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 탈리아 씨를 죽여요…?
오비시우스 : 아니야!
무르 : 나는 사물에 깃들어 있는 기억을 읽을 수 있지. 이 고성이 말하고 있어. 기둥이 계단이 나에게 속삭여.
무르 : 성에 동화되어 가는 탈리아를 저주와 비극이라 단정 짓고 오비시우스는 성에 불을 질렀다고.
오비시우스 : 아냐! 달라! 헛소리야!
무르 : 진실이 드러난 정도로 이성을 잃다니. 따분한 사내군.
오비시우스 : 탈리아가 나쁜 거야! 너에게 속아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니까…!
무르 : 어디에다 대고 자기변호를 하는 거지? 여기는 법정이 아니야. 아니면 현자님에게 판가름해 달라고 할까?
아키라 : 어, 저요?
오비시우스 : 시끄러워…! 너만 나타나지 않았으면 나는 탈리아를 아내로 맞이할 수….
무르 : 재판장님! 발언 허가를!
아키라 : 아, 네. 무르 하트 씨, 발언하세요.
무르 : 아까는 아내라 불렀는데 지금은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을 거라고.
아키라 : 앗, 정말이네…. 결혼했던 게 아닌가요?
오비시우스 : 그건…. 아무래도 좋아! 그게 그거 아니야! 말꼬리를 잡지 마!
무르 : 아무래도 좋다고? 그러면 너는 지금부터 내 아내야.
오비시우스 : …죽여 버리겠어!!
무르 : 현자님, 내 아내를 소개할게. 사랑스러운 오비시우스. 자, 인사해.
오비시우스 : 《volo habere》!
오비시우스가 주문을 외우자 바람에 꺼진 불처럼 무르는 사라져 버렸다.
아키라 : …!
아키라 : (무르는…!? 설마 죽은 거야!?)
아키라 : (아…. 퍼플 사파이어 조각이 떨어져 있어. …다행이다…!)
살짝 느슨해진 한쪽 손의 가시나무를 풀고 나는 들키지 않도록 몰래 보라색 조각을 주워 들었다.
오비시우스는 분노한 나머지 아직도 부르르 등을 떨고 있다.
아키라 : (…영혼 조각이 부서지면 무르는 원래 무르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손목 소매 안에 무르의 영혼 조각을 집어넣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키라 : (무르…. 잠시 동안 가만히 있어 주세요.)
오비시우스 : …하하하…. 어처구니없군….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어!
오비시우스 : 결국 그 여자는 학자 선생과 함께 나를 비웃고 있었던 거야!
오비시우스 : 아무리 생각해 줘도 마음은 통하지 않았어!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고.
오비시우스 : 그러니까 그녀를 되살려서 다시 한번 새로 시작하는 거야….
오비시우스 : 하늘의 마수, 바다의 마수, 땅의 마수에게 신성한 제물을 바치면 유령선도 유령성도 되살아난다고 하지.
오비시우스 : 조금만 더 하면 이번에야말로 계획대로….
아키라 : …계획대로 하기 위해서 탈리아를 되살리는 건가요?
내 질문을 듣고 오비시우스가 힐끗 나를 노려본다.
겁에 질린 채 나는 말했다.
아키라 : 탈리아는 당신의 인형이 아니에요.
아키라 : 성안 사람들도 마법사들도 당신이 써먹기 좋은 인형이 아니라고요!
오비시우스 : 꼭두각시 인형인 네가 잘도 말하는군! 현자라고는 이름뿐인 있을 곳도 없는 이단자 주제에!
있을 곳 없는 이단자. 쓸쓸한 말에 가슴이 욱신거리듯 아프다.
하지만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신비한 꽃잎 창에 비치는 마법사들을 보았다.
가슴을 떨리게 하는 애틋함과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있을 곳이라면 언제나 이단자라 불리는 모두가 나에게 만들어 주었다.
결코 위대한 마법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 주듯이. 지나친 후에 뒤돌아보고 웃어 주는 것처럼.
아주 작은 배려와 유대로 내가 있을 곳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나도 모두가 숨 쉬기 편한 곳을 만들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키라 : 오비시우스! 지금 당장 이런 짓은 그만두세요!
아키라 : 더 이상 모두에게 상처 주지 말아요!
입을 열고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지른다.
강력한 마력을 가진 상대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기적은 일어났다.
아키라 : 《오비시우스! 지금 당장 이런 짓은 그만두세요!》
아키라 : 《더 이상 모두에게 상처 주지 말아요!》
네로 : …현자 씨?
샤일록 : 현자님 목소리가….
아키라 : 《더 이상 모두에게 상처 주지 말아요!》
아서 : 현자님! 현자님의 목소리를 들으셨나요?
오즈 : 그래.
클로에 : 현자님…! 현자님 목소리가 들렸어!
오웬 : ….
미스라 : 어라? 현자님, 근처에 있는 겁니까? 당신 불렀습니까?
피가로 : 안 불렀어, 안 불렀어! 공격해 올 거야! 봐…!
리케 : …앗, 현자님의 목소리….
리케 : 현자님, 살려 주세요!
아키라 : …뭐지….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 모두에게 목소리가 닿은 거야…?
오비시우스 :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키라 : 다들, 들려요!?
다시 한번 힘주어 외친다.
그러자 한꺼번에 대답이 돌아왔다.
아서 : 《들립니다! 현자님, 무사하셨나요!? 지금 어디에…》
네로 : 《현자 씨, 당신 무사해? 파우스트나 우리 애들은 그쪽에 있어?》
클로에 : 《현자님, 큰일 났어! 카인이…》
미스라 : 《미틸은? 미틸은 무사합니까? 제대로 지켜봐 주십… 윽! 잠깐 피가로!!》
아키라 : 앗, 저기, 죄송해요. 어렵겠지만 순서대로….
리케 : 《살려 주세요, 현자님! 시노가 죽겠어요!》
리케 : 미틸도 히스클리프도 다쳤습니다! 소와 여자아이가….
비리디언 : 《volo habere》
리케 : …! 《sunretea edif》!
리케 : 하아…. 하…. 이제 다들, 마력이 소진될 것 같아요.
리케 : 아서 님! 오즈! 카인! 도와주세요…!
리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뚫어져라 정원 광경을 비추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미노타우로스에게, 미틸과 리케가 어린 마녀에게 내몰리고 있다.
모두의 목소리는 나밖에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내가 판단을 잘못하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부담감에 위가 움츠러들고, 이마에 송골 식은땀이 맺힌다. 패닉을 일으킬 수는 없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 나는 꽃잎 창을 집어삼킬 듯 보았다.
아키라 : 보고할게요!
아키라 : 정원에 시노와 히스클리프, 리케와 미틸이 있어요! 적은 미노타우로스와 어린 마녀.
아키라 : 시노가 중태. 히스클리프와 미틸도 다쳤어요!
아키라 : 누군가 구조에 나설 수 있을까요?
아서 : 리케…!
파우스트 : 시노가 중태…!? 정원 방향은?
아서 : 이 창문 밖이야. …읏, 가시로 뒤덮여서 보이지 않아….
레녹스 : 여기서 막무가내로 공격해도 미틸 일행에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레녹스 : 제가 창문으로 빠져나가서 구출을….
오즈 : 불가능해. 가시덩굴이 덮칠 거다.
루틸 : …! 미틸이 부상을….
미스라 : 제가 가겠습니다.
피가로 : 그렇게 해 줘. 나도 엄호할….
미스라 : …!
바이올렛 : 죽어 줘야겠어. 붉은 머리의 미남.
바이올렛 : 《volo habere》!
미스라 : …윽, 크헉…!
피가로 : 미스라!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 …읏.
미스라 : (물렸어! 제길! 끈질기네…)
미스라 : (리바이어던과 함께 이동한다 쳐도 공간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려.)
미스라 : (…으, 미틸…. …치렛타…)
그림 속의 화이트 : 현자여. 미스라가 바닷속으로 끌려 들어갔느니라.
그림 속의 스노우 : 이쪽은 우리가 어떻게든 하마. 하나 구조는 힘들겠구나. 뒷일은 부탁하는 게야!
루틸 : 부탁드려요, 현자님!
그림 속의 화이트 : 그러면, 루틸.
루틸 : 쌍둥이 선생님, 정말로 괜찮은가요? 이 그림을 든 채로 바다에 뛰어들어도….
그림 속의 화이트 : 괜찮단다. 그대의 빗자루 실력은 신임하고 있는 게야. 우리도 결계로 그림과 그대를 지키마.
그림 속의 스노우 : 가자꾸나, 피가로! 하나, 둘….
그림 속의 스노우・화이트 : 《nos communia》
피가로 : 현자님, 오즈! 미틸을 부탁할게!
피가로 : 《possideo》
오즈 : 마력을 방출하면 된다.
파우스트 : 마력을 방출? 그런가.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서 미노타우로스의 주의를 끄는 건가.
아서 : 찰나라도 관심을 돌릴 수 있다면 도망칠 틈이 주어질지도 몰라. 가자!
오레올린 : 한눈팔지 마라! 동생을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
오레올린 : 《volo habere》!
아서 : …윽, 내가 소녀를 상대할게! 파우스트, 레녹스, 부탁해!
파우스트 : 알았다.
파우스트 : 시노, 히스…. 무사해 줘.
레녹스 : 미틸….
파우스트 : 《satillquinart mullcreed》
레녹스 : 《forcetao meyu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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