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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검은 고양이와 마법사의 왈츠

이벤트 스토리|제9화

by Berne 2024. 3. 3.

검은 고양이 : 냐앗!?

그 순간 "수줍음 많은" 검은 고양이는 다시 모자 속으로 숨어 버렸다.

파우스트 : …과연, 그런 건가.

검은 고양이 : ….

파우스트 : 이봐, 너. 이 곡이 들리나? 너를 위해 열린 무도회의 곡이다.

파우스트 : 이 자리의 주인공은 너이지 않나?

 

라스티카 : 아가씨, 부디 저희에게 귀여운 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시겠어요?

검은 고양이 : …야옹.

바닥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리관 파편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 알갱이가 되어 댄스홀을 두루 비춘다.

그렇다, 이 무도회의 개최를 축복하는 것처럼.

아키라 : (꼭 진짜 별 같아…)

오웬의 손에 너덜너덜해진 시트와 해골들은 깨닫고 보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열두 명의 해골 신사는 우아한 동작으로 열두 명의 시트 아가씨에게 다시 손을 내민다. 그녀들에게 춤을 권하기 위해.

천천히 포개지는 두 손. 차차 그들은 곡에 맞춰 춤추기 시작했다.

시트와 해골의 표정은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고 기쁜 듯이 웃으며 즐거워하는 것만 같았다.

미스라 : 현자님, 나설 차례입니다.

아키라 : 네?

미스라 : 그 검은 고양이와 춤추고 오십시오. 그게 열셋째 아가씨였던 거죠.

아키라 : 아마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미스라 : 무슨 문제라도?

아키라 : 기적의 캔디 애플이 열셋째 아가씨의 마음을 채워 준 운명의 상대에게 주어지는 거라면….

아키라 : 그녀에게 제대로 춤을 권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미스라 : 설마 저더러 춤 상대를 하라고 말하는 겁니까?

미스라 : 기적의 캔디 애플이 손에 들어온다면 상대는 제가 아니어도 되지 않습니까. 애초에 댄스 같은 건 모릅니다.

파우스트 : 모르겠다면 시범을 보면서 추면 된다. 그들은 중앙 국가의 기사야. 댄스도 완벽할 테니까.

아서 : 나도 같이 가르쳐 줄게. 그러니까 기적의 캔디 애플을 손에 넣을 때까지 조금만 더. 함께 노력해 보지 않겠어?

아키라 : 저도 도울게요. 그러니까 마지막은 함께 힘을 내 봐요, 미스라!

미스라 : …하아.

한번 한숨을 내쉬더니 미스라는 그대로 해골들 쪽으로 돌아선다.

신사적이고 친절한 그들은 시트들의 손을 잡은 채 능숙하게 매너 강의를 시작한 듯했다.

적당한 시기를 봐서 파우스트가 안고 있던 모자를 살며시 땅에 내려놓았다.

파우스트 : 자, 네 운명의 상대가 올 거다.

알아차린 미스라가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무릎을 꿇고 모자에 숨어 있는 검은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스라 : ー저와 춤을 춰 주시겠습니까?

그것은 분명 수줍음 많은 그녀가 줄곧 꿈꾸어 왔던 말이었을 것이다.

그날이 오기를 몇 번이나 바랐을까. 하지만 죽을 때까지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꿈을 지금, 미스라가 이루어 준 것이다.

두 사람을 희미한 빛이 감싸더니 보라색 모자가 둥실 허공을 춤추듯 난다.

눈부신 빛 속에서 나타난 것은 작은 검은 고양이가 아닌 보라색 모자를 머리에 쓴 순백의 시트였다.

아키라 : 열셋째 아가씨…!

미스라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손을 내민 채 똑바로 그녀만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 열셋째 아가씨는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미스라의 손에 가만히 자신의 손을 포갰다.

달빛에 가려져 있던 별들이 빛나기 시작한다ー.

때로는 스텝을 틀리고 때로는 아무렇게나 대담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미스라.

오웬 : 하하, 형편없는 춤.

미스라 : 입 다무시죠, 오웬.

하지만 그 모습은 이상하게 그럴듯했고, 에스코트를 받고 있는 그녀도 몹시 행복해 보였다.

라스티카 : 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마음입니다.

라스티카 : 막내 아가씨를 배려하는 미스라의 마음이 전해지고 있는 거겠지요.

네로 : 하하…. 그런데 저 미스라가 에스코트라니, 북쪽의 마법사들이 알면 놀라겠어.

파우스트 : 마법소의 누구라도 분명 놀랄 거야. 꿈이라도 꾼 거 아니냐는 말을 듣겠지.

아서 : 그러면 이 광경을 똑똑히 눈에 새겨 놓자. 이 신비한 무도회는 존재했다고 모두에게 전할 수 있도록.

음악이 그침과 동시에 미스라와 막내 아가씨는 서로를 마주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한순간의 정적이 댄스홀을 지배한 후. 시트들은 차례로 연기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화이트 : 아무래도 막을 내릴 시간인 듯하구나.

하나하나 시트가 사라진 뒤에는 가련한 꽃잎 한 장만이 남겨졌다.

열셋째 아가씨는 눈앞에 선 미스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하는 듯이.

미스라 : ….

이윽고 마지막 그녀가 꽃잎이 된 순간, 열세 장의 꽃잎이 원을 그리듯 미스라의 손에 모여들었다.

미스라 : 이건….

꽃잎은 미스라의 손 위에서 새빨간 사과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파우스트 : 그게 기적의 캔디 애플…. 확실히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군.

미스라 : 제가 그렇게까지 했으니까 당연합니다. 이 책대로라면 기적의 캔디 애플을 먹은 사람은 깊은 잠에 빠질 겁니다.

아키라 : (깊은 잠에 빠진다고…)

처음 들었을 때부터 신경 쓰였던 불안감이 다시 가슴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깊은 잠', 그것은 다른 불길한 단어를 대신하여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미스라 :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아키라 : 잠깐만요! 먹지 마세요, 미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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