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 언제 공격이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군.
클로에 : 배에서 잔뜩 나와 있는 무기…. 화포라고 하나? 저게 계속 움직여서 섬뜩해.
무르 : 목표물을 정하고 있는 거야. 선장이 없으니까 배의 기분에 따라 공격해 올걸.
샤일록 : 언제 달려들지 모른다는 건가요? 교육이 안 되어 있군요. 목줄을 채워 드려야겠습니다.
아서 :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아키라 :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 정말 큰 배네요….
가까이서 본 배는 압도되는 박력이 있었다. 돛은 바람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육중한 선체가 모든 것을 위압하며 밀어낸다.
하늘을 난다기보다 유유한 그 모습은 고래가 대해를 헤엄치는 듯했다. 두렵고도 그저 아름답다.
리케 : 어떻게 배를 막을 건가요?
카인 : 여기에는 마법사가 7명이나 있어. 모두의 마법으로 막을 수 없을지 해 보자.
무르 : 소용없는 짓이야.
무르 : 사용되고 있는 마나석의 양이 보통이 아닌 데다, <거대한 재앙>의 영향을 받아서 어설픈 마법으로는 배를 막을 수 없어.
아서 :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지?
샤일록 : 무르, 이 섬은 말하자면 당신의 유산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세요.
무르 : 배 그 자체를 상대하니까 멈추지 않는 거야. 그러면 배의 심장을 노려야겠지.
무르 : 배에 탑재된 마나석을 마법 과학력으로 변환하는 중추 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면 돼!
아키라 : 어… 그 말은?
라스티카 : 승선해서 중추 장치를 떼어 내면 되는 거지?
무르 : 정답!
리케 : 그럼 바로 배에… 앗!
그때 갑판에서 튀어나와 있던 몇 개의 함재포 중 하나가 갑자기 공격으로 전환했다.
리케를 노리고 화염이 뿜어져 나온다.
카인 : 《gladius procella》!
카인 : 큭…!
아서 : 리케! 카인! 둘 다 무사해!?
리케 :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카인이…! 카인, 괜찮아요?
카인 : 그래, 가벼운 화상이야.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카인 : …지키고 싶다면 네가 지키라고 했지….
리케 : 네?
카인 : 아니, 혼잣말이야. 네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리케 : 카인…. 죄송합니다, 저를 감싸는 바람에.
카인 : 리케의 탓이 아냐. 이건 기사의 역할이고, 내가 정한 일이야.
카인 : 내 힘으로 어디까지 맞겨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의 힘을 다해서 지키고 말겠어.
포격은 배에 의한 각성의 신호였다.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기만 하던 함재포가 하나하나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
라스티카 : 《amorest viesse》
샤일록 : 《in vie belle》
라스티카 : 난감하네. 무기를 거두고 쉬어 주면 좋겠는데.
샤일록 : 지금은 한 발 두 발 날리는 단순한 공격이기 때문에 상대해 드릴 수 있지만, 일제히 쏘면 역시 손이 안 미칠 겁니다.
아서 : 도시에 피해가 발생하고 나선 늦어. 주민들을 피난시켜야 해…! 카인, 리케. 부탁해도 될까?
카인 : 알겠습니다. 섬 쪽은 맡겨 주세요. 리케, 가자.
리케 : 네!
클로에 : 저기, 뭘까. 이 빛….
불규칙적인 포격 속에서 묘한 빛 여럿이 배에 엉겨 붙고 있다.
빛은 천천히 움직여 배의 밑 쪽에 모여들었다. 모여든 곳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주포가 있었다.
무르 : 저건 내가 설계하지 않은 거야!
전원 : !
클로에 : 그러면 저게 신형 거대 무기…!?
아서 : 다른 포격과는 비교가 안 돼. 쏘게 놔둘 수는 없어!
아키라 : 막아야 해요…. 중추 장치를 떼어 내러 가죠!
샤일록 : 저희가 엄호할 테니 무르와 아서 왕자님은 현자님과 함께 먼저 배로 가 주세요.
무르 : 알았어!
샤일록 : 현자님,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뎌 내 주세요.
아키라 : 고마워요, 샤일록. 하지만 저도 할 수 있는 한 도울 생각이에요!
샤일록 : 후후, 용감하기도 하시지.
클로에 : ….
라스티카 : 클로에, 우리도 엄호에 나서자. 포격을 저지해야 해.
클로에 : 라스티카…. 응!
아서 : 무르, 중추 장치는 어디에 있어?
무르 : 갑판 정중앙에! 밖을 보면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
무르 : 앗, 이거야, 이거.
검은 지구본처럼 생긴 물건이 갑판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열을 발하고 있는지 표면에서 희미하게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폭주를 말해 주듯이 달려 있는 여러 개의 계기판 침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아서 : 좋아, 한시라도 빨리…?
몸이 순간 뜨는 감각이 느껴졌다. 곧이어 어마어마한 진동이 온몸을 감싼다.
아키라 : …윽!
태양이 터진 것처럼 눈부신 빛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눈을 뜨고 있는 건지 감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새하얗게 번진다.
ー무기에서 무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절망 속에서 깨달았다.
제시간에 막지 못했다. 섬이, 도시가, 전부 타 버린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그때.
오즈 : 《voxnox》
내리쏟아졌을 빛이 삽시간에 소멸했다. 배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아서 : …믿을 수 없어…. 섬은 온전해.
아키라 : 다, 다행이다…. 하지만 어떻게?
무르 :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한 명밖에 없지!
아서 : 오즈 님…. 섬을 지켜 주셨구나.
오즈 : (…지팡이가 약간 떨렸군.)
오즈 :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 손에 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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