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의 인상 (1)」
아키라 : 리케는 기지의 유적에서도 계속 멀쩡해 보이는데 붕괴석의 영향은 없는 느낌인가요?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양쪽 다?
리케 : 새삼 제 몸을 느껴 보면 불안이나 슬픔이 싹 가시는 듯한,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키라 : 그러면 기지의 유적은 리케에게 재충전되는 장소일지도 모르겠네요.
아키라 : 답하기 어렵다면 억지로 답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평소에 리케가 불안과 슬픔을 느끼는 건 어떤 때인가요?
리케 :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제가 잘못된 건가 싶을 때는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리케 : 그 사람들이 왜 올바른 행실을 하지 못하는 걸까 싶을 때는 슬퍼지고요.
리케 : 그리고….
리케 : 간식을 두 개 먹고 싶었는데 둘 중 하나만이라는 말을 듣고 하나를 먹지 못했을 때 슬픕니다….
아키라 : 리, 리케….
아키라 : 다음에 제 몫의 간식을 줄게요.
리케 : 현자님…. 하지만 네로에게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리케 : 현자님은 충치를 알고 계신가요? 저는 아직 생긴 적이 없는데 엄청 아픈 거라고 해요.
리케 : 너무 아파서 이를 잡아당겨 뽑아야 된대요.
아키라 : 이 세계의 충치 치료법은 그렇게 가혹하군요…!?
리케 : 그런 듯합니다. 무섭지 않나요?
아키라 : 무서워요…! 충치, 무조건 조심할게요…!
「스팟의 인상 (2)」
아키라 : 기지의 유적에 대해 네로는 어떻게 생각해요?
네로 : 아니, 뭐…. 나는 조금 거북해.
아키라 : 혹시 몸 상태가 안 좋아졌나요? 기분이 나쁘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네로 : 으음….
아키라 : (어…, 어라…. 갑자기 손을 잡았어…?)
네로 :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되는 곳은 그다지 아늑하지 않지. 그걸 누군가에게 보이는 건, 특히나 더.
네로 : 뭐,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변화가 없지만. 조금 머~엉한가 싶은 정도?
아키라 : …, 그런가요….
네로 : 음, 왜 그래? 당신한테는 효과가 없을 텐데. 혹시 몸이 안 좋으면….
아키라 : 아뇨, 네로, 저기…, 아까부터 제 손을 잡고 있는데 혹시 모르는 건가요?
네로 : 어…?
네로 : 으헉…!? 미, 미안…!!
아키라 : 아뇨! 정말 괜찮아요! 싫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붕괴별의 돌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네로 : …우와~…. 충격이네, 이거….
네로 : 이만큼 살아오면서 과음해서 고삐가 풀린 적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는데 말이야….
아키라 : (와…. 또 손을 잡았어…)
네로 : 현자 씨…. 여기 아직 볼일 남았어?
아키라 : (역시 모르는 걸까…)
「스팟의 인상 (3)」
미틸 : ….
아키라 : 미틸….
아키라 : 괜찮아요? 미틸. 기분이 안 좋아졌나요?
미틸 : 아뇨, 괜찮아요. 하지만…, 왠지….
미틸 : 왠지 날뛰고 싶은 기분이에요. 물건을 부수고 싶은 그런…!
아키라 : 기, 기운이 솟아난 느낌인가요?
미틸 : 기운찬 걸까요…?
미틸 : 욱하는 기분도 들지만, 강한 마법을 빵 날리고 싶은 마음에 가슴 근처가 꽉 조여서….
미틸 : 으으…, 윽…. …덥석…!
아키라 : 와~!? 왜 그래요!? 갑자기 제 팔을 깨물고…! 안 돼요, 미틸! 미틸…!
미틸 : 핫. …와아!? 죄, 죄송해요…. 저…, 제가….
미틸 : 갑자기 무언가를 베어 물고 싶어져서…, 하지만 현자님은 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래서….
아키라 : (상당히 한계에 달했네…. 얼른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겠어…)
피가로 : 아, 자자, 미틸. 어린 마법사는 가까이 오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그랬잖아.
미틸 : 으아아앙…! 피가로 선생님…! 덥석! 덥석덥석!
피가로 : 아야야야야. 《possideo》
아키라 : 피, 피가로….
피가로 : 재운 것뿐이야. 역시 약한 마법사에게는 조금 위험한 장소네. 유적째로 묻어 버리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브레이크 타임 (1)」
리케 : 드래곤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서 드래곤에 얽힌 전설을 마법소에서 조사했습니다.
아키라 : 요즘 마법소 도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건 그거였군요.
리케 : 네. 어떻게 하면 드래곤을 불러들일 수 있는지 다른 마법사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리케 : 네로, 오즈, 스노우와 화이트, 무르, 미스라, 파우스트, 아서 님, 피가로, 루틸에게도요.
아키라 : (물어보고 다닌 순서인가…?)
리케 : 그랬더니 험담을 하면 찾아온다거나 제물이나 공물을 바치면 온다거나 음악을 연주하면 온다는 등….
리케 : 다양한 설이 있는 듯하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법한 건 음악을 연주하는 거라서 여기서 해 보려고 합니다.
아키라 : …, 그거 때문에….
아키라 : 미틸이 저기서 북을 끌어안고 취해 있는 거군요….
미틸 : 에헤헤. 아하하하.
리케 : 함께 연주하자고 했는데 미틸은 붕괴별의 돌 때문에 취해 버렸습니다.
리케 : 하지만 취해 있는 미틸은 조금 귀엽죠.
아키라 : 응?
리케 : 화내거나 울거나 웃고는 해서 여러 모습의 미틸을 볼 수 있어서 저는 기쁩니다.
아키라 : (천진해…)
「브레이크 타임 (2)」
카인 : 아키라! 여기 있었구나. 자, 가자.
아키라 : 어? 가자니 어디를요?
카인 : 어디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인은 내 손을 잡고 빗자루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키라 : 엇, 우와아…!
카인 : 어디 가고 싶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네가 보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다주고 싶은 기분이야!
빗자루 앞에 나를 태우고 몸을 안는 듯한 자세로 카인은 거리낌 없이 푸른 하늘을 공중제비를 돈다.
아키라 : 으아악!
카인 : 시노가 살았던 숲에 가 볼까? 아니면 둘이서 바다를 볼까? 서쪽 국가에 리조트 섬이 있다고 들었어.
카인 : 우선 내가 태어난 고향을 목표로 날아가자. 여기서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날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하겠지!
카인 : …. 어라?
아키라 : 괘, 괜찮아요…?
카인 : 미안, 아키라. 조금 들떴나 봐. 들떠 있었지? 방금.
아키라 : 그, 그렇네요, 평소와는 조금 상태가 달랐다고 할까….
카인 : 아하하! 나, 들뜨면 너한테 데이트를 신청하는구나!
카인 :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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