정보를 손에 넣는 거 아닌가요?
브래들리 : 예스툴룸이 온 세상에 있을 때의 이야기지. 화석 같은 마법사도 몰랐던 동물이니까 글쎄다.
아키라 : 맞다, 들은 소리를 기억한다고 했죠. 그러면 북쪽 국가의 사람이 적은 곳에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브래들리 : 하하. 좀 더 습성을 알았으면 마법으로 조종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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