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 현자 씨, 괜찮아?
아키라 : 네로!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네로 : 고맙긴 뭘.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높으신 분에게 혼나니까.
네로 : 저런 것보다 그쪽이 더 무서운 것뿐이야.
나는 나뭇가지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았다.
목걸이가 발하는 빛은 이제 일곱 빛깔로 물결치며 거대한 눈알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묘지 전체를 짓누를 것 같을 정도로 불길하고 커다란 빛이다.
가차 없이 날뛰는 바람과 빛을 받으며 시노가 주문을 외웠다.
시노 : 《matztzah sudipas》
그 찰나 그의 손에 그와 어울리지 않는 큰 낫이 나타났다.
위험하고 사납지만 순수한 은빛 날이 뿜어내는 빛은 시노 그 자체 같았다.
히스클리프 : 시노…!
시노 : 맡겨 둬. 내가 하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노는 불길한 빛으로 뛰어들었다.
사신처럼 가뿐히 낫을 휘두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꺼림칙한 빛은 점차 약해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보석을 깨뜨리기 위해 시노가 기세 좋게 낫을 치켜든다.
시노 : 이걸로 끝이다. 더 얌전한 목줄이라면 마님에게 선물로 드렸을 텐데.
시노 : 아쉽지만 너는 버릇이 없어.
아키라 : …!
시노의 큰 낫이 밤바람을 가르고 목줄의 보석을 베어 낸다.
보석은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고 무수한 빛을 뿜어내며 사라졌다.
달빛을 받으며 낫을 짊어진 시노의 모습만이 뚜렷이 시야에 남는다.
네로 : 너 대단한데.
네로가 감탄하자 시노는 의기양양하게 씩 웃었다.
시노 : 뭐, 그렇지.
히스클리프 : 여전히 무모한 행동을 하는구나. 시노는….
시노 : 잔소리하기 전에 칭찬하라고. 신하에게는 주군의 칭찬이 곧 기쁨이자 성장의 양식이니까.
히스클리프 :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오는 거야?
시노 : 비밀. 파우스트, 당신도 마찬가지야. 선생님이잖아.
파우스트 : 잘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어설퍼.
시노 : 마무리가 어설프다고?
파우스트가 시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시노의 뒤쪽에서 그의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오던 파편이 공중에서 움직임을 멈춘다.
시노 : …!
놀란 시노가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파우스트가 손가락을 튕겼다.
울려 퍼지는 딱 소리와 함께 파편이 모래처럼 부서져 내린다.
파우스트 : 그렇지?
시노 : …. 칫….
히스클리프 : 야, 혀를 차지 마. 그 전에 감사하다고 해야지.
시노 : …고맙다.
파우스트 : 흥….
파우스트는 작게 웃은 뒤 날카로운 기색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바람에 쓸려 가는 모래를 눈으로 좇았다.
목걸이에 깃든 무언가에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조용히 말을 잇는다.
파우스트 : …사라지도록 해라. 네 원망이 아무리 깊고 네 분노가 아무리 격해도….
파우스트 : 나만큼은 아니지 않나.
아키라 : …파우스트…?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혼잣말이야. 돌아가지. 새의 그림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성과는 있었어.
파우스트 : 현자. 뒷일은 맡기겠다.
아키라 : 네. …네!?
파우스트 : 나는 혼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해. 수수께끼를 푸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른 마법사들에게 이어서 조사하라고 해 줘.
시노 : 왜? 내일도 조사하자고.
히스클리프 : 저, 저도 조사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파우스트 : 뭐? 싫은데.
네로 : 뭐, 내일 높으신 분에게 보고하도록 하지. 오늘 밤은 돌아가자.
시노 : …알았어.
이렇게 우리는 묘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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